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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346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0
조회수 : 3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3/13 12:34:15
16.
수호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단순하게 학교를 다니고, 미유코와 데이트를 즐기고 그
런 식이지만 그 일과가 너무 즐겁다. 행복이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 같았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와서 시진이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생각에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수호는 무시할
려고 했으나 끈질기게 울리는 소리 때문에 짜증이 나서 결국 받으러 가고 말았다.
"어? 시원이냐? 오랜만이다."
너무도 오랜만에 온 시원이한테서의 전화 덕분에 방금 전의 짜증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요즘 들어 너무 뜸하게 연락이 오고 있던 시원이였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반
가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잔뜩 술에 절은 목소리였다.
"음...수호냐? 야, 여기로 나와라."
딸칵, 하고 끊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시원아? 여보세요? 뭐야, 어디인지는 말해줘야 될 거 아냐? 게다가 목소리가 완전
술에 곯은 목소리인데, 무슨 일 있나?"
다시 울리는 전화벨 소리. 전화기를 열고 수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시원이가 잽
싸게 한마디를 하고 끊어버린다.
"여기 친구끼리다. 바로 튀어와. 앙?"
"여...보...내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일단은 친한 친구가 술에 취해서 혼자 있다는 생각에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그 술집은 수호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시원이랑 둘이서
예전에 가장 자주 가던 술집이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던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테이블에 거의 꽉꽉 차 있었다.
중국집에서나 많이 나올 법한 오동나무로 된 발을 젖히고 들어가자 군데군데 화로통이
즐비해 있고, 그 위로는 환기가 되도록 공기를 빨아들이는 은색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환기구가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테이블에 소주 2~3병씩을 내놓고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앉아 있는 의자는 포장마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으
로 된 빨간색 의자였다. 굉장히 정겨운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이 가게의 음식값이 싸다느니, 맛있다느니의 느낌을 갖기보다는 그냥 이 분위
기에 취하러 술을 마시러 오는 것이었다. 그건 수호와 시원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세히
둘러보니 유일하게 혼자 술을 먹고 있는 추해 보이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수호는 피식
웃고는 그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뭐하냐?" 수호가 등짝을 두들기며 이렇게 묻자, 시원이는 수호를 힐끔 보고는 다시 테
이블을 쳐다보며 비어 있는 자신의 잔에 술을 한가득 따른다. 그리고 두 말 없이 한 번
에 마셔버린다.
"캬아."
"너만 먹냐? 나도 좀 주라."
시원이는 아무 말 없이 새로운 잔에 술을 따른다. 오늘따라 심각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수호는 괜시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빈 병을 보아하니 술도 이미 많이 마신 상태인 듯
하다.
"캬, 오랜만에 여기서 너랑 둘이서 먹으니까 술 맛 좋다. 그런데 그 동안 왜 그렇게 너
답지 않게 고독을 즐기고 놀았냐? 이제 생리 끝나서 나 부른 거냐?"
가볍게 던지는 농담에도 별 반응 없이 과묵하게 술을 또 따르려 하자 수호가 급히 술병
을 빼앗고 따라준다.
"야, 너 왜 그래? 왜 너답지 않게 자작을 하려고 해? 무슨 일 있는 거냐?"
"일은 무슨 일? 그냥 너 얼굴 보고 싶어서 부른 거지?"
"너 나 없을 때 스미레랑 미유코랑 따로 만났었다며? 어떻게 된 거야? 잘 되가는 거냐?
너 나한테는 그렇게 말해놓고 뒤에서 할 거 안 할 거 다하고 있는 거지? 키킥...이 녀석
순진한 척은 혼자서 다 하더니..."
"너는 바보야."
"뭐?"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바보! 나는 네 마음을 정말 잘 알겠는데. 너는 내 마
음을 하나도 몰라, 하나도."
"그래 나 바보다, 바보야. 그러니까 너 술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자. 늦었으니까 그냥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슬슬 수호는 시원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원이는 수호의 손을 잡아끌며 앉혔
다.
"어딜 가려고 그래? 내 얘기 시작도 안 했다. 장난하니?"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그래 실컷 해봐. 우리 시원이 아가, 그래 뭐가
그리 서운했누?"
"그러니까 내가 말이야. 내가 말이지...너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야, 안돼."
"그러니까 뭐가 아니라는 거야, 뭐가 안돼?"
시원이는 그 말만 남기고 그대로 수호 어깨에 기대고 잠이 들어 버렸다. 수호는 어처구
니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잠시 그대로 있었다. 시원이가 좀 편해지도록 말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가장 친한 친구 시원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거의 볼 수 없었
던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언제나 반듯하고 정돈되어 있는 듯한 모습만 보여 왔었다.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바닥의 모습을 드러낼 만큼 힘든 일이 있는 걸까? 도대체 그것
이 무엇인지 친구로서 그런 거 하나 몰라주고 지금까지 계속 내버려두었다는 것이 미안
하고 가슴 아팠다.
