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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연습] 운전연습
게시물ID : readers_312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신못차림
추천 : 3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3/05 19: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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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 진짜! 아부지 거기서 엑셀을 밟으면 어떡해요!"

잔뜩 짜증이 섞인 아들놈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분명 엑셀에서 브레이크 쪽으로 발을 옮긴것 같은데...
정면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두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마 진로에 사람이 있는걸 보고 미리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 (실수로 엑셀을 밟았지만)
약간 멀찍한 곳에서 멈출 수 있었다.

"아이고 미안타 어디 다친데 없니?"

나는 차에서 내려 아이들에게 사과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약간 놀라기만 했을뿐 다치거나 하지않았다.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보내주려했으나 금세 둘이 꺄르륵 거리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 올라탔다

"아부지 엑셀이랑 브레이크랑 구별도 못하면서 무슨 운전을 하신다해요? 

운전석에 앉자마자 아들놈이 화를 냈다.
이놈은 지 아버지가 손 덜덜 떨어가며 연습을하는데 격려를 못해줄망정 운전연습을 하는 내내 짜증을 냈다.

"아 그래서 연습하잖아"
"아무리 연습이라도 그렇지 그게 헷갈리면 어째요"
"실수로 엑셀 밟자마자 빠르게 브레이크 밟은거 못봤어? 금방 적응할 수 있어"
"에휴 오늘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랑가 몰라"
"..."

한 순간 나도 짜증이 확나서 한마디 하려했으나 아들이 하루이틀 짜증내는것도 아니고, 주말에 쉰답시고 신나서 게임하는놈을
데려와 앉혔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한 15분 정도 동네 근처 도로를 돌면서 연습을 하는데 아들이 말했다.

"이제 집에가죠 꽤나 오래하신거 같은데 "
"그래 알았다."

기왕 연습 하는거 동네 몇바퀴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나도 사실 가슴이 쿵덕쿵덕 뛰는데다가 점점 팔이 아파오기 시작하던 차였다.
집에 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점점 자신감이 불어났다.
운전 참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대견하여 아들에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야 봐라 느 아부지 몇 십년 전에 장롱면허 따놓고 처음인데 이래 스무스하게 운전하는거"
"네 참 잘하시네요"

딱 봐도 영혼없이 대답하는 아들이었지만 긴장이 풀려가니 계속 떠들게됬다.

"어? 야 이정도면 진짜 운전 잘하는거 아니냐"
"네네 잘하시는거 맞네요"
"이게 다 센스야 센스, 넌 이게뭐라고 실기를 한번 떨어지기 까지하냐? 난 한번에 합격했는데" 
"아 뒤에오던 스타렉스가 저 엿먹어보라고 칼치기 들어와서 떨어진걸 어쩌라구요"
"나 같으면 영화처럼 피했다"
"전쟁영화였겠지..."

아들이 들으라는듯이 하는 혼잣말을 무시한채 나는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담주 주말까지만 같이 타줘라 그뒤론 알아서 할테니"
"아무리 그래도 꼴랑 두번 연습으로는 혼자 힘들어요 좀 더 연습해야되요"
"괜찮아 별거 없드만 뭘"
"..."
"근데 나 진짜 잘하지 않았냐"
"아 잘하셨으니까 그만하세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실려그래요? 사람은 겸손해야된다고 가르치시던 분이"
"안나 인마 딱봐라 다음주면 니보다 더 잘 밟고 나갈테니"

역시 남자는 자신감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토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운전연습을 봐달라 하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잔다. 무슨 경쟁전이 어쩌구 하면서 이해못할 말을 한다.
점수가 떨어진다나? 중, 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떨어지다 못해 지구 내핵까지 가던놈이...
게임 잠깐 멈춰놓고 한 시간 정도만 봐주면 되는데 그거 귀찮아서 안도와주냐 라고 쏘아붙이려다가
헤드셋을 쓰고 얼굴이 시뻘게진채 모니터를 향해 연신 뭐라뭐라 외치는 아들을 보니 뭔말을 해도 안듣겠다 싶어 그냥 혼자 운전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그럼 나 혼자 동네 몇바퀴 돌다 온다?"

하고 말하는데도 아들은 듣지 못하는거 같았다 아니 안듣고 있는거 같았다.

"에라 썩을놈..."

