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오덕 컨텐츠에 대한 멸시는 상당히 오래되고 일방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세 가지 정도로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인식의 난이도입니다. 많은 오덕 컨텐츠는 그림으로 표현됩니다. 만화와 애니는 물론 라이트노벨이라도 표지와 중간에 반드시 일러스트가 들어있고, 표현 방식은 직관적입니다. 쉽게 말해 보는 데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덕 컨텐츠의 생산이 많은 노력의 결과임은 간과합니다. 음악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A라는 사람의 음악 취향은 아이돌 음악이고, B라는 사람의 음악 취향은 클래식이라고 합시다. 딱 감이 오시지 않나요? 원래 아이돌 음악이나 대중 가요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듣기 편하게 만드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듣기에 어렵지도 않고 구성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클래식은 가사도 없고 음악의 감상에도 어느 정도의 음악지식이 없으면 그냥 지루한 음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돌 음악은 듣기 편하지만 무시하고 클래식은 듣기 힘들지만 무시하지 않지요. 하지만 어떤 음악이든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둘 다 높은 음악적 기술이 필요하고 결코 어느 한쪽이 쉽거나 어렵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인식하기 쉽다고 (컨텐츠의 품질을 떠나) 들어간 노력을 간과하고 수준 낮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오덕 컨텐츠의 시각적 특성에 의해 더욱 강화됩니다.
둘째, 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시지요? "그걸 한다고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맞습니다. 원래 취미에서는 돈이나 쌀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나와서도 안 됩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그 순간 나는 노예가 되어야 함과 거의 동일합니다. 주인과 노예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해서 하면 주인, 남이 시켜서 하면 노예입니다. 돈을 가진 주체의 요구에 맞춰주어야 나에게 돈이 들어옵니다. 직장인은 사장에게, 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고객에게 나의 욕구와 의지를 꺾는 대가로 돈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취미는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취미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돈이 안되는 시간의 소중함보다는 돈의 가치를 우선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취미가 진짜 돈이되는 경우 태도가 싹 돌변하거나 입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셋째, 실제로는 별로 권력이 없는 개인이 다수에 편승해 소수자를 억압함으로써 권력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입니다. 가장 주관적이고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세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1. 오덕은 싫다고 하면서 원나블은 본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논리학에서 '다수의 오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순히 대중에 기대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는 오류입니다. 원나블을 보는 자신은 다수에 속하기 때문에 옳고 다른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오덕이고 비난받아도 할 말 없는 대상이라는 논리입니다.
2. 반면 소수에 속하는 취미라고 해도 힘(다양한 기준으로 설명이 됩니다)이 있는 계층의 취미라면 사람들은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외제차, 골프, 요트, 사교파티(?)등의 여러 고급취미들은 즐기는 사람이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3. 마지막으로 가끔 애게나 게시판에 자식의 취미를 부정하는 부모님에 대한 글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포스터나 만화책을 찢는다거나 몰래 버렸다는 사례를 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개입해서 자식의 취미를 부정하는 것은 본인의 권력의 행사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부모라는 정당성과 지위를 이용해서 자식의 의지를 꺾는 것에서 권력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식을 한 개인으로서 존중한다면 이해는 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부정까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한 부모가 다른 집 자식에게는 이런 것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권력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부모 간에 어떠한 관계가 형성되면 그 정도에 따라 개입을 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이처럼 권력, 속칭 '오지랖'은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입니다.
재밌으셨나요? ㅎㅎ 애게 여러분 설 잘 보내세요~ =_=)/
미쿠냥 "이렇게 되면 파업이다냐!"
안즈 "오오!" (일해라 안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