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하고 난 뒤에 저에게 제일 먼저 떨어진 오더는
상대 제품에 대한 분석서를 20p 내외의 PPT로 만드는 것이였습니다
그렇게 부담 가질만한 일도 아니였고, 힘든 일도 아니였습니다
5개월 전부터 내내 하던 것 이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 일을 시작하니 사소한 글씨 크기나 배경 디자인, 삽입해야 하는 이미지들이
조합을 하면 할 수록 너무나도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졌습니다
내용또한 정리를 해도 뭔가 부드럽지않게 꽉 막힌 듯한 느낌이었죠
아 이게 괜찮은 걸까, 남들 눈엔 엄청 웃기게 보일것 같은데, 있어보이게 만들고 싶은데...
이런 생각들이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제대로 진도가 나가질 않았습니다
결국 시간에 쫓겨 어정쩡하게 완성된 상태로 제출되고 말았죠
제 상사의 반응은 '음 괜찮네' 였습니다
매우 무미건조한, 감정하나 없는...
그런 반응은 차라리 혼내는것보다 못했죠
어느정도 혼났으면 자극이라도 받아 더 열심히 했을텐데 그런 반응이라니...
그 뒤로도 다른 오더를 받을때 마다
계속해서 제 기대와는 못미치는 작업물들이 나왔고
저는 점점 더 일을 하기가 힘들어 졌죠
스스로를 갉아먹은 셈입니다
그렇게 3개월동안 10개가 넘는 ppt를 만들었습니다만
제 마음에 든것은 단 한개도 없었습니다
3개월 하고도 2주일 뒤 저는 별것아닌 실수로 상사와 감정싸움을 한 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네! 5개월동안 죽어라 실력 길러놓고 실수 한번에 그대로 퇴사를 했습니다
참 바보같죠? 왜 그랬을까요? 도대체 저는 왜 그랬을까요?
하하 아직은 대답해 드리지 않을거에요
조금 더 제 얘기를 들어 보세요
그 후에는요
다른곳에 면접을 보긴했는데 자신이 없는게 면접관들 눈에 빤히 보였는지
죄 떨어지더라구요 포트폴리오가 괜찮음에도 말이에요
그런식으로 너댓번 떨어지고나니 뭘 하기가 싫더라구요
한 반년을넘게 사람 한번 안 만나고 집안에서 폐인처럼 살았죠
현실도피로 게임이나 하면서 하하하...
아 다른일이요? 아아 이제 말할려했습니다
반년을 그렇게 폐인처럼 지내다가 어느날 거울을 보니 이게 도저히 사람이 아닌거에요
그 몰골을 본 순간 '아 이렇게 살면 안돼겠구나' 라고요
물론 반년동안 거울한번 안봤겠냐마는 그 날 그 순간 갑자기 딱 머리에 그 생각이 난겁니다
그날 침대에 누워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의외로 금방 답이 나왔죠
'사무직 해봤으니 공장 들어가서 기술 배우자'
진짜 어이없죠? 근데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니 잠은 잘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어떻게 했느냐?
기술배우러 공장 들어갔습니다
간단하죠? 하하하
여기저기 인터넷뒤져서 '기술 배우시면서 일하실분' 이거 보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젋은 사람 필요하는 공장 꽤나 많았죠
취직하는것도 쉬웠습니다
면접보면서 '시켜만 주십시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하니까 거기 공장장님이 내일부터 나오라고했죠
그래서 일을 배우는데...어우...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견뎠었는지...
여러분 깡패나 건달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있으시죠
덩치 큰 체격에 스포츠 머리 짧게하고 험악하게 생긴 그런분이요
제 사수가요 파트장이였는데 딱 그런사람이였어요
첫인상이 진짜 범죄영화에서 딱 뽑아온듯한 그런 인상
그렇게 생기신분이 제가 처음왔다고 인사를 하니까 이러는거에요
'형은 길게 말 안한다 잘 따라와라'
당장이라도 그냥 도망가고 싶었는데 면접봤을때 공장장님이
'너그 파트장 갸가 좀 성격이 거시기 해서 막내들 여럿 울리고 맘에 안들면 죄다 딴데로 보내버렸걸랑
그라도 이 바닥에서 기술 좋아가 돈도 잘버는 넘이니까 기왕 하는거 잘 버티봐라'
라고 말한게 생각나서 버티기로 했죠 배울건 많을테니까
네 그날부터 정말 욕이란 욕은 다먹어 가면서 기술배웠죠
아 생기신대로...라고 해야되나 그 형님 진짜 욕잘하시데요
근데 그렇게 욕을 먹어가며 하니 어찌어찌 기술이 늘긴 늘덥니다
재능있다는 인정도 받았구요
제가 말로하니 그런가 보다 하시는분들 많은데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남몰래 몇번 울기도 했습니다
진짜 힘들었어요
폭언 욕설로만 따지면 차라리 군대는 유치원 수준이였네요
그래도 그 형님이 기술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 형님 밑에서 2년만 기술 배우면 다른 공장가서 월급을 2배 3개 뻥튀기 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에요
실제로 그렇게 형님한테 배우고 다른공장 가셔서 잘된 분들 꽤 많댔죠
뭐 여차저차 6개월동안 생고생 맘고생 하면서 열심히 기술 배웠습니다
왜 6개월동안 이냐구요?
공장이 망했거든요 하하하하
사실 공장 운영이 힘들어서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월급이 반으로 줄었다거나
야근을 강제로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해프닝이 두세번 있었어요
그래도 기술 배우겠다는 의지로 그냥 붙어있었던거죠
다행히도 파트장 형님의 도움으로 재빨리 다른공장 면접봐서 3일만에 다시 취직할 수 있었어요
참 병주고 약주고 잘해요 우리 형님 하하하
자 여러분
저번과는 달리 이번엔 바로 같은 업계에 다시 취업을 했군요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 아닙니까? 하하하
그럼 제 과거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하하하 만약 제가 계속 공장에서 일을 했다면 여러분을 이렇게 만날일이 없었겠죠?
- 다른일 마무리 짓느라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반성...
- 원래 2편으로 마무리 지을려고 했는데 3편까지 쓰겠네요!
- 세번째로 쓰는 글이에요 이쁘게 봐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