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대학 자유게시판
201X년 2월 27일 20시 32분
**제목 : 사장 새끼 때문에 진짜 군대로 도망쳐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어쩌면 좋냐?**
진짜 고민 중이다. 군대 지금 갈 계획 없었지만 그래도 거기가 제일 안전한 것 같다.
지금도 집에 있는데도 사장이 쳐들어올까 봐 잠이 안 온다. 진짜 학교 근처에서 누가 죽으면 나니까 신고 좀 해주라.
알바하던 가게 사장 새끼가 날 잡아 죽이려고 한다. 글이 막 두서없더라도 이해 좀 해주라. 지금 겁나 무섭다.
썰을 풀어보자면 학교 앞 먹자골목에 3nd라는 퓨전 와인 바에서 알바를 했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 사장이 몇 번 찾아가면 동생들 왔냐고 반갑게 맞이하고 형처럼 구는데 다 영업 전략이고 사기다.
나한테도 항상 형처럼 대하라고 해놓고는 매일 포스트잇에 지시 사항 빼곡히 적어놓고 하나라도 안 돼 있으면 죽어라 갈구곤 했다. 형이 인생 살아보니 이것도 못 하면 인생 살아갈 수 없다고 설교는 오지게 하고. 자기가 어떻게 젊은 나이에 가게 사장이 되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랑에, 설교에 진짜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꼰대가 따로 없었다.
일 빡빡한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진짜 동생 같으면 더 챙겨주진 못하더라도 줄 것은 제대로 줘야지. 매일 꼭 퇴근 시간에 쓰레기 버리기랑 마무리 정리 이것저것 시키는데 하고 나면 30분, 40분 퇴근 시간을 넘긴다. 새벽 2시나 되어서 끝나는데 그때 30분이 얼마나 큰지 알바하는 애들은 다 알거라 믿는다. 그런데도 나중에 월급 들어오는 거 보면 퇴근 시간 넘겨서 일 한 것은 빼고 계산하더라. 대신 5분이라도 지각하면 30분 단위로 시급을 까고 진짜 엿 같았다.
그래도 처음 해보는 알바고, 자기가 먹자골목 상인회 회장인데 여기서 금방 그만두는 애는 어차피 싹수가 노래서 못쓴다. 이 근방 상인들 블랙 리스트에 올려서 아무도 못쓰게 한다고 하는데 그때는 순진하게 그걸 믿었다. 넌 그런 애들이란 다르잖아? 그러는데 웃긴 게 또 그럼요. 하면서 맞장구치고 그랬다.
그런 내가 호구같이 보였는지 사장 새끼가 날 엿 먹이더라.
3nd가 나름 퓨전 와인바라서 제법 비싼 와인도 있다. 학생들이야 스파게티나 또띠아에 몇만 원짜리 와인 정도나 시켜 먹지만, 가끔 아저씨들이 와서 비싼 와인을 시키기도 했다. 병에 남은 것을 주로 키핑 시키지만, 잔에 조금 남은 것은 그냥 두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아저씨들이 먹던 잔이라 더럽긴 하지만, 자리 치우면서 보면 고민하게 되더라. 백만 원, 이백만 원짜리 와인이라서 호기심에 잔에 남은 거 홀짝 마신 다음 치우기도 하고 몇 번 그랬다. 먹어보면 내 입맛이 초딩 입맛인지 진짜 엄청 떫고 이상하기만 하고 3, 4만 원짜리가 더 맛있더라. 그래도 비싼 거니까 먹어보고 싶었다.
저번 주에는 이백만 원짜리 와인을 시킨 아저씨들이 있었다. 서로 이사장 박사장 하면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영업 시간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가더라. 그런데 마지막에 시킨 와인이 반 이상 남았는데 키핑을 안 시키고 갔다. 내가 물어보는데도 그냥 필요 없어. 하더니 가버렸다. 그때 분명히 사장이 옆에서 듣고 있었다.
사장한테 어쩌냐고 물어보니까 키핑 안 시켰으니까 같이 먹자는 거다. 자기가 잘 아는 사장님인데 남은 거 관심 없는 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잘 알기는 개뿔. 지금 생각해보면 입만 열면 뻥이었다.
아무튼 퇴근할 때 돼서 고민 좀 됐는데, 이백만 원 넘어가는 와인 중에 안 먹어본 와인이라 같이 마시기로 했다.
사장 설교에 네, 네 해주면서 마시는 데 와! 진짜 혀로 극락을 봤다. 인생 와인을 거기서 만났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니 만나자마자 이별이라 한잔, 한잔 아주 각별하게 마셨다. 진짜 좋더라. 너희들도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거 먹어라. 인생의 행복은 돈이구나 싶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그 아저씨들이 또 와서 전에 키핑해 놓은 와인을 내놓으라는 거다. 와! 진짜 딱 ㅈ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사장이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고 또 사장 말대로 먹은 거라 사장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사장을 돌아보는데 사장이 튀어 나와서 나한테 그거 어쨌냐는 거다.
