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 한쪽에는 항상 커다랗고 빨간 정육면체가 있다. 모두를 위협하는 듯한 붉은 색이 아니라 녹색을 닮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불그스름한 그 녀석은 언제나 비스듬히 지면에 박힌 채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늘과 땅이 으레 있었듯이 원래부터 있었고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가장 인공적인 자연물, 가장 자연스러운 인공물. 둘 중 하나를 가져다 붙이기에 그것은 너무나 인공적이었고 동시에 너무나 자연과 가장 잘 어울렸다. 정육면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신생아나 막 눈을 뜨게 된 장님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처음에는 멋들어지게 지어진 건물을 보는 듯한 웅장함에 압도될 것이고 조금 지나면 그를 둘러싸고 있는 녹빛의 평원과의 조화에 마음이 가득 포근해지는 것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옛날에는 그 느낌을 동경하여 신으로 떠받들던 이들도 있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항상 똑같은 그것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차라리 가상의 신을 만들었더라면 조금 더 오랫동안 신으로 떠받들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글이나 공상 속이라면 좀 더 능동적인 신으로서 존재했을 테니 말이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존재는 듬직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지루함을 사랑하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글그림 1-1> 예전에 보았던 일러스트 중에 초원에 커다란 빨간색 정육면체가 박혀있는 것이 있었는데 이질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글을 쓰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 글을 길게 적어나가고 싶은데 길게 쓰면 왜인지 모르게 지루하다고 느껴져서 길게 쓰지를 못하겠네요... 괜히 안해도 될 설명을 해서 읽는 분들로 하여금 글을 읽기 싫게 만드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 일단 이렇게 단편으로 짤막하게 적어나가면서 조금씩 연습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이건 좀 안좋은 것 같다 싶은 것부터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 이 표현은 어떨까 싶은 것도 기탄없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히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