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올해로 5년째 CRPS.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이라는 희귀병을 치료중인 환자입니다. 오유는 명예 은퇴자(ㅋㅋㅋ)이신 동물의 피 님께서 제가 10년넘게 활동중이던 루리웹 공게에 당신께서 손수 편집하고 끌어오신 여러 자료들을 올리시는걸 아주 재미지게 본게 계기가 되서 활동한지 1년이 좀 넘었네요.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의 단결력 드립부터 시작해서 좋은 자료들,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들, 자지러지게 웃게 되는 유머들, 눈물이 핑 돌게하는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들, 공분을 사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니 피해 당한 일들이나 기타 등등...... 대부분 눈팅이지만, 환자인 저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살아가는 세계와도 같기에 오유를 좋아합니다^^
제가 남자이긴 하지만, 많은 사촌누이들 사이에서 자란지라 덩치에 비해서 좀 여성스러운 면도 있고 눈물도 많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조용히 혼자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정반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도끼자루 썪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호응하거나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말을 무척 많이 하고 또한 길~~게 풀고 늘어놓는 편이라 글이 길어질지도 모르지만,
바쁘신 현대인인 여러분을 위한 내용요약 같은건 음슴 ㅋㅋㅋㅋㅋㅋ
그럼 제 얘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_<~~"
제가 오유를 하면서 간간히 오유 공게던 어디던 CRPS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올라오고 하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어요! 제가 처음 이 병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는 저도 물론이거니와 제 주변에 누구도 그 비슷한 이름조차 알지 못하던 상황이었으니까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언론에서 많이 조명받게 된 건... 그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CRPS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우리 환우들이 있기에 이제는 제 병에 대해서 병 이름을 대지 않고 증상만 대략적으로 설명해도 어떤 건지 TV에서 보았다며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 자신으로써도 기분이 좋습니다^^
아파서 한 주에 몇 번이고 응급실을 안방처럼 사용하면서도 CRPS를 알리고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통증장애라는게 사지장애, 즉 신체 마비나 기타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 장애로 인한 불편함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에게 장애를 유발하는지... 그리고 통증장애도 제도화된 장애기준으로서 대우받게 하기 위해서 각골난망하고 있는 우리 이용우 CRPS 환우회장 형님(사단법인은 아니지만 공식 환우회 회장이시고 언론에도 많이 인터뷰하셔서 이름이 좀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실명으로 남깁니다. 항상 고마워요 형님!)과 운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 등에 협조하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환우 가족분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이전에 올라온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었던가... 거기 올라온 댓글들 중에 '작열통'='CRPS'라는 댓글이 올라온걸 본 기억이 있는데, 작열통, 즉 신체가 불타오르는것만 같은 통증을 느끼는 증상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지 CRPS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 CRPS 환우들이 느끼는 수많은 증상들 중의 일부입니다.
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이라고 부르구요 현재 희귀성 난치병으로 분류되어 있어, 일반 의료보험 이라면 산정특례가 적용되서 특진등의 비보험을 제외한 보험치료는 그 수가의 10%로만 진료/치료비로 납부하면 됩니다. 그 외에 산재나 자차보험 등은 복잡하구요(특히 자차보험 문제때문에 언론에 종종 나옵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대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안고 사는 병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구요 작열통, 이질통(인간이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종류의 사물 등으로 접촉하였는데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 경련, 부종, 무기력증, 근력약화, 신체마비, 신체 색변화, 체온감소 등등의 많은 증상들이 CRPS 환우들에게서 나타나는데, 자신이 CRPS 환자라고 확진받는데에 앞에 쓴 증상들과 다른 증상들 중 몇 가지 이상이 신체에 나타나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통증점수 10점 만점(작열통=10점) 중 7점 이상(7점=산통)의 통증이 반년 이상 지속적으로 있어야 CRPS로 확진받을수도 있구요...
