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양복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굳은살을 갈아입어 본다
가장은 잃을 게 많아져 재미없는 사람 되는 거라던 그 말이
반항적으로 귓등에 흘린 줄 알았는데 기억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십 원짜리가 잡힌다
한 번 끊었다 할 작심을 언제 다시 문 건지 꽁초도 나오고
싯누렇게 해진 안감에서 보풀이 떨어진다
단추 몇 개가 빠졌고 옷깃은 늙은 새 날개처럼 볼품없다
주머니 이곳저곳 살피다가 어쩐지 시원한 손가락이 구멍을 찾았다
터진 실밥이 묻는다. 그래서 아버지의 젊음도 바람 따라 새어나갔을까
넥타이 여미는 거울 속 모습이 오늘따라 낯설 만치 닮아 웃음이 났고, 눈물이 다 났다.
단 한 벌밖에 없는 옷. 단 한 분밖에 없는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