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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를 퇴사하게 된 사연#10
게시물ID : soda_29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84
조회수 : 21212회
댓글수 : 127개
등록시간 : 2016/02/23 22: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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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퇴근하자 마자, 발씻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제가 가끔 스승님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댓글에서...그 스승님은 중학교때 제 은사님은 아니었습니다...ㅎㅎ
그분덕에 공부라는 길로 들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성적이 잘 나왔기에 그냥 했던 것이죠..
 
제 스승님은 대학교때 만났습니다. 신입생 시절, 저는 저와 똑같은 성격의 형님을 한분 만났습니다.
똑같은 성격이나 항상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항상 저보다 현명했고, 멀리보았고, 솔직했습니다.
똑같은 성격이지만, 전혀 다른 포스를 품겼습니다.
 
형님은 186cm에 96kg. 그리고 살이찌지 않았습니다. 타고난 장사였죠. 눈빛은 얼마나 무서운지...지금까지 선배의 앞에서 어떤 남자들도,
어떤 여자들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ㅎㅎㅎ 같이 다니기만 해도 든든하여, 교수님들이 항상 데리고 다니고 싶어했었죠.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교수님 당신이 뭔가 있어보이는 사람이 되어 보이는거 같았던거 같습니다.
 
여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았고, 이젠 10년이 지나지만, 단 한순간도 여자친구가 없던걸 본적이 없네요..ㅎㅎㅎ
남자들에게는 더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마 그중엔 복종도 포함이겠지요.
 
반면 저는 176cm에 64kg...네 빈약하죠.ㅋㅋㅋㅋ 중1때 성장이 멈추었습니다. ㅎㅎㅎㅎ
형님과, 저는 분명히 같은 성격이고, 생각의 방식도 비슷했고, 무언가를 행함에 주저함이 없었지만, 결과는 항상 달랐습니다.
제게는 남자도 여자도 화를 내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성격을 인정하기에 형님의 외모 특성상 저와 결과가 다르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흥미로웠지요. 사람은 외모가 매우 중요하다. 남자가 키가크고 덩치가 좋은건 축복받은 겁니당. ㅎㅎㅎ 
 
 
형님과 함께하며 우린 너무나 닮아버렸죠. "진실" 이란 두글자, "도전" 이란 두글자, "자아성찰" 이라는 4글자...이런 주제 하나만 던져도
둘이서 8시간씩 토론을 했지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 살면서 경험한 밑천을 다 꺼내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하여
어떤 방향이 가장 현명한 생각인지 연구를 하고는 했지요. 가장 형님과 오래 이야기한 시간은 3일이었던거 같습니다. 항상 서로를 배우려
했기에 서로 존경하고, 존중받으며 10년을 지내온거 같습니다.
 
서로의 존재 만으로도, 반면교사가 되거나, 자기 자신이 투영되어 보이는 지기.. 아마도, 인생에 큰 행운이거나, 보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흑염룡과 흑염룡이 쌍룡으로 함께 크면서 서로 혼도 많이내고 배우기도 많이 배우며...(물론 제가 배운게 많지만) 소중히 이어져 왔습니다.
함께 가요제에 나가서 우승도 할만큼 노래도 좋아했죠. 랩도 좋아했습니다.
 
그랬던 형님이 작년 말에 랩가사 한 소절을 제게 보내 주셨지요.
항상 형님과 대화해 오던 내용.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나누던 내용이 저기에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한번쯤은 재미있고 볼만한 가사이니 한번씩 보시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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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좋다 해서 눈이 밝은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천둥소리를 듣는다 해서 귀가 뚫린 것만은 아니라
많이 보는 게 지혜이고 많이 듣는 게 신중함이니
작은 변화를 보고 작은 소리의 굉음을 들을 것

남들이 날 몰라주는 걸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부분을 문제 삼아야 하니
어차피 사람들은 볼수도 없고 알수도 없으며
그저 외면을 바라본 채 안을 평가하려 드느니