어이가 없어서 어버버 거리니까. 아저씨가 키핑 시켜놨는데 없냐고 따지고. 딱 보니 생각해보니 아까워서 키핑 해놨다고 우기고, 없으면 새 병으로 내놓으라는 기세였다.
사장은 손님이 키핑 주문하신 거 맞아? 하고 나한테 물어보면서 교묘하게 나랑 아저씨 문제로 엮어 가더라. 난 당연히 키핑 필요 없다고 하셨다고 하는데 아저씨는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카운터에서 큰소리로 사장한테 따졌다.
그때 사장이 야 어제 너 남은 와인 마시던데 그게 그거 아냐? 하더니 이 도둑놈의 새끼가! 하면서 내 뺨을 때렸다. 장난 아니라 엄청 세게 때려서 철썩 소리가 났다. 살면서 내 볼이 그렇게 명확하게 철썩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바보같이 한마디 못하고 눈물이 핑 돌더라.
그러면서 사장이 아저씨한테 CCTV 있으니까 키핑해 놓으라는 말씀하신 영상 들고 가자고. 이런 도둑놈의 새끼를 같이 콩밥을 먹이러 가자는 거다.
CCTV에 소리가 녹음될 턱이 있나? 아픈 와중에 듣기에도 웃기는 소리인데, 사장의 살벌한 기세 때문인지, 아니면 그걸 모르는 건지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던 아저씨가 괜히 흠흠. 거리며 헛기침을 하더니 됐고. 서비스나 왕창 달하고 하더니 자리로 가서 앉더라. 가면서도 너 이 새끼 운 좋은 줄 알아 하는데 진짜 진짜 ㅈ 같았다.
사장 새끼가 그 뒤에 아 별 그지 새끼가 찾아와서 난리라고 그러더라. 난 솔직히 그때 사과 한마디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새끼야 그러게 왜 남은 걸 먹어? 네가 거지야? 하고 내 덕에 무사히 넘어간 줄 알아라? 그러는 거다. 진짜 어이가 가출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러더니 또 나보고 그 아저씨 테이블 서빙 보고 죄송하다고 싹싹 빌라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그 새끼랑 더 엮이지 않고 홀복 집어 던지고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는 분위기에 밀려서 바보처럼 시키는 데로 눈가랑 볼이 시뻘게져 가지고 그 테이블에 가서 주문 받고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다. 비참했다. 진짜 죽고 싶더라.
이걸 참고 넘어가야 하는가, 똥 밟았다고 넘겨야 하나 생각도 해봤지만, 집에 와서도 진짜 분해서 손이 벌벌 떨리고 살 수가 없었다. 결국 어떻게든 복수하기로 했다.
복수하기로 정하고 나서도 어떻게 엿 먹일지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사장이 미자들 신분증 검사는 진짜 철저히 시켰었다. 애새끼들 때문에 2번이나 걸렸다고 3회째 걸리면 영업장 폐쇄라고 엄청 신경 썼던 기억이 번뜩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같았다. 고딩 후배들에게 연락했다. 진짜 끝내주는 와인 먹게 해준다고 우리 가게 와서 먹고 미성년자 음주한다고 신고하라고 했다. 쪽팔렸지만 내가 당한 일 말해주니까 애들이 꼭 하겠다고 하더라. 자기 일처럼 열 받아 하는데 진짜 고마워서 울 뻔했다.
가게가 바쁠 시간에 맞춰서 애들을 불렀다. 어차피 신분증 검사는 거의 내가 했고, 사장이 해서 걸리더라도 다른 애들에게 또 부탁하면 될 일이라 특별한 작전은 짜지 않고 교복만 입지 말고 오라고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장은 나보고 애들 쪽 테이블 검사를 맡겼다. 주문도 내가 받았다. 처음엔 싼 거 주문 넣었다가 사장이 잠깐 다른데 보는 사이를 틈타서 그날 먹은 이백만 원 짜리 와인도 추가 주문을 넣고 서빙까지 해버렸다.
사장 몰래 서빙 하는데 혹시 이쪽 볼까 봐 심장이 떨리기도 했지만, 뺨 맞은 일 생각나고 그동안 엿 같았던 일들도 몰아서 복수 한다고 생각하니 엄청 통쾌했다.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애들에게 눈짓하니까 한 애가 전화기로 술집에서 미성년자가 술 마신다고 신고를 하고서는 어서 먹어야 한다고 낄낄댔다. 진짜 복수 달성 직전이었다.
애들이 술을 한 잔씩 먹을 때쯤 다른 테이블에 가서 형, 동생 하며 떠들고 있던 사장이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리고 포스기를 살피더니 표정이 싹 달라지는 거다.
포스기에는 테이블 번호별로 주문 금액이 찍히는데, 이백만 원짜리가 찍혀 있고 애들인 거 딱 보더니 나한테 애들 신분증 검사했냐고 묻더라. 내가 예? 사장님이 하시지 않았어요? 하니까 날 겁나 노려보더니 얼굴이 엄청 붉게 변했다.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았다.
