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를 닮은 사람을 봤어.. 벌써 15년이나 지났네 너를 알게 된지가 말이야 난 벌써 결혼을 하고 서른이 되었는데 넌 여전히 20살 그대로겠구나 너를 생각하면 늘 민트향 가득한 치약 냄새가 내 코를 스치는 것 같아
중학시절,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내게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너.. 부잣집 딸에 멋있는 오빠, 좋은 부모님 그리고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늘 당당했었던 네가 좋았어 같은 여자이지만 어느샌가 나는 널 보면서 설레여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다른 너의 모습을 동경했던것 같아 언제나 우울하고 어두웠던 내게 늘 환하게 웃어주던 니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것같네
언젠가 네가 나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었을때 내가 말했었지 "난 스무살이 되는 해에 죽고 싶어"라고 말야 그때 넌 웃으며 내 손을 꼬옥 잡고 "살아..그리고 스무살이 되면 우리 같이 살자"라고 말했었어 그때는 말야 정말 단순하게 그저 언제나 죽음을 바라보는 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이였다고 생각했었어 너의 그 말의 뜻을 이해할때까지는 말이야
생각해보면 내 중학시절은 너와의 추억으로 가득한것 같아 닫힌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장난을 쳤던 기억, 학교앞 떡복이 집에서의 수다들.. 매일 보면서도 한번도 빼놓지 않던 전화통화.. 비오는날 우산도 버린채 맨발로 쫄딱 맞으며 걸어다니고 눈이 오면 강아지마냥 신나서 손잡고 뛰어다녔던.. 마치 서로 연인처럼 행동했던 우리들... 주위 친구들의 야유속에서도 늘 너는 나를 지켜줬었고 나도 그런 네가 든든했었어 그렇게나 우울증이 심해 약을 먹고 병원을 다니면서도 너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나 정말 크게 웃었던것 같아
3학년이 됐을때 반이 갈려 새로 생긴 내 친구로 인해 너와 다투고 그대로 졸업을 해버렸을때... 졸업식에서 나를 쳐다보던 네게 미안하단 말 한마디 못했던 내가 미웠어 그땐 정말 우리 너무 어렸잖아 그치??
그러다 고3때, 우연히 길에서 너를 만나 함께했던 시간 6개월.. 서로의 학교 얘기와 친구 얘기로 웃고 떠들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왜 내 힘든 상황만 생각하고 너의 슬픔을 알지 못했을까?? 마지막으로 네가 나를 찾아왔을때..나는 왜 너를 그렇게 돌려 보냈을까??
"나 널 많이 좋아해 그냥 친구로써가 아니야" 라는 너의 말을 듣는 순간, 그래 솔직히 나 많이 당황했었어 우린 같은 동성이였으니까 말이야 당황하는 나를 눈치채고 너는 웃으며 말했었지? "많은걸 바라는게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라고..... 있잖아..난 웃지 못했어..웃을수 없었어..내겐 부담이였으니까... 네가 싫었던게 아니야... 그냥.. 고정관념이 무서웠어.. 우리를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이 생각나 무서웠어.. "아, 나 집에 일찍 가봐야돼.."라고 얼버무리며 돌아서던 내게 니가 웃으며 외쳤지? "지금 가면...마지막이야..이제 난 너 안찾을거야"라고 말야 난 널 돌아보지도 못했어.. 그냥 무작정 앞만 보고 걸었어.. 어떠한 대답도 해줄수가 없었어... 근데 말야... 그렇게 하면 안됐던 거니?? 그 뒤로 연락이 끊기고 그때 난 조금 안심했던것 같아 ..뭐라고 말을 할수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너를 대해야 할지를 몰랐으니까 말야...
20살이 됐을때, 또 다시 찾아온 우울증에 난 자살을 시도했었어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어지지가 않더라... 그래서 아직도 나는 살아 있는가봐...
있잖아... 근데 너는 왜 그랬어?? .....스무살이 되기전에 죽고 싶다고 소원을 말한건 나였잖아... 너는 늘 나에게 "살아"라고 말했잖아 나는 멍청하게도 니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줄 몰랐어
3년전 결혼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들었어 ...니가 스무살이 되던 해에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말이야... 그리고 그때 알았어.. 고3시절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언제나 니가 나를 찾고 있었다는걸... 그리고 중3시절 다투고 난 후에도 언제나 네 시선은 나에게 있었다는걸...
무엇이 그렇게 너를 힘들게 만들었니? 누가 너를 그렇게 벼랑 끝으로 밀어넣은거니?? 너의 집안 얘기를 들었어 부잣집 딸...하지만 입양된 여자아이 멋진 오빠...늘 폭력으로 너를 괴롭혀왔다고.. 좋은 부모님...사람들 앞에서만 친절한척, 좋은척...... ...........그리고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나... ...우리가 너를 그렇게 만든거였니? 마지막 너를 봤을때.. 그때... 내가 한번만이라도 돌아봤다면... ...니 얘기를 한번만 진지하게 들어줬더라면... 넌... 지금도 여전히 민트향을 날리며 날 보고 웃어줬을까??
...내 나이 스무살....죽음의 문턱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그 길고 긴 꿈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내게 빛을 가리키던 그 하얀 손이 너였었니?? ...니가 내게 말한 "살아"라는 의미가 그런거였니?? 바보야... 내가...죽었어야 했잖아...왜 니가...그런 짓을 한거야...왜 그랬니..... 미안해.. 너는 항상 내 슬픔을 먼저 알아주고 나를 다독여줬는데 나는 너의 슬픔을 알아주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11년전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나 널 많이 좋아해 그냥 친구로써가 아니야"라고 말하던 너를 보고 싶어... 그럼 지금은 대답해 줄수 있을거 같아.. "우리 스무살이 되면 함께 살래?"라고 말이야...
지금 내 남편 말이야... 너와 닮은 미소, 그리고 언제나 민트향이 나는 사람이야..... ..나도 널 많이 좋아했었나봐....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사람들 속에서 민트향이 나면 다시 한번 돌아보는 버릇이 생긴것 같아.. 내 첫사랑은 중학시절 같은반 친구였다는걸 내 주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 내 남편도 말이야... 이젠 숨기고 싶지 않아.. 너와의 행복했던 추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