전 전경복무 중 무릎이 좋지 않았던게 훈련등으로 더 악화되서 관절경 시술을 받았다가 그 후유증으로 CRPS를 앓게 되었죠.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픈데, 병원에선 더 해줄것이 없다고 하고 막연하던 차에 우연히 통증클리닉을 가보라는 수술 집도의의 조언을 듣고서 가게된게 CRPS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5년째 서울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두 곳의 통증클리닉 과장님께 신세를 지고 있는데 그 분들께서 말씀하시길, 제가 그래도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게 되서 다른 환우들보다는 좀 나은 상황이 되서 직장생활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고, 가고 싶은곳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거라고 하시더군요. 두 분 교수님 말씀처럼, 저는 그래도 제 주변의 정말 심한 친한 환우분들과는 조금 나은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일하고(프로그래머입니다^^), 종교활동도 나름 열심히 하고 간간히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짧게 나마 여행도 다니고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건 아니에요... 조금만 무리해도 7점~8점 넘는 극심한 통증들이 바로 엄습해와서 저를 괴롭히고, 그런 상황이 되면 모든 활동을 올 스톱하고 혼자 방에서 조용히 통증이 떠나갈때까지 끙끙대는게 저의 또 다른 일상이니까요... 이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뱃속에 척수자극기라고 하는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전기자극을 만들어주는 기계를 심어다가 척추 바로 옆 신경다발에 수술을 통해 구리선을 심고서 척수자극기랑 연결해서 아픈 신체부위에 필요할 때 바로바로 전기자극을 가하도록 해서 통증경감의 효과를 보고 있구요, KETAMINE(케타민. 마약의 한 종류. 마취제로 주로 쓰임)을 나흘에 한 번씩은 꼭 위에 쓴 두 병원에 번갈아 가면서 4~5시간을 투자해서 맞고, 신경 수축 등으로 인해 혈액순환도 잘 안되고 척수자극기를 통한 전기자극도 잘 안가기 때문에 그걸 뚫기 위해서 10cm는 되보이는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신경블록도 맞고서 독한 약물이니까 누워서 안정하고 3종류의 마약과 마약성진통제, 신경안정제, 신경병증성 치료제 등을 하루 4번 꼬박꼬박 복용하면서 속은 다 버리지만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반신욕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서 꼬박꼬박 해주기도 하구요 ㅎㅎ
케타민... 정말 토나오게 하는 약입니다. 마약이다보니 몸에 안좋은건 당연하지만, 약간의 치료효과를 볼 수도 있고 통증경감에 큰 역할을 하니만큼 예전에는 매일 맞기도 하고 입원할때는 24시간 내내 수백밀리를 나누어 맞기도 하면서 헤롱헤롱하는데요... 점차 혈관을 통해 주입되면 기분도 이상하고 속도 메스껍고 머리는 아프고... 다 맞고나면 그날 저녁때까지는 목에서 이상한 맛이 느껴지고 소화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도 자주 단기기억상실증상이 찾아옵니다.ㅠㅠ(이거 정말 미칩니다...;;)
그리고 신경블록... 10cm가까이 되는 주사바늘이 들어가다보니 그 몸이 뚫리는 느낌은 둘째치고 근육 한 가운데 억지로 약물을 투하하는 방식이다보니 전 아파도 신음은 잘 안내는 편이지만 주변에 블록맞는 사람들 치고 비명 안지르는 사람 없지요. 특히 여성분들은 너무 아파하셔서... 거의 기절할듯 자지러지시면서 비명지르시던데...;;;
더불어 복용하는 약들도 독한건 어느것 하나 뒤지지않고 다들 독한 것들 뿐인데, CRPS를 처음 치료받으면서 복용했던 신경병증성치료제가 하루 용량제한이 있는건데(지금껏도 마찬가지) 너무 약이 독해서 식사를 하면 소화가 안되서 항상 게워내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러서 꼭 거식증 환자처럼 밥만먹으면 바로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해서 90가까이 되던 체중이 약 3개월만에 60이 되었습니다. 처음 치료받을때가 3월이었는데, 7월에 시골에 가시다가 면회를 오신 부모님께서 저를 보시자마자 통곡을 하셨었죠...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ㅠ (군대에서 가장 큰 효도는 몸 건강히만 제대하면 된다는건데, 그에 있어 전 불효중에 불효를 저질렀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있어 CRPS의 가장 큰 문제가... 암처럼 신체 다른부위로 증상이 전이된다는건데요....;; 관절경을 받았던 좌측 무릎에서 처음 시작해서 왼쪽 다리로 신경을 따라 전이되고 시간이 좀 지나고서 왼팔에 증상이 나타나더니. 지금은 왼쪽어깨와 목, 머리에까지 증상이....ㅠ