아들의 지원을 포기한 나는 아들의 방에서 차 키를 찾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운전대를 잡으니 아드레날린이 솟는것 같았다.
그 뒤로 20분동안 단 한개의 실수도, 트러블도 없이 멀쩡히 동네를 돌았다. 
오히려 동네는 너무 루즈하다고 느껴져 가까운 도로로 나가 두 세바퀴 돌기까지했다.

'봐라 운전 얼마나 쉬우냐'

연습의 내용에 만족한 나는 만면에 씨익 웃음을 띄우며 집근처 어린이 도서관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 집으로 가려했다.
집으로 가면 아들에게 무용담을 한 껏 뽐낼 생각이였다.
'실기시험은 왜 떨어졌냐' 라는 말과 함께...




.............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나있다.

벌써 4판을 아군 때문에 내리졌다.
일부로 적군에게 죽는 것은 기본이요, 아군의 울화통을 터트리려고 작정하여 채팅으로 놀려대기 까지 하니
이쯤이면 내가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게임을 하는건지, 받으려고 하는건지 구분이 안간다.

깨져가는 멘탈을 부여잡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지만 아군이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이번판도 글렀다.
한창 채팅으로 열심히 욕을 하는 도중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야 잠깐 집앞에 어린이 도서관 주차장으로 나와봐라"
"왜요 무슨일인데요"
"충돌사고 났으니까 좀 나와봐"
"...???"

들어보니 주차장에서 유턴을 하던 아버지가 실수로 엑셀을 꾹 밟아 주차되있던 트럭을 받았다고 했다. 그것도 대형 화물 트럭...

나는 재빨리 뛰어 나갔다.
아... 좀 기다리시라니까 그새를 못참고 가셔서...
그렇게 잘난체 하시더니만

주차장에 도착하니 화물차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버지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전혀 다치지 않으신듯 했다. 화물차는 범퍼가 꽤나 찌그러져 있었다.
어휴 그나마 유턴중에 박아서 이정도로 끝났구나..
나는 사고가 그렇게 크지않고, 아버지도 멀쩡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마티즈를 본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유턴중였다며!!! 유턴중에 박은거라며!!!!

그야말로 처참했다 범퍼는 물론이요, 본네트의 삼분의 일이 아작이 났다. 
누가보면 화물차가 가해차량인줄 알겠다. 이거 진짜 유턴하다 박은게 맞긴 한건가?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으나 아버지는 나를 외면하셨다.

..................


집근처 정비소로 가는길
아들은 계속해서 나를향해 잔소리를 했다.

유턴을 하는데 얼마나 세게 엑셀을 밟았으면 차가 이지경이 났느냐고 같은말을 계속반복했다.

"아니 주위에 다른곳 멀쩡히 잘 돌다가 마지막에 유턴 한번 실수해서 그런거라니까"
"미치겠네 진짜 무슨 유턴을..."
"그러니까 좀 같이 봐달라니까..."
"제가 같이타면 뭐 엑셀 살살 밟아진데요?"
"그건 아닌데..."
"저번주에는 당장이라도 카레이서로 전직할 것처럼 말하셨으면서"
"그만...됐다.."

저번주에 했던 나의 경솔한 자만심이 되돌아와 나를 후려쳤다.
더 이상 이 얘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차에서 뛰어내릴 것만 같았다.
화제를 돌리자.

"그나저나 화물차 양반 좋겠네 한번 사고난 범퍼 내가 또 박아줘서.."
"뭔 붕대같은걸로 감아놨더만 엄청 고마워 하겠네요"
"..."

그랬다. 

그 화물차는 이미 한번 사고가 나서 범퍼를 대충 수리만 해놓은 차였다.
바꾸기엔 뭐하고 미관상 별로였던 계륵같은 범퍼를 내가 친절하게도 아주 보내준 것이다.

그렇게 범퍼비 몇십만원과 차량 수리비 백 몇십만원을 나의 자만심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아들은 더 쏘아붙이려 하는 눈치였으나 나의 자존심을 위해서인지 정비소를 나온뒤로 더이상 사고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 뒤로 운전연습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실화를 각색해서 썼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써본 글입니다 이쁘게 봐주세요 ㅜㅜ
-글을 더 쓰고싶습니다. 피드백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차는 얼마안가 폐차했습....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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