갑자기 어깨가 촉촉해졌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시원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거의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눈물은 조용히 산 속의 샘물 흐르듯이 흘
러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시원이의 얼굴이 숲속에 버려진 아기같이 보였다.
"시...시원아, 너 도대체 왜 이러니? 무슨 일이야?" 하고 수호는 조용히 시원이의 눈물
을 닦아주었다.
"시진아, 뭐해?" 경미가 시진이 옆에 바싹 다가서서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묻는다.
"보면 몰라? 종이 접잖아." 하고 소리를 낮추고 주위 시선을 신경쓰며 시진이는 대답한
다.
"뭘 접는가보다는 왜 접는지가 궁금한데?"
"오빠 줄려고 접는다. 됐냐?"
"뭐?!" 하고 경미는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이한테 전혀 안 어울리
는 행동을 지금 애들이 다 보는 학교 안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 시진이는 그럴 애
가 아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것까지도 넘어가고 그럼 왜 하필, 학교에서 하는 거야?"
"원래는 웬만하면 집에서만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안 되겠더라. 그
래서 그냥 학교에서도 하기로 했어. 너도 옆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줘."
"이게 뭐하는 거야, 지금?" 하고 경미는 입으로 말하면서도 손으로는 어느 새 종이를 잡
고 정성들여서 접고 있다. 이런 시진이의 새로운 모습에 경미도 상당히 즐거워하고 있다.
"그런데 수호 오빠 여자친구 생겼다며? 아직도 포기 안 한 거야?" 하고 경미는 계속 접
으면서 물었다.
"여자친구? 생기면 뭐 어때? 어디로 돌아오든 나한테 마지막으로 오면 되는 거 아냐?"
역시 시진이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안 어울리
는 행동까지 해가며 차분히 준비를 하고 있다.
도대체 시진이는 왜 이렇게까지 수호에게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일까? 뭐 하나 잘해준 것
도 없고, 필이 제대로 꽂힌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시진이
의 외모로는 얼마든지 괜찮은 남자들을 많이 유혹할 수 있었다. 그건 경미도 잘 알고 있
는 사실이었다. 시진이의 주위에 많은 남자들이 접근하려고 한다는 것을...
사실 시진이는 지금 그나마 자기 주위에 있는 소수의 사람을 단 한 사람이라도 잃고 싶
지 않았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양 부모님이 함께 맞벌이를 하는데다가 집안에 자식
이라고는 시진이 혼자였기 때문에 항상 혼자서 놀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놀이터를 가
거나 밖에 나가더라도 아이들은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인형하고 대화를 하고 놀거나 전자기기와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시진이는
경미라는 친구가 생겼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경미랑 시진이가 지금까지 바로
곁에서 서로를 도우며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성격이 잘 맞거나 관심
사가 비슷해서여가 아니었다. 단지 가장 먼저 시진이에게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표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시진이는 사람의 애정이 절실하였다.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다른 사람에
게서 보충해야만 하는 환자였던 것이다. 어쩌다가 경미가 가족과 같이 며칠 동안 어디로
여행을 가기라도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에서 하루 종일 쳐박혀 있었다.
시진이에게 수호는 어떻게 보면 한 번 걸려들어서 끝까지 함께 가야만 하는 올가미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수호가 시진이의 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또, 시진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시진이 자신도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어쨌든 수호에게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 그것도 사랑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제 거의 보름 가까이 밤낮없이 접어온 종이학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
냥 남들이 이런 것을 하면 감동먹는다더라 하는 것을 보고, 열심히 접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다 접고 나니 제법 보기 좋고 뿌듯하였다.
그 유리병은 호리병 모양으로 가운에 오목한 부분에 예쁜 리본이 달려 있고, 위에 뚜껑
은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었다. 투명하였고, 얼마나 닦았는지 윤이 번쩍번쩍 났다. 딱
보더라도 시진이의 마음을 가득 담은 유리병이라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높이는
약 30cm가량 되어 보였다.
이제 예쁜 유리병에 담긴 종이학을 들고 집으로 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 줄은 몰랐다.
평소에 시진이를 상당히 귀찮게 따라다니던 대건이가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진이가 다니는 여고 근처 남자공고에 다니고 있었다. 대건이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상당히 거부감을 일으킬만한 얼굴이었다. 얼굴은 인상을 쓰면 심하게 일그러지
고, 이마는 보통에 반짝반짝 빛났고, 머리는 왁스를 발라 바짝 세우고 있었다. 교복은
어디서 줄였는지 바지 통은 좁은데다 위에 셔츠도 거의 풀고 다녔다.
