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조(주01) 영웅과 관계있는 듯한 전하지 않는 기이한 이야기를 얻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현혹시켜서 묻고자 합니다. 오득기사吾得奇事 사계사조似系射雕 비유전지非有傳之 혹진혹가惑眞惑假 소이자문所以諮問 이야기는 이와 같습니다. 설운說云
예전에 적토마(주02)를 타고 싶어 만약 이름난 말에 대해 들으면 반드시 그것을 구하여 얻어내고 부지런히(또는 억지로) 훈련시켰으나 한혈마(주03)를 얻어내지 못한 동사(주04)의 후손이 있었다. 석유昔有 동사지예東邪之裔 욕승적토欲乗赤兎 약문명마若聞名馬 필구획지必求獲之 면강조교勉强調敎 이부득한혈의而不得汗血矣
북협(주05)의 후손이 사제가 말을 채찍질하는 것을 말리며 말했다. 『둔한 말을 죽이는 일이다. 이는 소홍(주06)이 아니어서 천리를 달릴 수 없고 그래서 죽음에 이름을 당할 것이다(또는 그래서 마땅히 죽음에 이른다).』 북협지손北俠之孫 지사제편마왈止師弟鞭馬曰 시벌노마是伐駑馬 차비소홍야此非小紅也 불능천리不能千里 내당지폐乃當至斃
동생이 따르지 않고 대답하여 말하였다. 『(말을) 사육하는 것으로 봐주세요. 우리 마굿간에 말이 많은데 살찌우고 단련시켜 굳세게 만듭니다. 집의 말에 만족하면 용마(주6)를 이루는데 쓸모가 없습니다.』 제弟불순이대왈不順而對曰 남이사覽以飼 아사다마我舍多馬 비련위필肥練爲駜 족가지마足家之馬 불취성룡不就成龍
곽(주07)이 웃으며 말했다. 『물고기는 구리(주08)를 달린다. 용마를 구한다면 그것을 낚아보는 것이 어떤가(그것을 낚는 것이 낫다). 동생은 삼장법사(주09)를 들어보지 못했는가?』 곽소왈郭笑曰 어주구리魚走九里 구구용마苟求龍馬 불여조지不如釣之 제弟불문삼장호不聞三藏乎
동생이 말이 없어져 도화도(주10)로 돌아가 낚시를 하는 것이 날을 지났다(하루 왼종일 낚시만 했다). 물고기를 낚으면 그것과 작은 낚시대를 버리고 큰 것을 준비했다(계속 더 큰 낚시대를 준비해 계속 더 큰 물고기를 낚으려 했다). 제弟묵연默然 귀어도화도歸於桃花島 구어자경일鉤漁者竟日 로어撈魚기기여소간棄其與小竿이비대而備大
문파 사람들이 이를 괴이하게 여겨 장문인(주11)에게 알렸다. 파인괴지派人怪之 고어장문告於掌門
곽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가 공(주12)를 버림이 이와 같다. 좋은 어부는 가지지 않는다.』 곽탄왈郭嘆曰 타他잉공여차扔功如此 선어부비취야善漁夫非取也
주01: 사조射雕 - 사조수射雕手(독수리를 쏘는 사람) 곽정郭靖. 주02: 적토赤兎 - 적토마赤兎馬는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는 유명한 말이다. 여기서는 적토마처럼 좋은 말을 뜻한다. 주03: 한혈汗血 - 적토마는 한혈마汗血馬였다 한다. 한혈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말의 품종으로 달릴 때 피를 흘리는 것 처럼 붉은 땀을 흘린다. 이 이야기에서 말을 때려 피가 났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주04: 동사東邪 - 곽정의 장인 황약사黃藥士를 달리 부르는 이름. 황약사의 딸은 광정에게 시집갔으므로 황약사의 후손 또한 곽정의 후손으로 봐야하는 듯 하나 확실하지 않다. 사제라 부르므로 친동생은 아닌듯 하다. 주05: 북협北俠 - 곽정을 달리 부르는 이름. 주05: 소홍小紅 - 곽정이 타던 말. 이 또한 한혈마로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 한다. 주06: 용마龍馬 - 매우 잘 달리는 좋은 말. 주07: 곽郭 - 곽정의 후손. 주08: 구리九里 - 약 5Km. 주09: 삼장三藏 - 삼장법사三藏法師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백마와 함께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려 여행했다. 삼장법사의 백마는 삼장법사의 말을 잡아먹은 용이 변한 것이라 한다. 주10: 도화도桃花島 - 동사 황약사 소유였던 섬. 주11: 장문掌門 - 장문인掌門人은 무술집단인 문파를 책임지는 우두머리를 말한다. 이 이야기에서 곽정의 후손을 말하는듯 하다. 주12: 잉공扔功 - 공功이 무엇인가에 따라 말의 뜻이 달라진다. 동생은 모든 것을 버리고 섬에 들어가 계속해서 더 큰 물고기를 낚고자 한다. 무술집단에서 공이라 하면 보통 무공을 뜻한다. 만일 공이 무공이라면, 무공을 버리고 좋은 낚시꾼이 되려 한다고 탄식하는 말이다. 또한, 동생은 이미 잡은 물고기를 가지지 않고 계속해서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준비만 한다. 물고기를 잡은 것은 공을 이룬 것이다. 직업으로 낚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낚시의 본질은 물고기를 잡고자함이 아니고 다른 것을 낚고자 함이다. 작은 물고기에 욕심내지 않음도 좋은 낚시꾼이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