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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게시물ID : love_294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바티니
추천 : 4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5/31 23:41:00
삼국지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유비가 헌제를 알현하고 조조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데 거기서 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조조는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을 유비와 자신을 지목하며 유비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데 위기라고 생각한 유비는 그 상황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자
 
탁자 밑으로 숨으며 자신은 천둥과 번개가 무섭다고 말했다. 조조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유비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원술을 토벌하는 데에
 
유비를 보낸다. 그리고 유비는 원술을 격파하고 서주와 소패성, 하비성을 자신의 영토로 만든다. 대충 기억나는 이야기는 이렇다.
 
사실 나도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한다. 물론 난 유비만큼 인덕이 있고 사람을 끄는 매력은 없다. 그런데 왜 무서워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단지 어릴 때부터 불꽃놀이를 못 봤다는 것. 그리고 야간의 층간소음을 유난히 못 견뎌하는 것. 대충 단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지금 사는 곳은 다행히 층간 소음이 없다. 제일 위층이 아님에도 정말 조용하다. 위층에 사시는 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자친구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에 대해서 물어봤다. 여자친구의 답은 놀라웠다. "내가 자신에게서 떠나간다는 것."
 
뜬금없었지만 나름 유추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꿈 속에서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펑펑 운 적이 두 번 있었다. 그냥 나 기분 좋아라고 하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 날 이후로 나에게 더 붙어 있으려고 하는 것과 스킨십이 더 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여자친구는 내가 출근하려고 신발을 신는 순간 나에게 말했다. "오늘 일찍 와야 된다. 알았지?" 난 알겠다고 말하며 여자친구를 안아줬다.
 
여자친구는 나에게 뽀뽀를 하며 손인사를 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뭔가 계속 생각이 났다. 그런 말을 그렇게 자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최대한 퇴근을 빨리 했다. 물론 지하철로. 막힐 것 같아서 붐비는 것을 싫어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여자친구는 말했다. "오늘 그냥 오빠랑 같이 오래 있고 싶었어. 그래서 그랬어." 원래 약속도 있었는데 취소했다고 한다.
 
다른 일이 있냐고 물으니 그냥 피곤하다는 말만 했다. 대충 짐작이 가는 상황이 있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여자친구를 안아줬다. 여자친구는
 
내 품에 안기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샤워를 하고 나서 여자친구를 품에 안고 아무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여자친구의 이마에 뽀뽀를 한 나는 내일 6월 5일에 휴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무리한 생각이지만 그래도
 
그 날은 내 생일이니까. 그래서 한번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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