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네미쿠라는 애는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나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들어 한국 내에서의 보컬로이드 시장 공략 실패와 애니메 서브컬쳐 문화에서 아이돌 창작물이 흥행함과 동시에 보컬로이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죠.
1.보컬로이드란?
보컬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야마하의 음성합성엔진이며, VSTi(가상악기 라이브러리)입니다. 사람의 음성을 추출, 합성하여 가사를 입혀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기 위해 아직까지도 야마하의 보컬로이드 라이브러리인 VY1, VY2는 대표 캐릭터 없이 발매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음성합성엔진에게 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요?
2.Everyone, Creator
백마디 말보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해준 구글 크롬 CM을 보시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보컬로이드는 소위 코믹스, 소설, 애니메이션과 같은'원작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음성 합성 프로그램이 있을 뿐이지만 누구나 배우기만 하면 이를 통해서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원작이 곧 2차창작의 도구가 되는 셈이지요.
3.설정
동인계의 거물로 자리잡은 동방프로젝트나 애게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아이돌마스터, 러브라이브 모두 기본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기본적인 설정이 잡힌 캐릭터에다가 2차창작에서 기본설정을 가지고 변형하거나 새로운 설정을 부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으로 2차창작의 설정이 기본설정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캐릭터를 보다 "사람같이" 만들어 더욱 친근하고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 줍니다.
여타 캐릭터의 설정에 비해 하츠네미쿠는 굉장히 간소합니다.
이름, 나이, 신장, 체중과 하츠네미쿠를 대표하는 트윈테일과 복장 뿐입니다. 그 흔한 성격조차 단 한줄도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사람다운 매력"을 느끼게해 줄 요소가 적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하츠네 미쿠는 캐릭터로서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굉장히 역설적이지만, 설정이 없는 단점이 역으로 성공의 요인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공식 설정이 없는 대신, 마치 인형놀이를 하듯 자신의 입맛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트윈테일이면 다 미쿠냐"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끊임없는 파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츠네미쿠가 부르는 곡에서도 하츠네미쿠는 얀데레가 되었다가, 츤데레가 되었다가 감정없는 기계가 되기도 합니다.
4.이야기(서사)
기본적으로 서브컬쳐계 작품들은 모두 서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캐릭터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한 껏 뽐냅니다. 서사는 굉장히 단순할수도 있고, 반대로 촘촘하게 짜여져있을 수도 있습니다. 서사 속에 있을때 비로소 무채색인 캐릭터가 자신의 색깔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보컬로이드는 여기서도 극단적으로 서사성이 없습니다. 하츠네미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KEI가 그린 만화책조차 "공식"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비공식"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보컬로이드의 서사는 바로 곡(노래)에서 이루어집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만들어 낸 곡을 하츠네미쿠가 대신 불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5.음악
보컬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음악"컨텐츠입니다. 기존 서브컬쳐의 주류였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에 음악이라는 큰 강줄기를 덧댄 겁니다. 보컬로이드 이전에 동인음악계가 없었던 것은 단연코 아닙니다. 다만 보컬로이드의 흥행을 통해 수많은 보컬로이드P들이 메이저로 진출하게 됩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Melt를 빼놓을 수 없죠.
하츠네미쿠를 사용한 동인음악팀 supercell의 첫 앨범 <supercell>은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아무도 기계가 부르는 노래에 열광할 줄 몰랐죠.
그리고 livetune의 앨범, doriko의 앨범, Exit tunes present앨범까지 오리콘 탑 100안에 하츠네미쿠가 부른 앨범이 총 4개가 동시 랭크됩니다.
이후 supercell은 일약 떠올라 메이저에 진출합니다.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들어보셨던 "네가 모르는 이야기"가 바로 Melt를 작곡했던 ryo의 노래입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너무 기계같아서 불쾌감이 든다고 말합니다. 이는 프로그램상의 한계이고, 앞으로도 보컬로이드가 해결 해나가야할 숙제입니다. 그럼에도 하츠네미쿠가 불렀던 수 많은 곡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재생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