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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분대장의 하루
게시물ID : military_294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6
조회수 : 2554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3/08/27 17:14:12
미리 말씀드리지만 글재주가 참 없습니다
글이 지루하게 길어져있네요.
긴 글 읽는거 안 좋아하시는 분은 안보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다른 분들이 훨씬 재밌고 간략하게 쓰신답니다

이건 그냥 제 추억의 넋두리...입니다.

중대에 불미스러운 일로 빡친 중대장횽이 기존 분대장-부분대장을 잘라버리고 각 분대 3번째짬...을 분대장으로 임명했고.
덕분에 분대장 10개월에 막내분대장만 반년...그 중에 7개월동안이나 분대 내에 고참이 있었던...
이상한 쪽으로 꼬였던 제 군생활입니다


아침 6시. 다른 중대는 분대장급이면 느그적느그적 일어나겠지만 우리 중대는 틀리다. 분대장들 위로 고참들이 분대당 1~2명.
간밤에 전반야에 새벽 중번 근무를 다녀와서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나까지 드러누워버리면 침구류 갤 인원도 안나온다. 
거기다가 당직부사관도 고참. 
"분대장 달면 쒸밤바야. 군생활끝나지?? 아앙??"
소대는 다르지만 맞고참 후임으로...후임들에게 한없이 따듯한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견장 달 일 없이 책임감없는 군생활 중인 고참들과 견장을 따라야 하나? 짬을 따라야 하나? 항상 고민하는 후임들 틈에서...
그도 악마로 변신해버렸다. 
아침부터 녹다운이 된 내 상태를 알아챈 맞후임이 까칠한 당직부사관에게 달려가 아양과 함께 인원파악을 대신 해주고 나에게 엄지를 세워보인다.

말년들은 이미 취사장으로 가버리고 니들이 아직 그럴 짬이 아닐텐데...내 위의 고참들도 취사장으로 가버린다.
제발 당직사관이 나오지 않기를 빌며 식사집합을 하는데...
"야!! 너네 소대 식사집합 인원이 왜 이것뿐이야??"
중대장 오기 전까지 눈도 못뜨던 말년 소대장이 나와서 꼬장을 부린다.
병장 누구누구랑 누구누구는 어디어디를 각각 다쳐서 식사집합에 나오지 못하는걸 보고드리려 했는데 당직사관님이 마침 바쁘신것 같아 일단 식사인원들 보내고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뉘예~뉘예~
말년 소대장이랑 친한 병장급 고참들 이름을 팔며 넘어가본다.
어차피 자기도 말안듣는 고참급들 때문에 분대장들 퍼져 나가는거 아니까 딱히 뭐라고도 하지 않고, 군가 목소리가 작네 어쩌네 하고는 자기도 취사장으로 간다. 

밥을 후다닥 먹고 간밤에 근무중 다친 인원은 없는지...야간감시장비는 무사한지...등등...다른 분대장 고참들도 막내인 니가하라고 쏙 빠진다.
이게 몇개월째 되니까 그냥 내 일이려니 혼자서 하게된다.
그때 이등병 하나가
"xxx분대좡뉘임~ 간밤에 후반야 나갔다가 갑자기 팔근육에 힘이 쭈욱 빠져나가서 랜턴을 떨어뜨렸어요. 진짜예요. 절대 꾸벅 졸다가 떨어뜨린게 아니예요."(상상력을 조금 발휘해주셔서 오인용의 김창후 이병 목소리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하필 떨어뜨려도 진흙밭에 떨궜는지 흙투성이가 된 랜턴을 보고...이걸 고치고 저 놈을 갈굴까...저놈을 갈구고 랜턴을 고칠까...고민하다가...
경비중대의 즐거움. 근무오침방송이 나와서 언능 자라...한번만 더 순찰 중에 졸면 나 진짜 화낸다...그러고 돌려보낸다.

남들 다 오침에 들어가는데 나는 수공구실 가서 수공구병에게 납인두를 빌려서 랜턴안에 끊어진 전선을 연결하고 고무테이프로 칭칭 감아놓고 부서진 부분도 대충 고쳐논다. 손재주 더럽게 없는 내가 이 생활 몇개월 만에 소대 맥가이버로 거듭나고 있다. 군말없이 수공구실을 내준 수공구병에게 어제 근무자 부식으로 나온 컵라면을 주고 다음에 또 부탁함. 이러고 겨우 들어가서 자나~싶었는데...
행정병 고참이 너 너무 고생한다고 커피 한잔 하랜다.
"저 이제 자야되는데 말입..."
"간부들 먹는 핸드메이드 아이스커피임. 200원짜리 머신드립커피가 아님."
"콜. 잠은 작업나가서 보충하지말입니다."
그렇게 고참이 타준 무려 유리잔에 든 아이스커피에 고참이 휴가때 사서 행보관 몰래 들고온 양담배 한대에 너무나 행복하다.
이 놈의 담배...살면서 한번도 안피워봤는데...분대장달고 스트레스받아서 한번 입에 댄 이후로...개골초가 되버렸다

커피마셔서 잠이 안오긴 개뿔...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기절했나 싶었는데 "중대원 기상!!"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눈 한번 감았다 떴는데 이런 지미....ㅠ.ㅠ
오늘은 소대 맞고참이 당직부사관이라 소대에 들어오자마자 나 보더니 
"우리 소대는 인원파악 내가 했으니까 안와도 돼."이러고 나간다. 
아...살았다...
내 눈밑에 다크서클을 보고서야 손대면 톡!!하고 쓰러질것 같은 상태임을 안 고참들이 웬일로 환복하고 담배피러 도망가지 않고 순순히 침구류를 개준다. 심지어 내것까지...내 껀 내가 한다니까 닥치고 점호준비하란다. 

