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밑에 계신분이 2013 호주 워킹할레데이를 쓰셨길래 저도 추억을 되돌아볼 겸 글을 써봅니다.
때는 2003년 10월 군대 제대후 예비역이 된 난 대학 졸업 전에 외국물이라는 것을 먹어 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지 세상물정 모르는 그냥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나 하는 피씨방 죽돌이었다.
어느 날 친한 학교 동생이 옆자리 배불뚝이 플랫완전 평면 모니터에서 무엇인가 영어로 된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궁금한 나머지 내가 다가가서 "xx야 너 지금 뭐하고 있어? 이놈이 야동볼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나" 하면서 혀를 차고 있는데, 동생이 "형 이거 호주 워킹할리데이라는건데 가서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벌고 숙식해결하고 1석3조래!!!" 하는 거였다. 깜짝 놀란 나는 "헉!!! 형도 같이 데려가줘라 나도 호주가보고 싶어 ㅎㅎ 가서 쏼라쏼라영어도 하고 금발미녀도 보고싶어!!!" 웃으면서 그 동생이 알았다고 하며, 나의 application까지 작성을 해주었다. 난 세상 어찌 돌아가는줄도 모르고, 허허실실 웃으며 그 동생 꼬리만 졸래졸래 따라다녔는데, 이 때 이 PC방에서의 에피소드가 40이 다되어가는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생각도 못했다.
몇일 뒤, 그 동생이 나한테 다가와서 "형 나 비자 나왔어... 형은 받았어?" 라고 묻길래...... "야 나 이상한 메일이 왔는데 뭐라하는지 모르겠다 한번 봐주라"라고 했다. 그 동생이 내 이멜을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 형 결핵있어?" 라고 놀래며 물었다. "엥? 결핵? 난 그런거 모르는데? 난 담배도 안피고 술도 안먹고 피씨방에서 오락만 하는데 내가 왠 결핵???" 난 그당시엔 결핵이 전염되는건 줄도 몰랐었다. 아무튼 결핵은 누군가에 의해 전염된다고 하니, 워킹비자를 받으려면, 병원가서 결핵약 6개월치 먹고 완치된 소견서들고 다시 제출을 하라는 내용이 이메일에 적혀있었던 것이었다. "에휴... 내 인생... 호주 가겠다고 주변에 죄다 떠버릴고 다녔는데... 인생이 이리꼬이다니... 게다가 휴학계까지 내놨는데... 1년동안 뭐하고 지내나..."
몇일 뒤 친한 동생은 호주로 워킹할리데이를 떠나고, 난 호주워킹할리데이는 포기하고 학교앞 피씨방에 남아 이래저래 놀고 있던중, 다음까페 뉴질랜드 이야기를 발견했다. 까페내용을 뒤져보던중 "어? 뉴질랜드는 비자 없이 가도 그냥 3개월 관광비자 주네?? 그리고 그 와중에 학원등록하면 학생비자로 바꿔주네??? 어라? 신세계네?? 비행기표만 끊고 가면 되는거야?" 혼자 주절주절거렸다. 호주는 이미 워킹할리데이비자를 거절 당했기에 관광비자로도 입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와... 이거야...." 무릎을 탁치던 나는 뉴질랜드이야기에서 출국날을 맞춘 동갑친구와 3살 형님과 비행기표를 끊었다. 우리셋다 아무것도 모르고 영어도 못하고, 뉴질랜드엔 숙소도 없고, 지인도 없고.... 일단, 출국하고 보자는 20대젊은이의 마음가짐으로 비행기에 몸을 싫었다. 긴장해서 기내식도 패스하고, 마침내 뉴질랜드 공항에 내렸다.
이제 시내를 버스타고 가야되는데... 첫 관문이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제길.... 이 버스가 시내로 가나요? 를 영어로 어떻게 해야하지??? 이즈 디스 버스 이즈 고잉투고투 더 시티? 이거맞나?" 이 문구를 수백번 주절거리며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며 기사 아저씨에게 " 이즈디스디스이즈.... 아.... 투고투고.... 시내??? 읭??"
2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