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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역사소설]대한제국200년사-(번외)붉은철학자
게시물ID : history_47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013년체제
추천 : 11
조회수 : 7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6/18 22:08:55
옥스포드대에서 철학 공부를 하던 최제우는 처음 영국에 건너왔을 때 대제국의 위용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으나, 런던의 지리에 차츰 익숙해지자 화려한 런던의 중심부와는 달리 변두리에 위치한 공장지대에서 여자와 어린이들까지 하루 18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고는 대제국의 실상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공산주의를 공부하던 기숙사 학우의 소개로 마침 런던에 망명 와 있던 유태계 독일인 마르크스(K. Marx)와 교류를 가지게 된 최제우는, 세계의 삼라만상을 모두 서로 연결시켜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마르크스의 놀라운 철학세계에 당장 흠뻑 심취하여 공산주의운동에 몰두하게 되었다. 

마르크스는 최제우와의 첫 만남에서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청년에게 관심을 표명하고, 조선이 청과 일본을 제압하고 새로운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르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조선이 구미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형태를 답습하다가는 자멸하고 말리란 점을 강조하고 다음과 같은 예언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어느 일정한 순간에는 이른바 5대 열강(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을 제압하고 그들을 굴복하게 할 수 있는 제 6의 강국이 유럽에 존재하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이 강국이란 즉 혁명이다. 오랫동안 지내온 조용한 은둔생활을 끝내고 그것은 이제 다시 공황과 기아에 의해 싸움터로 나오게 된다. 필요한 것은 오직 신호뿐이다. 제 6의 그 최대의 유럽 강국은 곧 올림푸스(Olympus)의 신의 이마에서 뛰어나온 미네르바(Minerva)처럼 빛나는 갑옷을 입고 손에 칼을 든 채 말을 타고 진두에 나설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848년 프랑스의 2월혁명을 필두로 유럽에서 들불처럼 번져 나간 혁명운동에 고무되어 《공산당선언(共産黨宣言)》을 작성하고, 이들과 의기투합한 최제우는 지하신문을 만드는 등 정력적인 선전활동을 벌여 나가는 한편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통일을 위해서도 쉬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다. 

옥스포드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조선대에서 철학강의를 하며 교수와 학생 등을 중심으로 지식인 사회에 은밀히 사회주의 사상을 고취하는데 전념하던 최제우는, 1864년 런던에서 전 세계 사회주의자들의 회합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런던으로 향하였다. 

회의에 참가한 구성원들의 성향이 다소 모호하기는 했지만 사회주의자라 지칭되는 사람들이었고 이들 중에는 몇몇 비유럽국가에서 온 민족주의자와 애국자들도 섞여 있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철학적 기초는 각양각색으로 오히려 사회주의적 신념은 극히 희박하여, 자기 민족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즉각적인 결전을 과격하게 지향하는 무정부주의자도 있었다. 

초반 회의는 오랜 수형 생활 끝에 마침내 시베리아를 탈출하는데 성공한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바쿠닌이 주도하였는데, 바쿠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직 산업이 낙후된 남유럽의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농업국에서 온 자들이거나, 현존 사회질서에서 벗어난 관념적 인텔리들이나 파괴적인 불평분자들이었다. 

이에 반해 마르크스는 영국과 독일 등 선진 공업국의 대공장에서 조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마르크스 지지자는 먼저 사회주의 이론으로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혁명적 시기를 준비하자고 주장했고, 바쿠닌 추종자는 모든 권력과 자본에 대해 즉각적인 결사항전을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회의에 참석한 일동은 마르크스의 주도로 〈국제노동자협회〉를 창립하였는데 후일 〈제 1 인터내셔널(The 1st International)〉이라고 불리게 된다. 이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채택하고 인간해방을 위한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자국으로 돌아갔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잃어버릴 것은 오직 우리를 묶어 놓은 쇠사슬뿐이고 얻는 것은 새로운 세계이다.'

 최제우는 회의에서 만난 혁명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열정에 비해 지식인 중심으로 독서토론회 수준으로 그쳤던 자신의 안일했던 활동을 심각히 반성하고, 런던에서 돌아온 뒤 학교에 사표를 내고 당시 청계천 일대에 개발되고 있던 공장지역으로 들어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사회주의 운동에 착수하였다. 

그 무렵 최제우는 전라도 고부에서 기울어진 가세를 회복하고자 멀리 서울까지 돈 벌러온 10대의 소년 전봉준을 만나게 되고, 최제우에 교화된 영민한 전봉준은 엄청난 학구열과 놀라운 추진력으로 노동운동의 지도자로 차츰 성장해 갔다. 

전봉준은 관헌의 눈을 피해 가며 청계천의 공장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노동자 혁명동맹'이라는 노동자들의 비밀 결사를 조직하고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투쟁의 현장에서 항상 함께 하며 조직의 세를 점차 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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