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 달이 넘도록 아빠는 소식이 없습니다.
아빠, 엄마, 12살 첫째와 8살 둘째 아들. 8살 막내만 남았습니다. 엄마와 큰 형은 돌아왔지만, 아빠는 아직 한달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막내 아들은 할머니와 외삼촌, 가족들이 돌보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더 정성스럽게 돌봐주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 가족과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이삼주 전쯤에, 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 안에서는 숨 쉴 수 있어?"
"…그럼, 배가 아주 커서, 숨 쉴 수 있어."
가족들은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줘야할지 고민이 깊어보였습니다.
"오히려 친척들이 와서 잘 놀아주니까, 평소에는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가끔 화장실 가서 운대요. 저도 아는 건지."
여느 8살 아이처럼, 아니 다른 아이들보다 웃는 모습이 해맑아 보이던 아이의 사진이 떠오릅니다. 환자복을 입은 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브이자를 그려보이는 사진입니다.
이제는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아빠, 엄마, 큰형이 천국에 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나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국이 어딘지, 뭐하는 곳인지
정작 잘 알지는 못합니다.
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최근 SBS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는 엄마, 아이를 찾으면 아이에게
먼저 입히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다른 매체를 통해 공개된 또 다른 영상 속 아버지 역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구명조끼를 아직 입지 못한 상태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였습니다.
"이유는 잘 알수 없지만, 아마 주위사람이 조끼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조끼가 모자르지 않았나 추측을 해 봅니다. 제가 13년 이상 봐 온 매제인데 한번도 화내는 걸 본적이 없을 정도로 순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아이의 외삼촌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의사자로 지정이라도 되어서, 남아있는 아이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말입니다. (혹시라도,
생존자 분들 중에 이 분의 마지막 모습을 아는 분이 있다면, 연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고가 난지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엄마와 큰형은 찾았는데, 아빠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추가로 희생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살펴보고 있지만, 그 분의 이름은 여전히
실종자 명단에 남아있습니다. 듬직해 보이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내 해맑은 아들의 얼굴이 겹칩니다.
지금껏 찾지 못했지만, 안산 합동 분향소에는 아빠, 엄마, 큰형의 위패가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한 가족인데, 그래도 함께 모셔야 할 것 같았다는 게
가족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장례도 아직 치르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도 함께 보내주고 싶다는 뜻 때문입니다.
장례를 치르면, 아이도 그 자리에 함께해야 할텐데, 가족들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빠, 엄마, 큰 형의 영정 사진을 바라봐야할 아이, 차마 생각하고 싶
지 않습니다. 그래도, 엄마, 큰형 사진만 보고 혹여나 '아빠는 어디갔어?'라고 묻는 아이의 모습은 더욱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희생자 숫자는 18명.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였을 이들입니다. 아무쪼록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 품에 안길 수 있길 바랍니다.
--------------------------------------------------------------------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부디 저 아이가 상처받지않게 끝까지 잘 보살펴줘야할텐데..
실종자 18명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주길 바랍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