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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같은 인간관계
게시물ID : gomin_3454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33967
추천 : 1
조회수 : 26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6/09 13:45:51
미국에 나와 산지 일년.
연수자의 신분으로 대학교의 실험실에서 실험하면서 얻은것이라곤 스트레스와 우울증.
이곳에서 나의 위치는 학생도 직원도 아닌 애매한 위치이다.
딱히 수업을 듣는것도 아니고 실험실 안에만 있다보니 내 인간관계는 똥망.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교수님, 랩사람들, 룸메와 룸메의 주변인물들뿐.
해외에 나가면 교회부터 찾으라 했지만 개신교 혐오자로써 지조를 지켰으나 이젠 그것을 후회하게 될줄이야..
이곳의 랩사람들과는 일적으로 연결된 관계라 되게 친하지도 사이가 나쁘지도 않으니 나에게 남은건 룸메뿐이었다.

우린 꽤 잘 지냈다.
둘다 딱히 친구도 없고 비슷한 처지여서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룸메에게 남친이 생기기 전까진.
룸메 남친의 친구도 함께 친해지게 되어 가끔 넷이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룸메와 그의 관계는 꽤 오래 지속되면서 룸메의 세계의 중심은 그 남친이 되어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었다.
흔하디 흔한 스토리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남친을 만나면서 점점 멀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나 자신도 내 오랜친구들도 남친을 중심으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었다.
룸메가 혼기를 지났기 때문에 필사적인거 알지만
나와의 약속을 남친과 상의해서 잡고 남친과 함께 보낼것이므로 약속잡는것을 꺼리는것은 문화컬쳐였달까.
그러다보니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게 되고 최근 몆주간 같은 이유로 언쟁을 벌이는 일이 늘었다.
좁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싸움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충분했고 약을 먹어온게 열달이지만 우울증은 더 심해져만 갔다.
화가나는것을 풀수가 없어서.. 나 자신에게 물리적 상처를 입히는 충동을 참는것도 이제는 힘들어진다.
우울해지는 기분을 끊을수가 없어서 인생퇴갤을 생각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룸메는 몇달 뒤 남친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나는 미국생활의 마지막 한달을 지낼 집을 구해야했다. 
하지만 한달단위로 계약할수 있는 곳은 거의 없고 얹혀살수 있는 다른 친구도 없는 상황에서 룸메에게 한달정도 신세를 질수 없겠냐고 물었다. 
같이사는 연인에게 얹혀사는것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들도 불편하지만 나에게도 똑같이 불편하게 될것이다. 결혼하고싶은 사람과 함께 살게 된 판에 그 첫달을 친구가 같이 보내자고 한다니 부탁하는 나도 이건 개념이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을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다하다 안되면 좀 얹혀살아도 될까 물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은 이게 신혼집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걸 망칠수 없다고 한다. 정말 좀 그렇단다.
생각해보면 룸메가 지금 남친을 만나게 된것도 내 덕이 있건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봤다. 
내 친구가 나와 같은 상황이고 나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면.
남친이랑 한달만 살거 아니고 친구가 타향에서 오갈데가 없으니 부탁하는건데.. 반대하는 남친을 설득해서라도 같이 살것같은데. (이일을 계기로 나중에 남친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도 너그러이 그의 친구를 받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남친이 반대하는것도 아니고 친구가 그렇게 말을 하니.. 
잡고있던 끈 하나마저 끊어진 느낌이다.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이였구나.

룸메의 남친도 나의 친구였다. 하지만 룸메와의 잦은 싸움때문인지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 남친의 친구도 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싶다. 친구로 생각하고 싶지만 여친이 있는 그는 나에게 호감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편하게 연락할수도 없고 어찌됐건 그는 그의 여친에게 간다.
그리고 내 온리 프랜드였던 룸메도..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에선 친구가 되기 힘든 나이차이다. 나와 띠동갑이니. 숱한 언쟁에서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서 내 스스로가 룸메에게서 멀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애쓰지 않아도 될거같다. 

룸메에게 느끼는 감정은 배신감이 아니다. 실망감이다. 
비교적 오랫동안 잘 쌓아왔다고 생각했던 것이 짦은 순간 다 무너졌다.
이곳에서의 일년여 기간은 내 전체 인생에서 아주 조그만 부분일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일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것은 어쩔수 없는것같다.
그리고 이 우울증은 앞으로의 내 인생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난 어쨌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에 가면 좋은 내 친구들을 만날수 있다. 여기보단 더 살가운 동료들을 만날수 있다.
그걸 알지만 그런날이 돌아올것 같지 않은 절망감이 너무 크다.

이제 나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이별을 준비하려고 시작했는데 이별의 마지막은 이 세상과의 이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의 사람들 다 필요가 없구나 느낌과 동시에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나의 사람들도 다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짐을 정리하고 페이스북을 끊고 마음을 정리하는게 마치 곧 죽을 사람이 신변을 정리하는 그런 느낌이다.

엄마, 나에게 생명을 나눠준건 엄마지만 나머지를 결정하는것은 나야.

당분간은 너무 지쳐서 뭔가를 시도할 힘도 없는 상태라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봄이되면서 활기와 함께 생겨난 뛰어내리고 싶던 충동을 생각하면.. 나는 안전하지 않다.
여기온지 한달만에 들었던 생각.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여기서 이렇게 지내고 있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나.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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