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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꼴찌탈출> 9화. 소라이야기 (2) [예] [아니요]
게시물ID : animation_3023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도미진타
추천 : 6
조회수 : 116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1/21 17:48:12

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1/1421631217qhtcfNZLFLErQZi.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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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나 다름없던, 지루하면서도 평화로운 일요일, 아마도 봄날의 기운이 아직 여름보다는 강성함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일요일, 한화의 기적적인 3연승의 일요일에 우리 오빠는 실종되었습니다. 휴대폰은 얇고 둥그스름한 폰트로 12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직까지 놀고 잇을 지도 몰라요. 혹시 알아요? 그 친구들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밤 늦게까지 수작을 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고등학생이 해서는 안되는 여러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한다고 늦었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경찰서에 잡혀가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러니까, 어쩌면 내일 아침 쯤에는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침대에 누웠어요. 안심하고 잠을 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오빠에 대한 기억들이 불완전하게 이어진 필름처럼 머릿속을 헤치고 유유히 흘러갔어요. 놀라서 벌떡 일어났지만 겨우 10분 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이 고통스러움을 몇 시간 동안이나 반복해야 하다니 앞이 막막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어요. 하지만 어제 밤새 뒤척였는지 피곤했어요. 어딘가 뻐근한데 정확한 위치를 몰라 제대로 주무를 수도 없었어요.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하지만 혼란스러운 내 마음, 그리고 어제 저녁과 대조적으로, 꽤나 뜨뜻해보이는 아파트 아스팔트에서 비둘기는 평화롭게 먹이를 쪼고 있었어요. 햇살은 오늘도 여전히 모든 것들을 밝게 빛내고 있었어요. 아파트 소나무 어딘가에 둥지를 튼 참새의 짹짹거리는 소리도 어제와 같이 내 귀를 때리고 있었어요. 혹시나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빠 방의 문을 열었어요. 하지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적막하게 비어있는 방 뿐이었어요. 남자 고등학생의 방 답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지만 그렇기에 침대도, 가구도, 책상도, 심지어 휴지통에 들어있는 휴지 쪼가리마저도 자기 위치를 가만히 지킨 채 숨조차 쉬지 않고 있는 듯 했어요. 마치 아무도 살지 않고 있는 듯해서 슬펐어요. 목구멍에서 올라온 알 수 없는 것 때문인지 입이며 눈이며 코며 할 것 없이 먹먹했어요.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도 혹시나 모를 기적을 바라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어요. 교복 소매에 팔 하나 넣고 폰을 보고, 교복 치마를 반쯤 올리다 말고 폰을 보고, 정말 스마트폰 중독자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똑같은 뉴스, 똑같은 트윗, 똑같은 구조 응원글 뿐이었어요. 오빠는 여전히 연락불통이었어요. 혹시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노트북을 켜서 사과클라우드에 접속했어요. 오빠의 비밀번호 정도는 알고 있어요. 로그인해서 연락처로 들어가자 연락처가 주르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장 친하다는 ‘김수한’이라는 분은 누구인지 알아요. 아마 같이 경기장에 갔겠죠. 연락처를 내 폰으로 받아적어서 전화를 걸어봤어요.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기계적인 멘트 뿐이었어요.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 소식을 듣고 싶었어요. 머릿속으로는 나도 모르게 오만 상상을 하고 있었어요. 괴로웠어요.


아침밥을 꾸역꾸역 먹다 채 3술도 뜨지 않은 채, 학교를 향해 꾸역꾸역 걸어갔어요. 아름답게 만발한 철쭉을 괜스래 스치고 지나가요. 뒷쪽에 떨어진 꽃잎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뒤돌아볼 틈이 없어요. 교문을 지나 교실에 들어갔어요. 이윽고 지각을 알리는 종이 울렸어요. 어딘가  빈 자리가 보였어요. 선생님은 빈 자리의 주인이 그 사고가 난 지하철에 있었는데 등교하지 못했다고 했어요. 제발 무사히 구조될 수 있게 모두가 빌자는 말로 마무리했어요. 사실 그 전에는 별로 알지도 못하는 아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오빠가 중요하지 그런 아이는 어쩌면 중요하지도 않을 텐데, 안 그래도 무거운 머리에 돌 덩이 하나가 더 올라온 느낌이었어요. 나는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책상에 엎어져버렸어요.


눈을 떴을 때는 점심시간인지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있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정말로 시끄러운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은 침울하게 교실 문을 나가고 있었어요.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나랑 친한 아이 세 명이 나를 걱정하는 투로 있었어요.

“어디 아파?” 한 아이가 말했어요.

“지하철… 지하철이…” 왠지 모르게 혀가 굳어져 끝까지 말하지 못했어요.

“아... 걔… 분명 무사히 구조될꺼야.”

“지하철에 오빠가 있었어.”

