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적성검사 기간 마지막이 오늘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출근도 미루고 인천면허시험장을 찾았지요. 인천이지만 인천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곳에 위치한 면허시험장을 갔습니다.
적성검사를 마치고 다시 출근하는길에 뭔가 손이 허전하다 느꼈는데 짐이 없길래 헐레벌떡 면허시험장을 찾아갔지만 그곳에 제 짐은 없고 멍하니 있다가 버스에 두고 내렸는지 버스 환승하기전 지하철에 두고 내렸는지 버스타기전에 버스정류장 벤치에 놓고 탄건지 아니면 집에서 아예 가지고 나오지 않은건 아닌지 계속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습니다.
약 10분정도 정신을 수습하고 할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씩 해나갔어요. 핸드폰은 주로 백팩에 넣고다녀서 전화기와 지갑은 있는 상태라 심각한 정신붕괴현상은 없었습니다. 이때 비까지 내렸는데 그 비 맞으며 허탈해 있다가 비는 피해야지 하고 우산을 샀는데 비가 그치더군요.... 해도 쨍쨍....
인터넷으로 버스번호를 검색해 회사를 찾고 회사 번호를 알아내 종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저씨께서 전화를 받으셨는데 버스가 나갔으니 약 몇시간 후에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주신다는 것을 지금 출근해서 버스차고지까지 다시 오는 시간이 더 걸릴것같아 직장으로 들어가기전에 들러서 기다렸습니다.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1시간 30분을 버스 차고지 기사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그동안 아침저녁을 버스로 출퇴근하면서 무표정한 버스기사들을 많이 보았어요. 그런데 대기실에 계신분들은 옆집아저씨들 처럼 서로 웃고 담소나누시고 장난도 치시고 하시더라고요. 노선 한번 나가면 보통 4시간씩 왕복해야 돌아올 수 있고, 돌아온다음에 약간의 휴식을 가진다음에 다시 운전을 나가는 시스템이란것을 잘 살펴보고 왔습니다.
버스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제 가방을 기다리는 중에 그곳 소장님(제 유실물 신고접수를 받으신 분)께서 전화한통을 받으시더군요. 내용인 즉슨
민원인 : 어제 저녁에 XX버스에 물건을 놓고 내렸다. 지금 있는가? 소장님 : 여기 접수된 물건은 없다. 민원인 : 왜 없나?
그후 통화는 무한 반복.
소장님께서 헛웃음을 치시고는 이것저것 설명 다 하고서 전화를 끊으시더군요.
그렇게 1시간 30분을 멀뚱멀뚱 대기실에서 앉아있다 제가 탔던 버스가 반대편 종점찍고 차고지로 돌아왔어요. 다행히 운전기사분께서 제 짐을 운전석 뒤칸에 보관하고 계셨습니다.
가방 안에 고가의 소중한 물건이 있지는 않았어요. 운동복 상하의와 속옷 그리고 간단한 운동기구가 전부입니다. 가방을 다시 어깨에 걸치고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근처 수퍼마켓에 들러 이나영 커피믹스를 사서 답례하고 나왔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물건을 잃어버리고 찾은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물건을 찾게 되어 기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