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건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 길이 제가 태어나서 처음 갔던 길이거든요.
전철역에서 내려서 그 친구집까지 10분거린데, 데려다주면서 상가이름을 외우면서 "여기에 이 건물이 있고, 여기서 돌아서 쭉 가면 역이 나오는구나" 하면서 자신만만해했죠.
근데 이게 왠걸.......... 제가 돌아가는 길에 분명히 있어야 할 상가들이 없는겁니다. 그래서 전 결국 A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B역까지 한 정거장을 걸어서 갔습니다ㅠ 도로교통표지판 보고 말이죠-_-
이 때까지만 해도 "아 뭐 초행길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일주일 전에 제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동아리 선배와 함께 술을 먹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같이 길을 가는데, 다섯번넘게 다녔던 그 길이 새롭게 보이고, 길이 너무 헷갈려서 두리번두리번 하니까 선배가 "너 길치지"하시는겁니다. 전 아니라고 박박우겼는데 '설마'라는 생각이 사라지던건 아니더군요-_-;;
그 때부터 조금씩 의심이 되더라구요. '내가 길친가......'
그리고 제가 길치라는걸 거의 확신하게 된 순간이 바로 그저께와 어제였습니다. 그저께 친구가 차를 샀다고 해서 장롱면허인 제가 그 친구의 도움으로 차를 잠시 몰았습니다.
X 지점부터 Y지점까지 제 친구가 몰았다면, Y지점부터 X지점까지 되돌아오는 길은 제가 몰았는데요, 이 길은 평소에도 버스타고 어디 나갈 때 자주 가던 길이라 익숙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몰아보니까 모르겠더군요-_-;;
친구가 몰면서 갈 땐 10~15분 거리였는데, 제가 몰면서 돌아올 땐 한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ㅠㅠㅠㅠ 차가 밀린 것도 아니요, 고장난 것도 아니요, 기름도 가득했는데 말이죠........... 그 친구도 저보고 길치냐고 물었을 때 "운전 좀 오래해보고 싶어서 좀 빙빙 둘러왔다 안돼냐!" 라고 둘러대긴했는데 친구녀석도 이미 길치라는걸 감 잡았는지 피식 웃더군요. 그리고 어제 그 친구의 미니홈피 다이어리를 봤더니 '녀석은 길치였다' 라고 써있었습니다ㅠ
제 기억력이 모자란걸까요. 다른건 다 기억하는데 제가 길눈하고 사람눈이 좀 어두운 것 같아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