이 말이 끝나는 순간, 그 아이들은 놀란 표정으로 굳어져 버렸어요.

“그, 그런 일이…”

“괜찮…”

그들은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어요. 하지만 적잖게 놀랐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오빠가, 연락이, 안돼.”

나는 꿋꿋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이내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어요. 울지 않을꺼라 다짐했는데 한 아이에게 기대어 펑펑 울고 있었어요. 그 아이의 교복 셔츠는 눈물로 젖어 축축해지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을 꺼에요. 그 아이는 나를 앉아주며 말했어요.

“괜찮을꺼야, 정말로.” 내 어깨에 묵직한 것이 하나 느껴지더니, 내 교복을 적시는 촉촉한 것이 느껴졌어요.

“고마워. 다시는, 울지 않을꺼야.” 나는 다시는 울지 않을꺼란 말을 펑펑 울면서 했어요.

“그래, 다시 울 일은, 없을꺼야.”


학교에 몇 명이 오지 않았나봐요. 선생님들은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했고, 학생들도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어요. 나는 집에 돌아왔어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지만 별로 나아지는 것은 없었어요. 눈길을 끄는 제목 하나가 발견되었어요,

“[대전지하철참사] 생존자 및 사망자 명단 공개되어..”

이윽고 모든 언론사에서 똑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사실인 것 같았어요. 하지만 클릭하기가 망설여졌어요. 마우스를 기사에 대고만 있었어요. 실수로 트랙패드에 닿였어요. 어쩔 수 없이, 이름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했어요. 생존자 명단이 끝나가는데도 오빠의 이름은 없었어요. 다시 읽어나갔어요. 없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망자 명단을 읽어나갔어요. 조금씩 조금씩 마우스를 내릴 때 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어요. 명단은 가나다 순으로 정렬된 듯 했어요. ㅅ으로 시작하는 이름목록이 끝나고 ㅇ으로 시작하는 이름목록에 접어들었어요. 계속해서 이름을 내렸어요. ㅇ이 끝나가는데도, 오빠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어요. 안심하고 다시 약간의 희망을 가지려던 찰나, 나는 보고 말았어요.


나는 사망자 명단에서 보고 말았어요. 오빠의 이름을. 아름답게 디자인되었다는 그 얇고 예쁜 폰트는, 모니터에 깔끔하게 뿌려진 그 몇 개의 검은 픽셀은 묵묵하게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는지 그저 멍하니 있었어요.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몇 번이나 새로고침하고, 괜히 “사망자 잘못 기재한 기레기” 같은 검색어를 검색해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기적은 없었어요. 오빠는, 오빠는 이 세상을 꺼난 것이에요. 마치 몇 년 전처럼 나는 다시 한번 오열 했어요. 매끄럽게 깎여진 얇은 알루미늄 노트북이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 들어가고 흐느끼는 소리는 적막한 거실 전체를 울렸어요. 기적이란, 자주 일어나지 않아서 기적이라고 부를 꺼에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건 기적이 아닐꺼에요. 하지만 기적을 바란 대가는 더 없이 큰 절망이라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요.. 목이 쉬어서 더 이상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흐느껴 울 때마다 목에서 따끔따끔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신경 쓸 수가 없었어요.


일어나서는 안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하나 있어요. 그래서 납득할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문득,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어요.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느 소설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어요. 어느 소설의,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되돌려 오빠를 구하고 싶어요. 그럴 리가 없지만, 다시 한번 쯤 기적을 바라고 싶어요. 그저 망상일 뿐이지만 한 번쯤은 그러고 싶어요.


어느덧 밤이 되었어요. 밤하늘에는 희미한 별 하나만이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그 별은 혼자서 고집스럽게, 청록색이 살짝 섞인 하얀 빛을 외롭게 쏟아내고 있었어요. 마치 그 별은 흐느끼고 있는 다이아몬드 같이 도도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별빛보다 더 아름다운 빛은, 어쩌면 그 날 야구장에서 행복하게 열광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정말로 소중한 한 사람을 비추는 조그마한 전광판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무엇인가 밝은 것이 집안에 들어와서, 어두운 방을 청록빛 흰색으로 밝히고 있었어요. 갑작스러운 밝음에 당황한 나머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어요. 살며시 눈을 떴을 때는, 하얗게 빛나는 허공에 검은색 글자가 떠 있었어요.

"시간을 되돌리시겠습니까? (단,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차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예] [아니요]"
일어나서는 안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하나 있어요. 그래서 납득할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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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우승하기 위해 여동생을 스카웃해갔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온 걸까요ㅋㅋㅋ 제가 생각해도 참 황당하지만 의외로? 복선 같은 건 있을 껍니다. 솔직히 섬세한 감정 묘사니 감성적인 표현이니 하는 건 모르겠고, 뿌린 떡밥이나 회수 열심히하고 바로 끝낼 예정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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