비난 앞에 방어만하고 거짓핑계를 일삼으며
불만에 가득 찬 채로 원한만 품고 있다면
입신양명을 바라고 이름을 높히려 들고자 해도
재물을 얻을 순 있겠으나
세상이 너를 업신여긴다

고난과 위험이 없이 편히 앉아서 말만하며
말로만 진위를 가리고 옛것들만 따라하는 자
내것을 찾지 않고 탐구해보려 들지 않으며
공부하려는 노력은 않고
쉬운 결론에 집착하는 자
세상이 용납해주지 않고
슬픔 속에서 술병이나 지켜야 한다
그때 후회한들 어쩔 것이냐

위엄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며
위임을 받고서도 절대 독단하지 않으며
도움을 받으면서도 의지하려 들지 않으며
파면당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할 리 없을 것이며

자기에 엄격한 자 빽이 없어도 망하지 않고
스스로 나태한 자 줄타고도 바보다
걱정해야 할 일은 빈곤이 아니라 불안정이니
Lamborghini와 Louis Vuitton이
너의 영혼은 아닐지니

높이 보는 자 발 밑이 소홀치 않으며
앞을 내다보는 자 뒤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득을 바라보되 폐해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
안일하게 떠들다가 스스로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는다

거짓명예를 얻으면 엄하게 바보가 높은 곳에 올라
많은 일들을 근심하여 마음이 번거로와지니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과대포장과 구라로 메꿔대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부족함이 곧 드러나게 되니

선악은 구별되나 마음과 외모는 구분이 안 돼
겉으로 선량하나 속으로 위선적이며 간사한 자
겉으로 공손하지만 속으로 기만하고 획책하는 자
겉으로 용감하지만 속은 비겁한 자도 있으니

용감한 적은 격분시키고 성급한 적은 지구전을
탐욕스러운 적은 뇌물을 느린 적은 기습하라
 
 
ㅎㅎㅎ 정말 사족이 길었지요? 이제 시작해봅시당. 사족이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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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마음에 문을 닫은 순간부터, 퇴사할 결심을 하게 되었음.
지금까지 본인이 소중히 간직하며, 공부해오던 소스를 빼앗기고, 성과표엔 이름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대신 스스로 한 가지, 조건을 걸었음. 만약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순조롭게 해결이 된다면, 지금까지 자만했던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제조팀을 찾아가서 사과하고, 팀원들 모두에게 사과를 하기로.
 
그리고 이 사회에서 두번다시 고개를 쳐들고 살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음.
 
허나, 만약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면, 어떠한 협력도 하지 않을 것이며. 팀장이 사람을 깔본 죄, 20년 경력동안 일을 종사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변화 시키지 않고 선배들에게 배운 그대로 수용하며 살아온 죄. 사람을 구분한 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갚아주겠노라 다짐했음.
 
대리들..  업무에 있어서 장점 만 어필하려 한 죄. 현실을 인정하고 표현하지 못한 죄.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줄에 의존하여 줄타기 한죄.
 
모두....박살내고, 나는 회사를 떠나겠다. 다짐했음.
 
팀장은 대리들에게 프로그램을 가르쳤음. Interface가 무엇이며, 상속이 무엇이며, 아키텍쳐 수업을 열심히 진행하였음.
물론 본인에겐 정말 가치있는 수업이었음. 문제는.. 대리들....int, float, double...뭐 이런거도 모르는 대리들에게 Interface를 가르치다니..ㅎㅎㅎ
그런데도, 대리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마치 대단한걸 배운마냥 자신감들이 넘쳤음.
아~ 프로그램이란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재밌다 플밍"을 시전하셨음.
 
그리고, 평화의 날은 끝이 났음.
 
쿵, 쿵, 쿵, 쿵 !!!!!!!!
 
1라인: "호오~이곳이 나메크성인가?"
 
