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898년에 대한제국 학부가 평안도의 공립소학교에 내린 세계사 관련 시험 문제입니다. (괄호: 각주)
-프랑스가 무슨 이유로 대란하며 나폴레옹 제1황(나폴레옹 1세)은 무엇 때문에 영웅인가.
-영국이 무엇 때문에 흥성해 세계일등국이 되며 정치 선불선이 아국에 비하면 어떠한지 숨기지 말고 사실에 의거해 직서함이 가함.
-인도국은 무슨 이유로 영국의 속국이 되 지금까지 자주치 못하는가.
-보불전쟁에서 보국(프로이센)은 어찌해서 승리했으며 프랑스는 어찌해서 패배했는가.
-오스트리아 황제 페르디난도(페르디난트 1세)는 무슨 이유로 손위하며 지금 그 나라 정형은 어떠한가.(페르디난트 1세가 빈 체제 붕괴 당시의 소요사태로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양위한 사건을 말함)
-이탈리아 국사기 중 나폴리 시칠리왕 페르디난도 2세가 그 민을 포학하다가 각국에게 모욕을 당했으니 그 정형과 시비가 어떠한가.(당시 양시칠리아 왕국의 왕 페르디난도 2세가 자유주의 운동을 탄압하려 시칠리아에 해군을 동원한 포격을 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된 사건을 말함)
-러시아가 정치와 척지함과 얻은바 속지 국민을 어떻게 대하며 그 나라와 깊게 통교함이 어떠한가.
-터키(오스만 투르크)는 어떤 나라이고, 그 정치 선불선을 말함이 가함.
-미국은 세계 중에 교화와 각 정형이 어떠하다고 할고.
-우리 대한은 어떻게 정치를 해야 세계일등국이 되며 또 구습은 고치지 않아 어떤 지경에 이르렀고, 이를 뚜렷하게 명백하게 저론함이 가함. 끝.이상 문제는 '태서신사'를 잘 읽고 조목조목 대답함이 가함.
보시다시피 초등교육 격인 소학교의 문제 치고는 상당히 수준이 높습니다. 일부는 적당히 응용해서 사학과 전공기초 시험으로 내도 될 정도입니다. 사실 당시의 소학교는 지금의 초등학교하고는 일대일 비교가 되지 않는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이었으니 이런 문제가 나오는것도 아주 무리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당시 기준으로는 '현대사'를 주로 출제했음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아마 이런 문제들을 낸 이유는 세계의 다양한 정세를 읽고 그 속에서 우리나라(대한제국)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묻는 것 같네요. 마지막 문제로 그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출처- 김태웅, 신식 소학교의 탄생과 학생의 삶, 서해문집,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