처음엔 당한 걸 갚아 주는 것 같아 통쾌했다. 그런데 시뻘건 얼굴로 노려보는 눈이랑 딱 마주치니까. 와. 그때 진짜 오줌 지릴 뻔 했다. 눈에 살기가 돈다는 말뜻을 그때 알았다. 눈깔이 번들거리는 게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솔직히 겁 먹었지만, 속으로 그래 봤자 어쩔거야 곧 경찰 들이닥칠 텐데 하고 있었다. 그때 사장이 갑자기 주방에 들어가더니 스파게티 면을 잔뜩 냄비에 담더니 토치로 불을 붙였다. 뭔 미친 짓인가 싶었는데 금방 연기가 자욱해지고 사장이 화재가 났으니 침착하게 비상구로 나가세요. 하고 소리쳤다.
손님들이 놀라서 뛰쳐나가고, 내 후배 애들도 말릴 새도 없이 우르르 도망쳤다. 사장이 손님이 나간 후에 냄비에서 불타고 있던 스파게티 면발에 물을 부어서 끄고 밖으로 나갔다. 나도 따라 나갔는데 그때 때마침 경찰들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손님들은 다 밖에 있고, 불이 나서 오늘 영업 못 한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경찰들도 신고를 받긴 했는데 증거가 없으니 불조심 당부나 좀 하고 마는 분위기 였다. 애들이 이 가게에서 술 먹었다고 명찰을 붙인 것도 아니고... 옆에 서서 한마디 못하고 지켜 보는데 속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CCTV가 있긴 했는데 그때는 뭐라고 주장할 상황도 아니고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경찰들과 손님들, 후배들도 그대로 돌아가고, 사장이 얼굴 완전히 굳어서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나도 완전히 쫄아서 따라 들어갔다.
가게에는 여전히 인기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연기는 자욱하지,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한 사장은 애들 있던 테이블에서 이백만 원 짜리 와인 한번 보고, 날 한번 노려보고 하는데 진짜 지옥의 한 장면 같았다.
굳어서 보고만 있는데 사장이 그 와인 병을 거꾸로 쥐고 내게 걸어왔다. 레드 와인이 피처럼 꼴꼴 하면서 바닥에 뿌려지는 게 진짜 네 목을 따서 이렇게 피를 뿌리겠다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글로 쓰니까 그때 분위기가 안 사는데 진짜 사장 눈은 날 죽이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대로 도망가는데 뒤쪽에서 와인병이 날아와 계단에 부딪혀 깨졌다. 다행히 맞지는 않았다.
그 뒤로 연락도 안 받고 집에 박혀 있다. 사장 얼굴이랑 눈빛 생각 날 때마다 무슨 해코지 당할 것 같아 무서워 죽겠다. 알바 시작할 때 지금 자취방 주소 적은 것도 생각나고...
난 복수한 것뿐 인데 무섭다.
최근에 3nd 가본 애들 가게 분위기 좀 어떠냐?
나 군대 가야 할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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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X년 2월 27일 20시 40분
미하른 : 소설 잼 ㅋㅋㅋㅋ
201x년 2월 27일 20시 40분
컬투234 : ㅈ나 억울하긴 했을 텐데 영업정지 시킬려고 한 건 심했다. 뺨 맞았다고 살인 계획 짠 격.
201x년 2월 27일 20시 41분
미니 : 아니 그래도 피해자를 욕하면 안 되지. 사장 새끼가 먼저 인성 질 했구먼.
201X년 2월 27일 20시 42분
컬투234 : 후배 애들 부르기 전까지나 피해자지 지금은 같은 가해자지. 아빠가 자영업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건 진짜 너무 나갔음.
201x년 2월 27일 20시 42분
최강컴공07 : 사장 ㅁㅊㅅㄲ
201x년 2월 27일 20시 42분
미하른 : 님들 각도기 알아서 챙기셈. 소설임.
201x년 2월 27일 22시 03분
소향 : 사장 순발력 무엇!
...
201x년 3월 1일 15시 30분
낸시 : 어제 갔었는데 여자 알바생 있고 가게 분위기 밝던데. 동생들 왔냐고 반겨 줌. 알바생 예쁘더라 ㅋㅋㅋ
...
201x년 3월 3일 15시 33분
김말석 : 야.. 근데 얼마 전에 3동 쪽에 화재 있지 않았냐? 그쪽 자취방 많잖아?
201x년 3월 3일 15시 35분
미하른 : ㄷㄷㄷㄷ
201x년 3월 3일 15시 36분
컬투234 : ㄷㄷㄷㄷ
201x년 3월 3일 15시 37분
미니 : ㄷㄷㄷㄷ
201x년 3월 3일 15시 37분
소향 : ㄷㄷㄷㄷㄷ
201x년 3월 3일 15시 40분
미하른 : 아니, 그래도 숲속 친구들 되지 말자. 작성자 나와라 어찌 됐냐?
...
...
201x년 3월 20일 23시 59분
카누 : 아니 작성자 애는 무섭게 왜 아직도 댓글을 안 달아? 군대 갔냐? 누구 근황 아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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