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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조금만 관심을 주실 수 있나요?
게시물ID : love_30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마음속의종
추천 : 20
조회수 : 1978회
댓글수 : 143개
등록시간 : 2017/06/19 22: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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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간 눈팅만하다가 이제서야 오유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해서 송구스럽지만 몇 자 올려봅니다.

 여자친구를 소개를 통해 1년을 조금 넘게 만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알뜰하지 않고, 덜렁대는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냥저냥한 마음이었습니다.

 몇 번 더 만나고 보니 집안 사정상 집안일도 많이 해야하고, 힘든 처지에 있는 듯 하여, 
제가 도울 수 있는 일들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차츰 가까워져 사귀게 되었고, 저도 나이가 있는지라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하고, 
저의 능력껏 도왔습니다.

 출퇴근을 힘들어해서 중고차도 같이 알아보고, 운전연수도 하고, 이사한 집의 도배, 페인트, 하수관 수리 등의 
내부공사도 하고, 자기소개서나 레포트 작성 등등 시간이 꽤 지나다보니 열거할 것들이 많아 생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 얼마나 수고스럽겠습니까? 

 내 능력안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쁜것이지요.

 남자의 몸으로도 헤쳐나가기 힘든 사회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저 사람의 인생에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랄뿐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여자친구가 '아~ 나의 인생의 반쪽을 서로 나누어 질 수 있겠구나' 생각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가까워지게 되어 양가의 부모님들도 뵙게 되었습니다.

 상견례를 한 것은 아니고, 서로의 부모님을 뵙고 교제하고 있고, 올해에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저의 오만한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서로 부모님도 뵌 상태라 나만 조심하고 처음처럼 변함없다면, 당연히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을줄로만 알았습니다.

 물론 저의 집이 보잘것없고, 저역시 젊어서 집안의 빚을 갚느라 20대와 30대 초반을 허비해버려서 많은 돈은 모으지 못해서
꽤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친은 수중에 한푼도 없는 상태라 오히려 다행이라 느꼈습니다.

 아재라고 불릴 나이이긴 하나 그래도 몸건강하고 성실하니-1~2년 정도는 쉬지 않고 일한 적도 많습니다-,  금방 돈도 모으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뭔지 모르게 느껴지는 이질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조금씩 커져 냉랭한 카톡, 줄어드는 통화로 바뀌더군요.

 저 냉랭한 태도는 정말이지 문자 그대로 저의 피를 말렸습니다.

 그래도 서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때라 일이 힘들어서이겠거니 하고, 다독이며 지내다 차라리 일을 쉬면서 새로운 일을 구하는게 나을 거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적은 돈이나마 조력해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할 때 차가운 기운이 제 뒤통수를 훑고 가더군요.

 다음날 '미래를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시간을 좀 갖자' 고 했습니다. 

 이쯤에서 앞으로의 수순이 어떻게 될 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래도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이 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카톡하나로 정리할리는 없겠지' 라는 헛된 희망이 자리잡고 있었지요.

 그 헛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불과 이틀 밖에 걸리지 않더군요.

 1년이 넘는 시간, 그 속에서 함께한 추억들을 칼처럼 자르고 가는데 단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여친의 마지막 문자를 받고, 답장을 보냈는데 최소한 마지막 문자는 받아줄거라 생각했지만,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차단했더군요.

 평소 여친이 우리 어머니께는 연락을 안해도, 저는 여친 아버님께 종종 연락을 드렸던터라, 마지막으로 '제가 능력이 없어 죄송하다' 고 카톡을 드렸습니다만, 묵묵부답이시고, '혹시 알고 계셨냐' 고 여쭤봐도 묵묵부답이시더군요. 평소에는 답장을 꼭 주셨는데...

 맞습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밀어내어진 것은 맞습니다.

 그래도 지나온 시간이 있는데, 조금 미리 알려줬더라면. 저도 마음을 정리할 여유를 줬더라면, 사위라며 친구분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셨다며 기뻐하시던 그때를 조금만이라도 기억해주셨다면 조금은 지금보다 나았겠지요.

 새로 이직해서 일하기 시작한지 1주일도 안되는 시점에서 꼭 그래야만 했는지.

 저의 시계가 멈춰 버렸습니다.

 제 생애 결혼을 생각하며 만난 여자가 처음이었기에 그런것인지, 이토록 치욕스러운 이별을 맞이해서 그런것인지.

 아무런 의욕도 없고, 목표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결혼을 대비해서 휴일이 많아서 쉬는 날 일당 알바를 뛸 수 있는 교대직을 구했습니다만, 이제 그것도 의미가 없어져 그만둬 버렸습니다.

 지금은 오유의 글들을 읽으며 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마음이 불안해져 방안을 서성이다, 미쳐 버리지 못한 전 여친의 물건을 보면 제 마음속에 종이 울립니다.

 그 종의 파장이 저의 심장과 가슴을 헤집어 놓습니다. 

 이러한 이별을 경험하신 선배님들, 얼마나 가야 잊혀지나요?

 어떻게 하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나요?

 동네를 돌아다녀도 온통 같이 다녔던 곳들 뿐이라 밖에 나서기가 무섭습니다.

 그녀가 집에 놀러올때면 항상 내려서 준비해두었던 아이스커피 포트도, 어디 놀러나갈 때 커피와 생수를 마시지 않는 그녀를 위해 준비했던 차를 담는 텀블러까지도 저의 마음속에 종을 쳐 댑니다. 

 차라리 짜증내고 싸우고 헤어져 줬으면 좋았을 것을 하며, 괜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이도 먹었고, 힘들게 살아온 시간만큼 굳건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아프네요.

 방안을 서성대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시원하게 울고 잊어버리고 싶은데 눈물도 안나오네요.

 여러분, 여러분께는 재미없는 이야기 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조금의 여유를 내셔서 위로의 말씀, 충고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에 처음 글을 올려 보는데 이런 얘기가 될 줄을 몰랐습니다. 

 비슷한 글들을 읽으며 '왜 저걸 못알아채지?' 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에 벌이 내린것만 같습니다.

 길기만한 잡문을 읽어주셔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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