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 1명, 작가1명(실장 동생), 인턴, 저(정직원)로 이뤄진 작은 스튜디오에서 1년 좀 넘게 일했어요.
2월로 1년이 됐지만 근로계약서도 없었고 4대보험도 안해주고....
정시 퇴근은 거의 연례행사에 휴가도 자기네 맘대로.
저는 정시에 출근해서 심지어 실장이 마시는 물까지 끓여놓았었죠.
인턴이라는것들은 집이 멀다고, 늦게 일어났다고 항상 늦게 왔고 아침에 해야 하는 잡일은 다 제 몫이었어요.
3개월 수습기간동안 80만원 받고, 그 이후 정직원 전환 되서 120 받으면서 일했죠.
야근은 그냥 기본, 새벽에 퇴근해도 제 퇴근시간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가족회사였기 때문에 오전에 회의한다는 핑계로 늦게 들어오고(정시 출근한적 없음)
오후에는 또 회의한다는 핑계로 6시면 거의 퇴근 해버렸기 때문에.
늦어도7시 8시에는 퇴근 하면서 남은 일 다 하고 가라던 실장.
일 시작하고 응급실 4번 실려가고 병원비로만 도대체 얼마를 썼는지....
휴가 낼 수 있는 조항은 당연히 없었죠. 근로계약서가 없으니까... 구두계약상에서도 그런 조항은 없었어요.
아파서 죽을 것 같으면 한번씩 쉬고 그랬던 것 같아요. 3달에 한번 정도.
실장이 시간강의도 나가서, 업무 외에 강의준비, 학생들 성적 메기는것, 과제 검사 등도 했었고
자기들 부모님들 업무 관련한것도 해줘야 했어요. 문서 복사나 우편보내는 일 등...
뭐 나한테는 가족이니까 이제 함께 잘 해보자 그러면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부모님과만 상의. 저에게는 한번도 알려 주지 않다가 일 할 거리만 만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작업해.
저는 그냥 기계였어요.
부모님이랑 가서 디자인 시안 골라오면 그거에 맞게 색이나 바꾸고. 리터치나 하고.
여름엔 기관지가 안좋다고 에어컨 안틀었고, 겨울에도 건조해서 자기네 아프다고 히터 안틀어줘서 손에 동상 걸린 적도 있었고요.
자기가 외국 브랜드 디자인실 가서 봤는데 학생 인턴들이 월급도 안받고 밤새 일하는데 진짜 좋아보였다고 하고
자기가 만약 구찌 이런데서 배울 기회가 생기면 돈 안받고 가서 1년 배우고 오겠다고.
자기네가 명품인줄 알아요. 현실은 샘플만 몇번 만들어 본, 부모님 인맥 믿고 차린 브랜드면서. 아직 런칭도 안했는데....
저한테 너는 우리한테서 배울 수 있는거 감사하라고. 이런거 가르쳐주는 데는 아무데도 없다고.
뭐 무튼 다 얘기하려면 밤 새고 끌어안고 울고 뭐 그래야될거에요. 하도 당한게 많아서...
금요일 8시에 이것만 마무리 하고 내일 와서 하라고. (이게 뭔 개소리..)
휴일에 연락 안되면 혼내고. 퇴근 전-후 연락 안되면 혼내고.
디자인 관련 전시 안보고 왔다고 무시하고. 업무 중에 전시 보라고 보내면서 너네가 안보고와서 시간 버리는거니까 갔다와서 야근하라고 요구.
아 뭐 그냥 뭐같았어요.....
몸이 완전 너덜너덜해져서 2월 20일에 퇴사하겠다고 통보했는데
3월 중순에 중국에 뭐 전시 나가는게 있어서 그것까지만 도와달라고, 사람 뽑겠다고.
그래서 어차피 한달 기간 둬야 하니까 알았다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그 다음주에 부르더니
내가 태도가 병신같았다. 너는 어디가도 똑같은 소리 들을거다. 너 디자인 업계에서 발 뺄거냐. 업계 좁은거 알지?
다음에 회사에서 레퍼런스 체크 오면 내가 무슨 소릴 할 지 모르겠다. 좋은 소리 해줄 생각 없다.
그러니 너 남은 기간동안 태도 똑바로 해라. 인수인계는 사람 뽑히고 나서부터 두달에서 세달 해야한다.
니가 작업한 모든 것, 리서치 했던 모든 사이트, 작업하면서 사용했던 툴 브러시 다 정리해놓고 알려주고 가라.
... 하 황당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어버버 했어요.
그러고 본인들은 중국 출장이다 뭐다 하면서 계속 출근도 안하더군요.
어느 날은 나와서 사람이 계속 연락이 안온다고 하길래
설마 하는 마음에 구인구직 사이트 다 뒤져봤는데, 안올렸더라구요.
페이스북....500명 좋아요 해놓은 페이지에 사람 구한다고 올려 놓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안구해지는 것처럼.....
거기서 거의 이성의 끈이 탁 끊어짐과 동시에
안좋던 건강이 더 악화되더군요.
그러다 허리랑 골반, 다리까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어요. 하...
매일매일 치료 받아야 하고 뭐 일주일 치료 받는다고 낫는것도 아닌데,
회사에선 재택 근무 시키는 중.
그래서 전화해서 도저히 재택으로도 근무할 상황 아니다고 실장한테 밝히고 이제 못나가겠다 했더니
그런게 어딨냐. 니가 한거 다 정리하고 가라. 인수인계 하지 못하고 갈 상황이 될 확률이 높으니
니가 했던거 다음 사람이 봐도 다 알아볼 수 있게 일일이 정리하고 가라.
(여기서 웃긴게, 이들이 뽑으려는 다음 사람은 5-7년차, 1-3년차 경력 디자이너입니다. 그사람들한테 그냥 애기 이유식 떠먹여주듯이 다 설명해주고 가라는겁니다. 자기네들이 설명할 필요 하나도 없게.)
지금 내가 너 재택 하게 엄청 편의 봐주고 있지 않냐. 너때문에 일에 차질 엄청 생긴다.
다음주부터는 나와서 니가 할 일 정리하고 나가라.
하.....
말이 안통합니다.
그래서 오늘 해줄 일 까지 해주고
내일 나오라 하건 말건 나가서 짐 챙겨서 퇴사하려구요....
학교 선배였는데..... 심지어 강의 나와서 수업도 들었던......
도저히 지금 앉아서 작업을 못하는데 누운상태로 열받아서 글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니가 아픈거랑 일이랑 뭔 상관이냐는 태도...
하
보통 허리디스크때문에 퇴사해도 회사에선 이런식으로 구나요...?
실장은 회사 위에 법 있는게 아니라 법 위에 회사 있다고 생각하더라구요
법이 그렇더라도 우리 회사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그럼 계약서라도 써주던가....후아...
맘같아선 그냥 무단으로 안나가고 싶지만
마지막 예의를 지키기 위해 내일 통보하러 갑니다... 후아......ㅠㅠㅠㅠㅠㅠㅠ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