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제: 『온인지주』
溫人之周는 「온 고을 사람이 주 나라에 갔다」란 뜻입니다.
자상모순自相矛盾과
백마비마白馬非馬에서 궤변詭辯과 역설逆說을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명분名分과 모순矛盾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명분名分과 실체實體가 맞지 않는 것이 모순입니다. 저마다 내세우는 명분이 다를 때, 어떤 명분이 실체적으로 옳은가를 따지는 것이 변설辨說이고요. 실체라고 했습니다. 때로 실체實體는 실제實際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체가 실제와 달라지는 것도 모순입니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것인가 또는 실체는 다른 것이다는 다툼도 생깁니다. 변설이나 역설은 이런 것을 다룹니다. 궤변은 이런 것을 이용하고요.
『온 고을 사람이 주 나라에 가니, 주 나라가 외국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온인溫人지주之周주周불납객不納客). 그를 물어 말하길(문지왈問之曰) 「외국인인가(객야客耶)?」 대답하여 말하길(대왈對曰) 「내국인입니다(주인主人).」그 거리 사람을 물어봤으나 알지 못하여, 관리가 (그로) 인해 (그를) 가두어버렸다(문기항인問其巷人이而부지야不知也리吏인수지因囚之).
임금님이 사람을 시켜 물어보아 말하길(군君사인使人문지왈問之曰) 「자네는 주 나라 사람이 아니면서 스스로 일러 외국인이 아니라니, 어째서인가(자子비非주인야周人也이而자위비객自謂非客하야何也)?」
대답하여 말하길(대왈對曰) 「저는 어려서 "온 하늘 아래 임금님의 땅이 아닌 곳 없고 땅을 좇는 끝까지 임금님의 신하 아닌 이 없다"고 말하는 시를 외웠습니다(신臣소야少也송誦시詩왈曰보천지하普天之下막비왕토莫非王土솔토지빈率土之濱막비왕신莫非王臣). 임금님이 천자天子(하늘의 아들; 임금님들의 임금님)라면 나는 천자의 신하입니다(금今군君천자天子즉則아我천자지신야天子之臣也). 어찌 사람이 신하라 생각하며 또 그가 외국인이라 생각함이 있겠습니까(기유豈有위인지신爲人之臣이而우又위지객재爲之客哉)? 그래서 말하길(고왈故曰) "내국인입니다(주인야主人也)."」 임금님이 풀어주도록 했다(군君사출지使出之).』
한비자韓非子의 설림說林편과
전국책戰國策의 동주책東周策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온 고을 사람이란, 위魏 나라
온溫 고을 사람이란 말입니다. 즉, 위 나라 사람입니다. 이 위 나라 사람이 주周 나라에 들어가며, 자신은 외국인(객인客人)이 아닌 내국인(주인主人)이라고 말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근거가
시경詩經의 북산北山이란 시에 나오는 보천지하普天之下막비왕토莫非王土솔토지빈率土之濱막비왕신莫非王臣이란 귀절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외국인이 아닌 근거가 될까요?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주 나라는 봉토건국封土建國이라는 제도를 썼습니다. 봉토건국제도를 줄여 봉건제封建制라 합니다. 요즘도 쓰는 말이죠? 봉건제는 임금님(왕王)이 모든 땅을 다스릴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은 서울 근처의 땅(경기京畿)을 다스리고, 멀리 있는 땅을 다른 작은 임금님들에게 주어(봉토封土) 나라를 만드는(건국建國) 것입니다. 작은 임금님들은 각각 그 나라의 임금님이지만, 또한 임금님들의 임금님(왕王)의 신하입니다.
명분名分으로 왕王은 하늘의 아들(천자天子)이란 하늘을 대신하는 사람이 되며, 하늘 아래(천하天下) 모든 것을 다스립니다. 실제實際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님에게 복종하지 않는 다른 힘 센 사람이라도 임금님의 아랫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면, 임금님은 세상을 다스리는 명분을 유지합니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왕으로 인정하면, 명분상 다른 쪽은 신하가 되어 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먼 땅을 다스리라고 보냈지만 그곳에서 힘을 키워 훗날 그 또는 그 후손이 임금님의 말을 듣지 않기도 합니다. 여전히 명분상 임금님의 신하이기 때문에 왕은 여전히 천하를 다스린다 생각합니다. 실제實際와 실체實體가 차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 괴리乖離가 커지면, 더 이상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실체가 바뀝니다. 주 나라도 그렇습니다. 원래 주 나라는 왕의 나라였고 다른 나라는 신하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 다른 나라 임금님들도 제각기 자신이 왕이 되어(칭왕稱王) 천하를 하나로 다스리겠다 마음 먹습니다.
춘추시대에 다른 작은 임금님들 가운데 으뜸(패覇)이 되겠다는 생각과 다릅니다. 더 이상 주 나라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게됩니다.
