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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값이 싼 이유가 있었다. (길어요)
게시물ID : menbung_304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4
조회수 : 4162회
댓글수 : 91개
등록시간 : 2016/04/04 12: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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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신혼을 총각 시절 내가 살던 원룸에서 시작했다. 거의 입던 옷만 가지고 온 와이프에게 훗날 돈 좀 모으면 그때 넓은 
집으로 이사하자고 약속했다. 그 후 3년간 소중한 자제분은 훗날 만날 것을 기약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런다고 신혼의 뜨거운 밤을 자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3년 후 어느 정도 돈이 모였을 때 꿈과 희망을 안고 우리는 미래에 태어날 우리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가진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지금 사는 원룸보다 조금 더 넓은 수준(어른 남자 한 명 뒹굴거릴할 수 있는 수준) 이었다. 
빌어먹을 서울 집 값.

물론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를 선택했으면 선택의 여지가 좀 더 늘었겠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몇십만 원의 돈은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와이프와 결국 월세로 가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 복덕방 아저씨에게 괜찮은 빌라가 나왔다는 전화가 왔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그 빌라를 찾아갔다. 큰길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길 안쪽에 있긴 하지만 신축빌라였고 방이 3개에 거실도 넓게 있는 우리 부부가 
원하던 크기의 빌라였다. 특히 우리가 가진 금액에 조금만 보태면 월세도 아닌 전세로 입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나는 돌다리 아니 아스팔트도 신중히 두들겨 보고 걸어다니는 신중함을 가졌기에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복덕방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아저씨.. 이 집 귀신 나오죠? 아니면 살인사건이 있었거나요.."

"에이~ 무슨 이 집 아무 이상 없는 집이야. 등기부등본도 깨끗하잖아!. 그냥 전에 살던 사람이 직장 때문에 급하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해서  
급하게 나온 거고, 집주인도 지방에 계시는데 돈 욕심 없는 분들이고.." 

복덕방 아저씨의 말에 집주인이 지방에 있는 다이아몬드 수저라 취미로 서울 아니 전국적으로 부르마블 놀이를 실생활에서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급하게 계약을 했다. 

그게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다섯 배는 넓어진 공간이 생긴 우리 부부는 그동안 서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방 하나는 내가 꿈꾸던 서재를 만들었고
와이프는 방 하나를 화장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드레스 룸을 만들었다. (화장품, 옷도 별로 없으면서...)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성인 남자 다섯 명을 멍석말이하고 굴려도 충분할 정도의 넓은 거실이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이제 2세를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방에서도.. 거실에서도.. 그리고 서재에서도... ............

이사 온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와이프는 임신을 했다. 드디어 부모가 된다는 사실에 기뻤다. 아이에게 미래의 부모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 디카를 찾는데 디카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어디 다른 데 있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후 
서재에 있던 내 노트북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와이프가 내 노트북으로 회사 일을 했는데 회사로 가져갔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와이프에게
노트북 이야기를 꺼냈는데, 와이프가 집에서 일은 했지만 노트북을 가져간 적이 없다고 했다. 디카도 그렇고 노트북도 뭔가 이상했다.
와이프에게 "누군가 우리 집에 들어온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한 뒤 서로 없어진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디카와 노트북, 은혼을 비롯한 만화책 
몇 권이었고, 와이프는 내가 중국 출장에서 사다 준 까르띠에 시계 (와이프는 진품이라 믿고 있지만 중국 암시장에서 구매한 짝퉁이다.)와 
연애 시절 함께 했던 커플링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본 결과 서재에 있는 방범창의 나사가 다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부부가 일하러 간 사이 낯선이가 우리의 보금자리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무서웠다. 바로 집주인에게 전화했을 때 그 영감탱이는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그럼 수리한 다음에 청구하세요.."
라며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적어도 자초지종을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때까지도 이 집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방범창을 전문으로 하는 아저씨를 불러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창문을 절대 뚫을 수 없고, 자를 수도 없는 단단한 쇠 봉으로 교체했다. 
아저씨 말씀으로는 우리 같은 2층의 경우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에 도시가스 배관 곳곳에 구리스를 듬뿍 바르고
인터넷으로 구매한 요란한 소리가 나는 경보기까지 달아서 창문마다 설치했다. 임신한 와이프가 있어서 그런지 더 신경이 쓰였다.
놀란 와이프에게 이제 다시는 좀도둑이 우리 집에 들어오지 못할 거라 안심시켰다. 