2라인: "코딱지 만한 별이군...킁"
 
의외로 팀장은 침착했음. 설비가 들어온지 3일이 지났는데도, 우리에게 강의를 하고, 대리들과 미래계획을 세웠음.
나는 아쉬울게 없었음. 본인에겐 너무나 소중한 강의였음.
 
4일째....사무실에 전화가 한통 걸려왔음. 제조팀이었음.
 
제조팀: "비전팀 셋업하러 안와요?"
 
팀장: "네? 셋업은 제조팀이 하는거 아닌가요?"
 
제조팀: "무슨 헛소리에요. 빨리 내려와서 셋업하세요. 다음주에 검수니까. (뚝)"
 
팀장 잠시 벙 쪘음. 그리고 대리들을 향해 얘기했음.
 
팀장: "설비 셋업 우리가 하는거에요?"
 
대리들: "??......??"
 
나: ".........."
 
팀장은 인물이었음. 침착함을 잃지 않고, 대리들을 이끌었음.
 
팀장: "자~ 그럼 우리 설비한번 보러 가봅시다~!!!"
 
대리들: "와아아!!!"
 
본인과 신입사원은 사무실에 앉아서 공부를 했음. 과장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셨음.
 
과장: "ㅇㅇ씨 괜찮겠어요? 같이 안가도?"
 
나: " 안괜찮을껀 뭐죠? 업무 분장표엔 제 역할이 아니던데. ㅎㅎ 저한테 책임 있는일은 아니죠. ㅎㅎ"
 
과장: ".....그렇긴...하네요.... ㅠ"
 
그렇게 오전에 내려간 인원들은 오후가 되어도 올라오지 않았음. 오 꽤나 잘 하고 있나보다? 생각하고 담배피러 나가는 길에 슬쩍
라인을 봤음.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음.
 
대리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고 있었음. UPS같은거, 랜치박스, 각종 케이블을 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음.
팀장은 마치 응원하듯 옆에서 사기를 북돋우고 있었음.
 
팀장: "자~!! 일단 저거부터 빨리 끝내요~!! 자자!! 갑시다 갑시다!!"
 
오...........솔직히 조금 감동했음. 팀장은 본인이 생각했던 만큼, 이기적이거나,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던거임.
 
그랬음. 열심히 제조팀 일을 도와주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장의 생각이 뻔~~히 보였음. 제조팀 일을 도와줘서 빨리 끝나면, 이제 제조팀이 도와줄것이라 굳게 믿은 모양.
그게 가능했다면, 본인의 흑염룡 스토리는 애초에 탄생하지 않았을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조팀은 그날 일찍 일을 끝내고 다들 정시에 퇴근했음.
이건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음. 검수기간을 앞두고 정시 퇴근이라니...!!! 본인은 퇴근하는 제조팀에게 90도로 인사했음
 
나: "행님들!! 살펴 가십쇼!!!!!!!!"
 
제조팀: "(저놈은 드디어 미친게야....)"...어 그래..."
 
본인도 가방을 등에 매고 숨어서 현장을 한번 봐줬음. 염탐하는 재미는 쏠쏠했음.
 
라인에는 4명의 인원이 남아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 라인도 4대. 이건 1:1대결하기 딱 좋았음.
 
팀장이 발끈했음.
 
팀장: "아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데요??....."
 
대리들: "........"
 
팀장: "안되겠어요. 내일 이사 님께 보고드려야 겠어요."
 
대리들: "아마 안될꺼에요.."
 
팀장: "??왜요?"
 
대리들: "원래 그렇거든요..회사 문화에요."
 
팀장: "문화!? 문~~~화!? 그게 문화에요? 그런건 문화가 아니에요. 그런 악습이 아직도 남아있나?? 왜 나한테 진작 말 안했어요?"
 
대리들: "......"
 
팀장: "괜히 쓸데없는 짓 했잖아요!! 그럼 한번 셋업 해보세요. 나도 보고 배우게."
 
대리들: ".........."
 
팀장: "왜들 가만히 있어요?"
 
대리들: "저....저희는 현장일을 잘 몰라서...."
 