주 나라가 왕의 나라라면 주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반란입니다. 주 나라를 왕의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단순한 나라 사이의 다툼입니다. 온 고을의 역사도 조금 살피겠습니다. 원래 온은 왕의 경기, 왕이 직접 다스리던 땅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춘추시대에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진晉 나라와 진秦 나라가 왕을 도와 반란을 진압했습니다. 왕이 자신의 경기에서 땅을 떼어 상으로 주었습니다. 온은 이 때 진晉 나라의 땅이 됩니다. 나중에 진晉 나라가 한韓 나라와 조趙 나라 그리고 위魏 나라로 갈라지면서 위 나라의 땅이 되었고요. 온은 원래 경기의 한 부분이였어서 주 나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온 고을 사람이 언제 주 나라에 갔는지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다만, 주 나라 임금님은 다른 나라의 간첩(스파이)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마침, 위 나라는 다른 나라들 가운데 칭왕을 먼저 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뒤가 아닐까 싶네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대한민국 헌법 제3조)." 명분상 북한의 공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하나의 나라라는 명분이 있습니다. 남한도 북한도 이 명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는 조금(?) 다르죠? 북한을 실체로 인정할 것인가는 논란이 많은 문제입니다. 북한을 실체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실제의 존재를 말합니다. 주 나라의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 명분으로 주 나라는 왕의 나라입니다. 나라라기 보다는 왕의 경기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왕의 나라는 다른 나라들을 포함하는 것이니까요. 왕은 하늘을 대신하여 하늘 아래를 모두 다스리는 존재인데 어찌 나라를 굳이 따져야 되나요?
온 고을 사람의 대답을 항변으로 보면 이와 비슷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하고(헌법 제2조 제①항),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나 국적이 없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국적법 제2조 제①항 제3호)"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국적법 제2조 제①항)"하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헌법 제3조)"이므로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며,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은 태어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를 가지므로, 북한에 사는 사람이 남한에 들어올 때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이런 논리를 세운 것은 아니고 조금 더 감정적인 대답입니다. 번역하면서 가정법으로 "임금님이 천자라면 나는 천자의 신하입니다"라고 했지만, 번역을 달리하면 "지금 임금님은 천자시고 곧 나는 천자의 신하입니다"가 됩니다.
가정법으로 번역한 이유는 설부의 조금 뒤에 다른 이야기가 있어서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사약을 초楚 나라 임금님께 올렸습니다. 심부름꾼이 그 약을 받아들고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안쪽에 있는 시중드는 사람이 물었답니다. "可食乎(먹을 수 있는가 또는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심부름꾼이 "可(가능하다)"라고 하니 그 약을 빼앗아 먹어버렸답니다. 임금님께 올릴 불사약을 빼앗아 먹어버렸으니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임금님이 그 사람을 죽이려 하니 이렇게 말했답니다. 자신은 심부름꾼에게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심부름꾼이 먹어도 된다기에 먹었을 뿐이라고요. 죄가 있다면 그 심부름꾼에게 있지 자신은 죄가 없다고요. 또, 어떤 사람이 불사약이라고 약을 올렸는데 자신이 먹었다고요. 만일 자신이 죽으면 그 약은 불사약이 아닌 것이고 그 사람은 임금님을 속인 것이라고요. 죄가 없는 자신이 죽으면 임금님은 다른 이에게 속은 바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요. 임금님은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온인지주溫人之周의 얼마 뒤에 이런 이야기를 전하니, 한비자가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명분과 실체를 비교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저 북산이란 시는 나랏일에 열심인 신하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정작 자신의 부모님을 돌보지 못해 왜 자신만 고생을 하는가 한탄하는 시입니다. 왕의 신하가 자신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시를 설명하는 사람은 글자로써 말씀을 해지지 말며, 말씀으로써 뜻을 해치지 말며, 자신의 마음으로써 뜻을 거슬러 올라가 말씀으로써 마침과 같이 그를 얻게 될 뿐이다(설시자說詩者불不이문以文해사害辭불不이사以辭해지害志이의역지以意逆志시위득지是爲得之여如이사이이의以辭而已矣).』
맹자孟子가 문제의 그 귀절을 설명하면서 한 말입니다. 시 전체를 봐야지 한 부분만 떼어보면 안 된다고요. 온 고을 사람은 그 부분을 떼어서 자신의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명분을 밝힌 것인지 아니면 궤변인지는 해석하는 사람에 달렸겠죠. 임금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온 고을 사람이 현명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온 고을 사람이 주 나라에 간 온인지주溫人之周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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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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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1. 제출한 표현은 읽는 법과 의미를 설명한다.예) 가화만사성 -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규칙2. 제시된 소리가 모두 들어간 표현을 만든다.예) 가화만사성 - 加禍謾詐盛(재앙을 더해 속임수가 왕성하다)
규칙3.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표현은 제출할 수 없다.예) 家和萬事成(X) 加禍謾詐盛(O)
규칙4. 제시된 소리의 순서는 바꿀 수 있다.예) 성사만화가 - 成事滿華家(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한 집 또는 成事滿華于家로부터 집에 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예) 성사만화가 - 性事漫畫家...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규칙5.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한다.예) 性事漫畫家(O) 性事畫家만(X)
규칙6. 고유명사는 다른 곳에서 인용할 수 있는 것을 쓴다. 단,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허용한다.
예) 사성만가화 - 師誠謾可化(사성이 가화를 속였다)에서
師誠은 조선 말기 승려(1836년생1910년몰)의 법명이고 可化는 1870년에 진사가 된 원숙교(1828년생)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