하지만 얼마 후 와이프가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놀라 문을 열었을 때 와이프는 내게 "오빠 창밖에
누가 있는 거 같아!!"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밖에서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진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무기가 될만한 두꺼운
양장 재질의 벽돌 같은 <만들어진 신>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집과 벽 사이의 좁은 공간에 한 명은 이미 도망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미 도망친 놈은 포기하고 쓰러져 있는 놈을 일으켜 세웠을 때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일으켜 세운 놈은 바로 초등학생이었다.

"인마! 너 여기서 뭐 한 거야?"

이 자식 몇 번 잡혀봤는지 내 앞에서 강력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 아이를 "부모와 학교에 알리겠다" 등의 협박을 하며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 아이는 그래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무섭지 않지만 경찰은 무서웠는지 어머니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경찰은 그 아이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지금 일하느라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자. 일 끝나면 경찰서로 데리러 가겠다." 라고 했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부모가 이혼한 한부모 가정의 아이였다. 그 아이가 뭔가 안쓰럽게 여겨졌다. 내가 만일 학교에 알리고 경찰에 아이를 맡긴다면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훈방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너 다시는 이러면 안 돼." 아이를 경찰서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서 이야기 했을 때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네.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나와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져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아이는 천하장사 소시지 2개와 딸기 우유를 집었다.

"먹고 싶은 거 더 골라. 아저씨가 사줄게." 

"이거면 돼요.." 

편의점 밖의 파라솔에 앉아 말없이 아이가 먹는 것을 바라봤다. 내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너 다시는 그런 짓 하면 안 돼." 밖에 없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3개월 뒤 우리 부부가 계약을 파기하고 이사를 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임신 6개월이던 와이프는 유산기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태교에 전념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평소처럼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집에 누가 들어온 거 같아. 무서워.."

"무슨 소리야? 누가 들어오다니?" 

"좀 전에 그릇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우당탕 소리 나길래 내가 '오빠야?" 했는데 그 이후로 조용해. 나 무서워서 못 나가겠어."

"일단 내가 112 신고하고 바로 전화할 테니까 계속 나랑 전화통화 해. 절대 끊으면 안 돼."

와이프는 그때 너무 겁을 먹어서 나 말고 다른 곳에 전화를 할 수 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신고도 내가 하게 되었는데, '임산부가 혼자 있는 
집에 도둑이 든 것 같다' 빠르게 출동해달라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를 하고 택시를 탄 뒤 와이프와 계속 통화했다. 
하필이면 임신한 와이프가 혼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원망과 와이프와 뱃속의 아이에 대해 걱정을 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났을 때 경찰과 같은 빌라 사는 사람들이 함께 찾아왔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와이프는 무서워서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와이프 말로는 경찰이 도둑이 들어온 창문 사이로 간신히 집안으로 들어와 출입문을 열었을 때 그제야 와이프는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와이프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내가 주변을 둘러봤을 때 주방에 있는 작은 창으로 (내 몸을 집어넣으면 꽉 낄 
정도의 아주 작은 창이다.) 도둑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지난번 방범창을 교체할 때 '설마 이렇게 작은 창으로 사람이 들어오겠어..'
하며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났다. 잠시 후 과학수사대라는 사람들이 와서 집안 곳곳에 밀가루 칠을 하고 형사들이 와서 주변 탐문수색을 했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대로 끝인가요?"

"네. 흔적이 없네요. 좀도둑인 거 같은데 주인한테 이야기해서 방범망 다시 설치 하셔야 할 거 같아요. 우리도 순찰을 더 하겠습니다."

벌써 두 번의 도둑에 한 번의 관음증 초등학생까지 이 집에 대한 남은 정이 다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놀란 와이프를 처가로 보낸 뒤 이 집을
떠날 준비를 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는 특유의 퉁명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문단속 잘하라니까 그러네.. 왜 꼭 그 집만 그래.."
라고 했다. 순간 집 주인에게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치며 

"임산부가 혼자 있는 집에 도둑이 들었으면 괜찮은지 물어보는 게 순서 아닙니까! 임산부가 혼자 있었는데 혹시라도 봉변당했으면
어찌할 뻔 했어요. 그리고 더는 이 집 못 사니까 이사 가겠어요!"

