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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커뮤니케이션이 원래 이렇게 힘든 것이었는지 몰랐어요 ㅠㅠ
게시물ID : emigration_31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eeeee
추천 : 5
조회수 : 10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1/23 0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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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노자 이제 겨우 3년차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갈 수록 대화가 넘나 힘들어져서
요즘은 그저 웃거나 입을 닫아버리는 일이 늘어나네요.. 핳핳 ㅠㅠ
말이 안 통해서, 못알아듣고 표현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
뭐랄까,
정말 대화가 너무 힘들어요 ㅇㅅㅇ

뼛속까지 인문학도였고 대학 친구들과 토론, 논의 막 이런거 좋아했던지라
따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서 의견을 교류하고 그런 것도 했었거든요.
cs 일로 다져져서 그런지 암튼 대화가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

룸메이트는 미국사람이고,
일을 마치면 어학원을 다니는데 한국인이 1명도 없고,
회사 직원들은 모두 아시아, 남미 이민자 그리고 미국인들이라
무조건 영어로 대화를 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어요.
덕분에 영어가 쑥쑥 늘어나는 ''기분'' 이라 좋았었는데,
항상 대화할 때마다 답답증이 막 늘어나네요.

왜 끝까지 안들을까요?ㅠㅠ
무슨 말을 하고자 하면 말이 끝나기 전에 항상 잘려나가고 (...)
상대방의 목소리는 한 톤 올라가고 하고싶은 말이 막 쏟아져나오고.. 하...^_ㅠ



이를테면,
"오늘 아침에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길이 막혔어" 
를 얘기하는데

"오늘 아침에 고속ㄷ..."
"아! 고속도로 엄청 막히던데 무슨 일 있었나? 아마 사람들이 휴가 전이라 다 쏟아져 나왔나봐."
"그게 아니라 아침에 사..."
"매일 아침마다 그러는데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 너는 아침에 일찍 나오지?"
"... 그렇지 그렇긴 한데 오늘 아침에는..."
"근데 너는 보통 한 시간 일찍 오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길이 많이 막혔나봐~"
"사실 오늘 아침에 고속도로에서..."

... 이런 상황이되죠 ㅇㅅㅇ



룸메도 그렇고, 어학원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직원들도 그렇고
listen 은 그들의 사전에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회사 일로 이야기할 때면
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을 하기도 전에 자기 할 얘기만 다다다다 쏟아놓고 있는 걸 보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이거 때문에 그런것이고...
아니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 여기서 이런 것일 수도 있으니 이걸 확인해야 해...

라는 말조차 최소 15분이 걸려요 (...)
결국 창고 다녀와서 내 말이 그 말인거 똑같이 듣고 올거면서 ㅠㅠ

룸메하고는 얘기하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그냥 입 다물고 빤히 쳐다보다가
'할 말 다 했어? 나 입 열어도 됨?' 이라고 확인하기 시작하니
왜 중간에 말 안하냐는 식으로 당황스러워 하더라구요.

...아니 너님의 입에 포텐이 터졌는데 내가 어떻게 거기 껴듭니까 ...
어차피 너님 말하는동안 니 뇌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듣지도 않을건데 ㅠㅠ

학원쌤도 한참 자기 얘기 하다가 지쳐서 쳐다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미안, 니가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이러는데 어떻게 대화를 이으라는건지 참 ...



저만 이런가요 ㅠㅠ
저만 이렇게 '대화'를 하는게 힘든걸까요?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며칠 전에 깨달았어요.
대화를 하면서 진저리를 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고 그냥 상대방이 말하는 걸 다 흘려들으면서
온갖 짜증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ㅠㅠ

이미 하려던 말은 다 잊어버렸고 ...

가뜩이나 언어 장벽도 걱정스러워 말을 좀 더 많이 하며 배워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반대로 입을 다물어가니 그것도 그것대로 참 답답하네요.
이민의 시작은 항상 이런걸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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