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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두 나를 좋아해!
게시물ID : readers_310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연히
추천 : 4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2/03 1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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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다 너를 좋아할 수는 없다.
너도 싫은 사람이 있듯이
누군가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너는 너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김형모, 나의 선택 -
 

 

 

 

 

 

  이 사람 바보 아냐?
 나는 우연히 맞닥뜨린 시 한 편에 웃음이 났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 같은 건 없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모두에게 사랑만 받고 자라왔으니까.
 

 

  나는 어디 하나 잘난 구석이 없는 이목구비를 가졌다. 그냥 평범하기만 했어도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흉측하게도 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흉터가 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생긴 상처라고, 열아홉 살이 되면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흉터 제거 수술을 해준다고 했다. 이 정도로 깊은 상처가 과연 현대 의학으로 말끔하게 지워질까 의문이지만 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아무튼 대인 관계의 첫 번째 관문인 겉모습이 이 모양이니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한데 그래도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복도를 지나다 일부러 어깨를 들이밀어도 무조건 상대방이 먼저 사과를 한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하도 이상해서 욕먹을 각오로 들이댄 건데 오히려 돌아온 건 괜찮냐는 진심 어린 걱정뿐이니, 모두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확신만 더해진다. 모두가 널 좋아하는데 뭐가 걱정이냐 하겠지만 가끔은 곤란할 때도 있다. 누가 자신을 험담하고 다녀서 속상하다거나 옆 반 남자애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괴롭다는 고민을 들을 때, 나는 마치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처럼 나무 막대기 같은 리액션을 취한다. 갓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배우처럼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내 모습이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친구들은 마냥 좋다고 웃는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사랑만 듬뿍 받다 보니 내 마음에도 사랑이 넘친다. 남을 미워하거나 시기하는 마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감정인 것처럼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축복받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내가 아닐까?
 

 

  “지애야 너 얘기 들었어?”
 

 

  화장실이 급하다며 종이 울리자마자 뛰쳐나갔던 수아가 자리로 돌아와 내게 말을 걸었다.
 

 

  “무슨 얘기?”
 

 

  “우리 반에 전학생 온대. 아까 명신이가 교무실 들렸다가 봤는데 엄청 예쁘다더라!”
 

 

  수아의 말대로 정말 예쁘게 생긴 전학생이 교단에 섰다. 둥근 이마를 훤히 드러내 보인 단발머리에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가 뚜렷한 동공, 포물선을 그리며 깊게 팬 쌍꺼풀, 자기소개를 하는 저 올망졸망한 입 그리고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작고 여린 음성. 이미 남자애들은 반쯤 넋이 나갔다. 장소라. 이름까지 예쁘다. 그런데 신이 저 아이를 만들 때 사교성은 깜빡 잊어버린 모양이다. 전학을 온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소라는 늘 혼자다.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으니 아이들도 소라에게 관심을 접은 듯하다. 사교성이 좀 없으면 어떤가? 내가 먼저 가서 말을 걸어주면 소라도 이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미술 과제 했어? 수행 평가에 반영된다고 했는데 너한테는 조금 시간이 모자랐을 것 같아. 내가 한 번 선생님께 얘기해볼까? 선생님이 날 좋아해서 내가 말하면 들어주실지도 몰라.”
 

 

  “행복해 보여.”
 

 

  “....뭐라구?”
 

 

  “내가 하는 일이 맞는 건지 모르겠어...”
 

 

  “..., 그런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나는 말을 하면서도 연신 소라의 눈치를 살폈다. 시종일관 동문서답을 하는 게 어쩌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애일 수도 있다.
 

 

  “네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옳은 거라 생각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소라가 내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이 아이의 검고 깊은 눈동자는 나를 숨고 싶게 만든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꿰뚫어 보는 눈은 오래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다.
 

 

  소라가 무어라 작게 웅얼거렸다. 더는 상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교실을 나섰다. 분명 문제가 있는 애 같은데 저런 애가 왜 우리 학교에 왔지? 학교보다는 치료가 더 우선일 것 같은데. 나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더는 소라에게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뒤로 한 달이 지났다. 소라는 여전히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는다. 가끔 짓궂은 아이들이 소라에게 쓰레기 같은 걸 던질 뿐이다. 아이들의 장난이 점점 심해져도 중재를 하는 건 나밖에 없다. 다행인 건 내가 아이들에게 예쁨을 받고 있어서 곧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반응이 없는 소라를 놀려보겠다고 가위를 들고 설치던 남자애 하나가 소라의 머리카락을 정말로 잘라버린 것이다. 교실로 돌아온 나는 소라를 등지고서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야!”
 