"그럼 그쪽이 다 알아봐요. 그리고 복비 같은 것도 그쪽이 다 부담해야 하는 거 알죠? 계약 기간에 나가는 거니까.."

복비가 아까워서가 아니고 아무런 위로도 없는 그리고 돈만 따지는 사람 같지도 않은 집주인에게 '시발' 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 

"알았습니다. 그런 거 다 부담할 테니 저희 전세금이나 미리 준비해주세요. 저희 다른 집 구하면 무조건 이사할 테니.."

집주인이 돈이 많아 살던 집이 나가는 것보다 우리가 다른 집을 먼저 구했는데 전세금을 돌려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후 경찰이 다시
우리 집에 방문했을 때 함께 담배를 피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이 든 경찰 아저씨의 말도 내게는 충격이었다.

"아직 젊으신 거 같은데 이 동네 살지 마세요. 여기 좀도둑도 많고 잡범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요. 돈 모아서 다른 데로 가요."

"저.. 아저씨 그럼 경찰이 하는 일이 뭔데요. 이런 곳에 범죄 줄이라고 있는 분들 아닌가요?"

"우리 관할구역이 작은 것도 아니고 이 동네에 이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에요. 신경 쓰고 순찰해도 한계가 있고.. 이런 일 겪으면 보통 
다들 이사 가더라고요."

그는 내게 경찰마크가 새겨진 경보기 네 개를 주고 갔다. 시발.. 이거보다 더 크게 울리는 게 우리 집 창문마다 달려 있는데..

그 후 나는 이사 하기 전 다음에 이사 올 사람을 위해 골목길 CCTV 설치를 (이건 또 경찰 관할이 아니고 구청 담당이라고 한다.. 허허..)
여기저기 관공서에 전화 토스를 받으며 어렵게 통화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골목에 설치는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이사 하는 날 같은 빌라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때 "내가 이사 간다니까 이야기해주는데.." 하며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건물 
1~2층 집은 매번 도둑이 들었고 그 이유로 우리처럼 다들 이사를 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느냐? 라 물으니 
"뭐.. 설마 또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 라는 말만 할 뿐 이었다.

지금도 그 집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화가 날 뿐이다. 

요악

1. 구하기 힘든 전세인데 홈쇼핑보다 더 놀라운 가격! 그 집에 이사 오자마자 좀도둑 1차 방문 (이것은 그냥 귀여운 수준이라..)

2. 목욕하는 것을 엿보는 관음증 초등학생도 잡기도 함. 하지만 결손가정 아이에 경찰 왈 "이 동네 이런 애들 많아요." 

3. 임신 6개월 와이프 혼자 있을 때 도둑의 침입. 
   집주인 : 다 너희 책임! 못 살겠음 나가라. 계약 파기는 네가 했으니 복비는 네가 내~
   경찰 : 이 동네가 원래 그럼. 다른 동네 가세요.
   구청 : CCTV 못 달아 줌. 예산도 없고.. 
   동네 주민 :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음. 설마 그런 일 이 또 생기겠어 하면서 모른 척

그 뒤로 나는 어떻게 했냐고? 복덕방 아저씨에게 양쪽 집 복비를 건네며 우리가 겪은 일을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다시는 그 집에 얽히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복덕방 아저씨에게 위임해서 어떻게 된 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산다고 해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튼 집이 싸면 뭔가 의심을 해야한다는 교훈을 멘탈 붕괴되면서 받았다.
출처 지금은 탈출!
출처
보완
2016-04-04 12:41:47
0
아.. 그리고 계약 중에 파기하면 원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가는 것이 맞습니다. 복비는 당연히 제가 부담하는 거고요.
제가 그 집주인에게 열받은 건 세입자에 대한 '정' 입니다. 듣고 싶었던 말은 "애기 엄마 많이 놀랐을 텐데 괜찮냐."
이 한 마디의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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