지나가는 사람이 봐도 너무 불량스럽게 보여서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그런 애가 자기
를 기다린다고 생각만 해도 시진이는 기분이 나빴다. 오늘은 종이학도 다 접고 해서 기
쁜 마음으로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모른 척 고개를 돌린 채 지나가려는 찰
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진아, 모른 척 하는 거야? 못 본 거야?" 하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거들먹거림과 비꼬
는 듯한 말투가 빠지지 않고 서려 있었다.
'아이씨...'
시진이는 정말 오늘만큼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나 집에 바쁜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된다. 용건만 빨리 말해."
"이야, 이거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부는구만. 그런데 내가 아는 예전의 시진이보다도 요
즘에는 더 차가워진 것 같아. 얼음 공주라도 된 거냐? 아니면 그 대딩새끼 때문에 주변
정리라도 하겠다는 거냐?"
대건이는 말의 끝에 대딩이라는 말이 나올 때쯤에 얼굴에 약간의 검은 그림자가 지나가
는 듯했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돌아왔다.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시진이는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왠지 불안했다.
대건이가 어떻게 수호에 대해서 안 것인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솔직히 대놓고 다녔으니
모르는 편이 더 이상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결코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뭐라는 거야? 나중에 얘기하자." 하고 시진이는 빨리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대건이는 시진이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시진이는 순간 파랗게 질렸지만 겉으로 티
를 내지는 않았다. 그만큼 대건이는 무서운 녀석이었고, 동시에 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래서 항상 시진이는 대건이 앞에서 강한 모습만 보
이려 했고, 톡톡 쏘대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고도 대건이가 건들지 않는 것이 결코, 시진이의 모습이 강해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건이가 시진이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
다. 다른 여자 아이들 같았으면 진작에 머리를 땅에 쳐박았거나 머리채를 잡아끌고 돌아
다녔을지도 모른다. 대건이에게 결코 여자라거나 약한 사람이라거나 하는 예외는 없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 있고, 강한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얼래? 그러고 보니 이 유리병에 든 종이학은 뭐냐? 설마 천하의 이시진이 겨우 남자새
끼한테 줄려고 이런 걸 접었을 리는 없고, 뭐, 염소 밥 줄려고 갖고 다니는 거냐? 큭큭"
"이...이거? 친구 거야. 건들지 마." 하는 시진이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이 전해 왔다.
놓칠 리가 없는 대건이였다.
"어이구, 그러셔?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이 학교 짱인 네가 친구 것을 그것도 종이학 같
은 것을 들고 다닌다니 지나가던 여고생들한테 말해 주면 화제의 강남 개그대상이라도
타겠는걸? 낄낄..."
말이 끝나는 순간 잽싸게 가로채는 대건이. 시진이는 멍하게 듣는 사이 당해 버렸다.
"야! 내놔!" 하는 시진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무거운 공기를 갈랐다.
"흥분하는 걸 보니 더욱더 못 주겠네. 니가 그딴 새끼 때문에 이딴 걸 접었단 말이지?"
순간 대건이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대건이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유리병
은 딱딱한 아스팔트 땅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 조각들이 깨져 퍼지는 순간 시
진이는 마치 그 시간이 비디오를 슬로우 모션으로 틀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지상에서
15cm가량 튀어오른 조각들은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아.' 차마 입밖으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고 입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절대 눈
물은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그 자리에 정지해서 끝없이 종이학을 바라보고 있는 시진이에게 슬쩍 다가와 대
건이는 시진이의 귀에 대고 말하였다.
"시진아, 나는 네가 마음 아픈 거 원치 않아. 그러니까 그냥 좋게 말로 할 때 포기하고
나한테 와. 안 그러면 정말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 너, 나 잘 알잖아? 빈말 안 하
는 거. 나도 그런 일은 원치 않아. 그러니까 우리 좋게좋게 끝내자. 알았지?"
더러운 모습으로 한 번 씨익 웃어주고는 그 자리에서 대건이는 사라졌다. 시진이는 한참
을 생각에 잠긴 듯이 멍하게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조용히 앉아서 종이학을 줍기 시작했
다. 따로 담을 것이 없어서 그냥 책가방에 마구잡이로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종이에 피가 조금씩 묻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유리 조각에 손이 베인 시진
이의 손에서 나오고 있는 피였다. 시진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빠르게 종이학을 담아 갔
다. 지나가던 같은 학교 여학생들은 눈치로만 힐끔힐끔 보고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시진이는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여기서 울면 안돼. 이시진, 이깟 일로 울면 아무것도 안돼. 넌 더 이상 철부지 어린애
가 아니야. 넌 어차피 혼자였잖아,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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