 

  괜찮아? 나는 소라를 보았다. 남자애가 든 가위 날보다도 날카롭고 매서운 눈이다. 소라는 말없이 일어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 남자아이에게 다가갔다. 남자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으나 소라에게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손에든 가위만 찰칵거리며 소라의 눈치를 살폈다. 소라가 남자아이의 손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 남자아이가 손에 든 가위를 바닥에 떨어트리자 소라는 순식간에 그 가위를 집어 들었다. 일촉즉발, 그녀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열여덟 살 소녀에게서 나올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 큰일 났다. 진작 선생님께 소라가 이상한 아이라는 걸 말했어야 했는데. 나는 소라에게 잘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말을 건 것? 선생님에게 그녀의 과제 제출 기한을 늘려달라고 말한 것? 어쩌면 소라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소리친 것이 잘못일지도 모른다. 내가 뭐라고...
 

 

  소라가 나를 향해 걷자 앉아서 공부하던 아이들까지 일제히 일어나 소라를 바라본다. 그들의 눈동자는 좀비들처럼 초점이 없다. 다들 언제고 소라에게 달려들 수 있을 만한 자세다. 그 광경이 너무나도 괴기스러워 나는 현실감을 잃었다.
 

 

  ‘설마 가위로 날 찌르지는 않겠지?’
 

 

  생각하는 찰나 소라가 내게 달려들었다. 아랫배가 뜨끈하다. 가위에 찔렸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극심한 통증이 정신을 지배한다. 뒤늦게 아이들이 소라에게 뛰어간다. 그들은 마치 혈관에 침투한 세균을 멸균시키려는 백혈구처럼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소라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초인적인 힘으로 달려드는 아이들의 목을 차례대로 그었다. 교실의 흰 벽에 붉은 핏방울들이 맺혔다. 나는 울컥울컥 농도 짙은 피를 토해내는 아랫배를 부여잡고 교실을 나섰다. 뭉개지고 일그러지는 아이들보다 당장 소라에게서 벗어나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저렇게 많은 아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데도 나는 오로지 내 생각뿐이다.
 

 

  침착하자. 일단 병원에 가야 해. 아니 엄마한테 먼저 전화할까? 핸드폰이 없다. 운동장까지 겨우 나왔는데 다시 교무실로 올라가야 한다. 이 몸으로는 교무실까지가 한계야. 선생님들은 다 어디로 가서 보이지 않는 걸까? 아침 일찍 걷어서 교무실에 낸 핸드폰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울고 싶은데 울 시간이 없다.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해. 그래야 소라도 잡아가고 치료해줄 구급차도 불러주지.
 

 

  나는 가까스로 교무실에 도착했다.
 

 

 

 

 

 

.... 찰칵
 

 

.... 찰칵
 

 

.... 찰칵
 

 

.... 찰칵.
 

 

 

 

 

 

  소라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녀의 발밑에 놓인 핸드폰들을 보고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모두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저 중에 어떤 게 제대로 작동할까?
 

 

  “내가 잘못했어.... 살려줘.... 흑흑....”
 

 

  나는 구석에 한껏 웅크린 채 몸을 떨었다.
 

 

  “처음 여기 와서 널 봤는데 무척 행복해 보였어.... 다들 너를 잘 따르고 널 챙기는 걸 보니까 내가 여기 오면 안 되는 거였나 싶고.... 그곳은 우리에게 고통뿐이었는데 이곳은 적어도 너에겐 파라다이스 같은 곳인 거잖아. 너를 미워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도 없는....”
 

 

  소라가 내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결국 여긴 허상이야. 허상 속에 널 가두려고 그날 옥상에 간 게 아니야.”
 

 

  가위를 쥔 소라의 손에 한껏 힘이 들어갔는지 핏줄이 겉으로 드러났다.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교무실 밖에서 수십 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
 

 

  가위가 목 안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 소리와 함께 발걸음 소리는 사라졌다. 주마등. 죽음의 문턱에서 보게 되는 짧은 기억들은 다 좋기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슬프고 괴로웠던 순간들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
 

 

 
 
 
 
 
 

 

  대부분 아이들은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이 될까 봐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게 내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이유다. 나도 그 두려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처음으로 따듯한 말을 건네준 건 소라였다. 나는 소라의 행동이 낯설었다. 또 내가 소라와 대화하는 것을 그 애들이 보게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한동안은 소라를 필사적으로 피해 다녔다. 나와 같이 되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소라는 더욱 끈질겼다. 동정이라면 필요 없다는 말에도 소라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결국, 그 애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만 대화 하는 조건으로 소라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그 애들에게 빵을 사 갈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내게 소라는 만 원을 주었다. 받지 않으려 했지만, 빵을 사 가지 못하면 남자애들 앞에서 이마에 생리대를 붙이고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소라는 몇 번이고 선생님에게 말하자고 했지만, 내가 보복이 두려워서 망설이자 소라도 섣불리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소라 덕분에 그 애들에게 맞는 횟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소라와 같이 떡볶이를 나눠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척 기뻤다.
 