팀장: "???!!!! 아!!! 그럼 그 사원이 하는구나? 사무실 올라가서 ㅇㅇ씨 내려오라 그래요."
 
대리들: "네!" 
 
그말을 듣고 본인은 서둘러 신발장에가서 신발을 신고 회사밖으로 도망쳤음. 대학교 물리수업 땡땡이 치고 도망칠때도 이렇게 신나진
않았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 아 글쓰다 보니 그때 기분이 상상되어 기쁨. ㅋㅋㅋ
 
택시~!!! 택시를 서둘러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 핸드폰이 진동했음. 부르르르르르.....대리였음.
 
나: "여보세요? ㅇㅇㅇ사원입니다."
 
대리: "ㅇㅇ아. 팀장님이 너 찾으셔. 라인으로 오래."
 
나: "저 퇴근 했는데요?"
 
대리: "야.. 그걸 말도 안하고 퇴근하면 어떡해?"
 
나: "아니, 왜 찾는데요? 찾는 목적이 있을거 아닙니까."
 
대리: "너가 와서 셋업하래."
 
나: "지금보니 형님 말을 되게 잘 전하시네요 ㅎㅎ 제 말도 전해주세요. 댁이 직접 하시라고. ㅎㅎ(뚝)"
 
시원했음. 뭔가 마음을 비워버리니 너무나 홀가분 했음. 현장을 너무 잘 알다보니, 너무 훤히 보여서 즐거웠음.
뭔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조금 있으니 팀장이 전화가 왔음.
 
나: "네 ㅇㅇ사원입니다."
 
팀장: "ㅇㅇ씨! 지금 어디에요?"
 
나: "집이요."
 
팀장: "나한테 보고도 없이 집가요?"
 
나: "우리 언제 보고하고 퇴근한적 있나요?"
 
팀장: ".....어....어...지금은 시기가 그런 시기가 아니잖아요!!!"
 
나: "이제보니 좀 실망이네요.. 윗분들이 일하시면, 아랫 사람은 맘대로 퇴근도 못합니까? 세상에 그런 악습이 어디있습니까!?
      그게 없어졌기에 저보고 특혜누린다고 하신거잖아요."
"
팀장: ".....아니...저....이봐요. ㅇㅇ씨. 지금 이거 지시 불이행이에요!! 지금이라도 나 맘먹으면, 내일 징계위원회 갑니다.
         마지막 기회니까. 택시타고 돌아와요. 같이 셋업합시다."
 
징계위원회......ㅋㅋ 그런게 존재했으면 임마...제조팀 벌써 다 징계시켰겠지...ㅋㅋㅋㅋ아니면 내가 이미 징계당해 있거나. ㅋㅋㅋㅋ
 
나: "팀장님. 지시 불이행이라뇨. 저는 문.서.화. 되어있는 명령대로 이행중인데. 저한테 일 시키시려거든, 다시 문.서.화 해서, 제 업무랑
      성과표 다시 작성하고 회장님께 제출확인 받고 시키세요."
 
팀장: "아~ 이제보니 그게 불만이었구나? ㅇㅇ씨. 지금..."
 
나: "(말을 끊으며)딩~~!!!!동!!!!!!!!!!!!뎅!!!!!!!!!!!!!!!!!(뚝)"
 
끊고나서 생각했음. ㅄ이 지가 뭐 어쩔껀데. ㅋㅋㅋㅋ 지가 일러봤자 회장님 한테 밖에 더 이르겠어? ㅋㅋㅋ 때릴꺼여 뭐여? ㅋㅋㅋ
내월급 지가 주나? ㅋㅋㅋㅋㅋㅋ 회장님한테 일러라.
본인은 저때 이미 정신을 놔버렸음.  
 
내감마!!!!!!회장님이랑!!!!!!!!!밥도먹고!!!!!!!!!!!!!!어!? 술먹고!!!!!!!!!!!어? 전화도 하고!!!!!!!!!!!!!!!!어?!!!새X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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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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