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제: 『백중지세』
伯仲之勢는 「으뜸과 버금의 모양」 정도로 풀어볼 수 있겠네요. 이 말은 조금 설명이 필요합니다.
어제 난형난제難兄難弟를 풀었습니다. 형제의 순서를 말할 때 백伯중仲숙叔계季란 말을 씁니다. 익숙한 말은 아마 백伯과 숙叔일 것입니다. 큰아버지를 백부라 하고 나머지 작은아버지들은 그냥 숙부라 부르기도 하거든요. 엄격히 순서를 따지자면 백부伯父, 중부仲父, 숙부叔父, 계부季父라 써야 하지만, 보통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난형난제는 맏형과 둘째 동생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이는 백중지간伯仲之間이라고 합니다. 이런 백중지간과 같은 모양새가 되면 백중지세라 합니다. 난형난제의 예문은 이랬습니다.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는 난형난제라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이것을,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는 백중지간이라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또는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는 백중이라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로 바꿔도 됩니다.
백중지세伯仲之勢는 백중지간伯仲之間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제 난형난제難兄難弟를 풀면서 이 말이
진군의 할아버지
진식이 한 말이라고 했습니다. 백중지간은 진군의 임금님
조비의 글에 나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서로를 가벼이 보는 것은 예로부터 그러했다(문인상경文人相輕자고이연自古而然). 부의가
반고에 비해 으뜸과 버금을 알 수 없는 사이일 뿐이나(부의지어傅毅之於반고班固백중지간이伯仲之間耳),
반고가 그를 가벼이 여겨 동생
반초에게 보낸 글에 이르길(이而고소지固小之여제초서왈與弟超書曰) 「무중(부의)은 글 이어붙이기를 잘해 난대영사(도서관장 정도의 높은 벼슬; 임금님의 비서 역할도 하고 역사서를 편찬하기도 함)가 되었다(무중武仲이以능촉문能屬文위爲난대영사蘭臺令史). 붓을 놀림에 스스로 그만둘 줄 모른다(하필下筆불능자휴不能自休).」 사람은 자기가 본 것을 잘한다지만 글은 한가지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고 두루 잘하게 되는 일은 드물다(부夫인人선어자견善於自見이而문비일체文非一體선능비선鮮能備善). 그러므로 나은 것으로 저마다(모두들) 못한 것을 서로 가벼이 본다(시이是以각各이소장以所長상경相輕소단所短). 떠도는 말에 이르기를 「집에 해진 빗자루가 있는데 대단한 보물로 누린다」는 말은 자기가 봄을 못하는 걱정거리를 말하는 것이다(리어왈俚語曰가유폐추家有敝帚향지천금享之千金사斯불가견지환야不自見之患也).』
글 쓰는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평소 쓰는 말도 다르고 어떤 장소나 어떤 글에 쓰는 방법도 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이 글타래에서 한문 문장을 번역하고 있는데, 이 번역하는 스타일이 일반적인 방식과 다릅니다. 조금 더 매끄럽게 읽히게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한문 원문에 소리를 다는 것도 일반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제 평소 스타일을 반영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한문을 읽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문 문장은 대개 엄청난 만연체입니다. 이런 문장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감을 바라보듯 전체를 읽어야 하고 물고기를 희롱함에 끌리듯 미묘한 변화를 즐겨야 합니다. 일부러 풀어쓰고 끊어냈지만 잘 읽히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쓰이네요.
조비가 글을 논한 말을 다른 호흡으로 읽으려면
다른 번역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글로만 풀어낸 또 다른 번역도 있습니다만 이 번역을 고른 이유가 있습니다.) 저와 문장에 대한 이해(해석)가 다른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꽤 잘 번역한 것입니다. 자,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그런대로 잘했네,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네란 속마음을 숨기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가벼이 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벼이 보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맹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맹자가 직접 한 말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 사람도 장부요 우리도 장부인데(피장부야彼丈夫也아장부야我丈夫也) 제가 왜 그 사람을 두려워합니까(오하외피재吾何畏彼哉)!」 요堯 임금님이나 순舜 임금님 같은 훌륭하신 분들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인데 그들이 할 수 있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란 뜻입니다. 이것은 가벼이 여기다와 조금 다르지만 너무 무겁게 여기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가벼이 여기다의 경輕과 많이 다릅니다. 경외敬畏의 경敬 때문에 이렇게 썼습니다만, 오히려 친근하게 여기다에 가깝습니다.)
이런 정도로 친근하게 여기고 서로 지적하며 배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저쪽 사정도 뻔히 보이고 이쪽 사정도 별다르지 않은데, 이쪽은 차마 못 하는 속임수를 저쪽이 쓰는 것 같다면 마음이 상하겠죠. 별 시답잖은 재주로 인기를 좇고 있는 것 같으면 밸이 꼴리게 됩니다. 친한 사이라고 만만하게 보던 사람이면 그것이 더하고요. 오히려 만만하니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마음대로 이야기합니다. 상대도 기분이 상해 상처주는 말을 하고요. 서로 싸우고 나서 돌이킬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반고와 부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조선의
연암과 창애도 그러했습니다. 박지원은 유한준에게 너무 끼 부린다는 식으로 말했고, 유한준은 박지원에게 유행을 쫓아 천박한 글 쓴다 했습니다. 요즘이라고 이런 사이가 없는 것 아닙니다. 어르신들 싸우는 것 보면 민망하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합니다. 좋게 말해서 두 분 모두 높고 낮음을 저희가 알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분들이고, 나쁘게 말해서 그놈이 그놈인데 성질 좀 죽이시고 좋은 말씀이나 하시지 저러고들 계신다 싶어지겠죠.
백중지세伯仲之勢나 백중지간伯仲之間은 「그놈이 그놈」같이 나쁘게 말하는 데는 잘 쓰지 않습니다. 난형난제難兄難弟를 비꼬는 뜻으로 굳이 써서 그놈이 그놈을 표현하거나, 직접적으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고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어제 말한 상위호환인 막상막하莫上莫下를 써도 되고요. 오늘은 백중지세와 백중지간을 알아봤습니다.
말은 곱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글은 글로써 아름답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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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형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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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1. 제출한 표현은 읽는 법과 의미를 설명한다.예) 가화만사성 -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규칙2. 제시된 소리가 모두 들어간 표현을 만든다.예) 가화만사성 - 加禍謾詐盛(재앙을 더해 속임수가 왕성하다)
규칙3.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표현은 제출할 수 없다.예) 家和萬事成(X) 加禍謾詐盛(O)
규칙4. 제시된 소리의 순서는 바꿀 수 있다.예) 성사만화가 - 成事滿華家(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한 집 또는 成事滿華于家로부터 집에 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예) 성사만화가 - 性事漫畫家...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규칙5.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한다.예) 性事漫畫家(O) 性事畫家만(X)
규칙6. 고유명사는 다른 곳에서 인용할 수 있는 것을 쓴다. 단,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허용한다.
예) 사성만가화 - 師誠謾可化(사성이 가화를 속였다)에서
師誠은 조선 말기 승려(1836년생1910년몰)의 법명이고 可化는 1870년에 진사가 된 원숙교(1828년생)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