 

  괴롭힘으로 점철된 일상을 보내던 중 나는 카톡방에 초대되었다. 밤늦게 모인 그 애들이 만든 카톡방이었다.
 

 

  지애야~ 술 구해오면 우리가 이제 너 안 괴롭힐게.
  맞아 우리 친구하자!
  우리가 그동안 너무 심했지~?
 

 

  술이라면 집에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 애주가인 아버지 덕분이었는데 이 술을 어디론가 가져가 버린다면 엄마도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술을 가져다주면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는데 망설일 겨를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술 네다섯 병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소라야, 애들이 한평 빌라 옥상으로 술 갖다 주면 이제 안 괴롭힌대. 그럼 우리 눈치 안 보고 떡볶이 먹을 수 있어. 맨날 눈치 보느라 조금씩 남겼는데 튀김도 같이 시켜서 실컷 먹자!
 

 

  소라는 내게 바보라고 했다. 그렇게 순진하니까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거라며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희망 같은 게 필요했다. 밑져야 어차피 본전 아닌가. 이러나저러나 괴롭힘을 당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예쁨 받는 짓을 해야 맞는 거라 생각했다.
 

 

  술을 가져간 곳에는 여자애들뿐만 아니라 남자애들도 있었다. 다들 적잖이 취한 상태였다. 그 애들은 나를 맨바닥에 앉혀놓고 술을 따라줬다. 마시라는 그 애들의 재촉에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은 어른들만 마시는 거니까, 학생이 마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당연하게 퍼부어지는 폭력들. 술에 취해서인지 그 강도는 이겨내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는데, 옥상 문을 박차고 누군가 들어왔다.
 

 

  “그만해! 경찰 불렀어!!”
 

 

  소라였다.
 

 

  “우리 지애 옆에서 깔짝댈 때부터 내가 교육 해야 된다고 했자나~”
  “너 우리가 너는 예뻐서 그래두 봐준 건데...너무한 거 아냐?”
  “? 경찰을 불러?”
 

 

  남학생 하나가 순식간에 소라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소라는 피할 틈도 없이 옥상 난간으로 떠밀렸다. 남학생의 손에는 깨진 술병이 들려있었다. 나는 그의 팔에 매달려 그를 제지하려다 깨진 술병에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 피부 가죽이 덜렁일 만큼 깊은 상처에 피가 멈추지 않았다. 숨을 쉬지 못해 헉헉거리는데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
 
 
 
 
 
 
 
  

 

  몽롱하게 정신이 들었다. 분명 목덜미를 찔린 것 같은데 멀쩡하다. 양팔을 결박시키는 형태의 환자복을 입은 탓인지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한동안 멍하니 땅바닥을 내려다보다 서서히 내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가위를 들고 설치는 소라라니. 내면의 세계로 도망친 대가가 혹독하네....
 

 

  엄마가 면회를 왔다. 정신만 들면 미쳐서 날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정신 병원에 나를 입원 시킨 거라고 했다. 입원한 뒤로 나와 처음 대화하는 거라며 엄마는 기뻐했다. 눈물도 흘리는 것 같았는데 금세 쏙 들어가 버렸는지 눈빛이 건조하다. 아버지와는 함께 살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술주정뱅이에게는 예견된 미래였으니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엄마는 의도적으로 그날 일을 입에 담지 않는 것 같다.
 

 

  “엄마, 소라 보러 가자.”
 

 

  “그래, 엄마가 연락해 볼게.”
 

 

  몇 달 동안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물치료를 한 뒤에 겨우 퇴원했다. 퇴원하는 날 주차장에는 소라의 엄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소라를 만나러 가는 동안 차 안에서 계속 울었다. 그동안 참고 견디느라 흘리지 못했던 눈물들을 쏟아내려는 듯 울고...울고... 또 울었다.
 

 

  “저 혼자 만나고 올게요.”
 

 

  소라는 이제 바닷가에서 산다고 했다. 혼자 만나러 가겠다는 내게 소라네 엄마가 작은 상자를 주었다.
 

 

  나는 한참을 걸어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인 벤치에 궁둥이를 붙였다. 한참을 달려온 탓인지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목에 가위를 꽂다니 너무 과격하잖아.... ”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너무나 좋아서 아마 소라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곳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소라는 자신의 마지막이 그런 식으로 기억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할 거라고 판단했을 거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은 판단이었다. 나는 소라네 엄마가 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곱게 갈린 흰색 가루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가루를 바람에 날렸다. 저 멀리 단발머리 소라가 보였다. 이름과 어울리는 곳에 사는구나. 나는 소라를 붙잡으려 달리다가 이내 속도를 줄였다.
 

  소라가 서 있던 자리에....
 

  파도만이 거칠게 철썩인다.
 
 
 
 
 
 
출처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조금이라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조언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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