치료 초기에는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스릴러바크의 네거티브 유령에 공격받은것처럼 네거티브한 상태로 나날을 보내고 죽고싶다는 마음에 실행에 옮기려던 적도 있었죠. 6개월의 초기치료때는 CRPS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군인신분이다보니 치료를 자주 받을 수가 없어 약만으로 버티려고 하다보니....;; 그 당시에는 왼다리에만 증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진 제 몸의 절반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악화되었다 할 수 있지만 지금 저는 그 때 보다는 훨씬 마음은 편안합니다 ㅎㅎ 뱃 속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저의 또 하나의 심장인 척수자극기와 케타민, 신경블록, 각종 복용약, 가슴에 붙이는 마약진통제 패치 등등의 현대의학의 산물들 덕분에 독한 약들로 인해 몸이 망가지고 수명이 줄어들지는 몰라도 평소에 통증을 덜 느끼고 일상생활을 조금이라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매일마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저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겠죠.
저는 원래 신부가 되기 위해서 학창시절 내내 성직자의 길을 위해 준비해왔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신학교에 합격해서 2년의 과정을 마치고 정해진 학칙대로 군 입대를 했다가 CRPS를 앓고, 의병전역 후에 2년동안 병가휴학을 하면서 치료를 열심히 받아 건강해져서 복학하려고 노력했지만.. 2010년 늦가을 2년 휴학이 마무리되어갈 무렵, 교수회의를 통해 제적처분을 받아 사회에 환속했습니다. 지금 의학기술로는 아직 완치하기가 힘들고 심한 통증때문에 신학교생활을 무사히 잘 마치는것도 그렇지만 사제가되고서 극심한 통증 때문에 사목활동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 제가 신부가 되기는 힘들것 같다는게 결론이었죠.
그때의 마음은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은 마음이었지만... 순명하고서 사회로 돌아와서 지금은 직장생활도 하고 신앙생활은 물론 열심히, 청년활동도 계속 하구요 여자친구는... 있었지만 헤어졌...........ㅋㅋㅋㅋ;; 히밤....
아 또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이래서 제가 글 잘 안쓰려고 하는건데;;;
뭔 글을 쓰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에세이가 되고, 단편소설이 되어버리니....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통증은... 참는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것 만은 아니에요. 심한 통증이 신체 일부이던 전체이던 지속된다면... 진통제로 해결할 수 있겠지 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기회가 될 때 꼭 통증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아보세요. 특히 CRPS는 외상 후 신경손상등을 통한 스트레스 장애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손가락 골절이라도 외상 이후에 부상은 다 나았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 하시면 꼭 방문해보시는걸 추천해드립니다.
CRPS는...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완치가 현대의학으로는 100%불가능하다는게 현재의 정설이거든요. 초기에 치료를 받게되더라도 완치 확률이 현저히 낮은데 몇 개월... 아니 몇 년을 방치했다가 방문했을때는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겠죠.
통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말하기 부끄러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통증 자체를 증상의 한 종류라 생각하시고 대해주세요.
오유에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이 CRPS를 포함해서, 각종 희귀성 난치병이나... 기타 심한 병에 걸리시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셨으면 하는게 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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