행보관님이 하시는 점호는 너네 오전에 자는 동안 했어야 할 작업을 오후에 몽땅 다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수준이다.
그래도 구보며 도수체조는 과감히 짬으로 생략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각 소대 분대장들은 점호끝나고 행보관님에게 불려가 세세한 작업지시를 받고, 당직부사관에게 작업병 명단을 넘긴다.
그때 진노한...융통성 제로 신임소위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분대장들!! 이리와봐!!"
우리 고참님들이 또 식사집합 안하시고 먼저가서 밥먹고 들어와서 텔레비전 보시다가 걸렸다.
어차피 분대장들 힘없어서 통제 잘 안되는거 알면서 고참들이 신임쏘위라고 간보는거 벼르고 벼르다가 한번 터트린거다. 
밥 대충 말아먹고 고참들은 연병장에서 구르고 나는 동기에게 에어리어 올라가서 무슨무슨 작업해야한다고 알려주면서...군장을 싼다.
소대원들의 이런저런 소소한 잘못으로 1주일에 2~3번은 군장을 싸다보니까 이제 군장싸는건 일도 아니다.
말안듣는 고참들 덕분에 우리 소대 분대장들은 아직도 뜨거운 가을 오후 땡볕이 내려쬐는데...연병장을 돈다. 
작업나가서 우의깔고 한잠자고 내려와서 근무나가려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분노한 소대장과 함께 난데없는 PT체조중인 고참들보단 내 신세가 더...잠오고 덥고 기운없어서 눈 앞이 핑핑 돈다.
오후 중번 14~16시근무이면 잠깐 돌고 도망이나 가는데 하필 16시~18시 오후 말번 근무라 근무자 집합 전까지 짤없이 군장을 돌았다.

근무지 올라가서 쉬기는 개뿔...
경비대장님이 중대장횽과 함께 초소를 방문하셨다.
이등병때부터 신나게 외워서...상병쯤 되면 자는 사람 귀에 대고 "abc초소 브리핑."이라고 속삭이면 잠꼬대로도 줄줄 나오는 브리핑을 하고
그 많은 경비중대원들 얼굴 이름 다 외우시는 경비대장님은 "이야~xxx 너 포상휴가 줘야겠다!!"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근무인원부족으로 중대장-행보관 선에서 적절히 짤릴 휴가라는 걸 알지만..."상병.x.x.x!! 감사합니다!!"하고 외친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뒷근무 고참이 자기들때문에 군장을 돈 내게 미안해서 근무교대를 빨리 해준다. 
내려가서 대충 밥먹고나니까...지치지도 않는 에너자이저 중대장-행보관-소대장-부소대장-고참들이 축구하자고 한다.
그렇게 한게임 뛰어주고 샤워하고 분대원관찰일지를 쓴다.
고참 두분에게는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오후에 그렇게 굴렀는데 괜찮겠냐!!...저도 옆에서 군장돌았지 말입니다.) 편찮으셔서 야간에 근무못나가시는건 아닌지...물어보고...
다른 상병-일병 후임들 건강, 고민체크하고 분대막내 신병을 보니...저 군생활 하기 싫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이제 군생활 60여일 째지만 백일휴가 지금 나가고 싶어요. 맘에 안드는 고참들 소원수리 확 긁어버리고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집에 전화는 했니~오늘 밥은 맛있더냐~감기걸리지 않았니~또 빤스 양말 잊어먹은건 아니지?? 등등...이등"별"님 심기 불편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워낙에 상마초들만 모인 소대원들이고 소대에 동기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막내지만 매일 형식적이지만 따듯하게 말걸어주는 내가 그나마 편한가보다.
"분대장님. PX가도 됩니까?"
이등별님 가시자는데 어디든지요. 나때는 고참들이 가자해야갔는데 너는 참...그래도 니가 PX가서 행복하다면야 가야지.
PX병 맞고참은 문을 닫으려다 온갖 일에 치이다가 이제야 막내 데리고 들어서는 나를 보고 다시 텔레비전에 눈을 돌린다.
냉동은 고참 미안해서 못돌리겠고 대충 단거 위주로 골라서 막내가 지가 쏘고싶다는거 닥치라!!이등병은 고참이랑 PX와서 돈쓰는거 아니다!! 그러고 내가 계산한다. 괜찮다. 담배 아껴피면 된다.
우리를 기다려준 PX병 고참에게 쥬스 하나 사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내무실 들어가니 소대는 또 뭔 사고쳤는지 다 집합해서 고참들에게 혼나고 있다. 나도 자리에 앉아서 함께하려는데, 밖에서 말년들이 나를 부른다.
나가보니 분대장들은 다 밖에 있다. 소대집합하면 원래 짬순으로 우리도 같이 혼나야 하지만, 분대장들은 말년들이 담배 한대, 커피 한잔 하자는 식으로 불러내서 열외를 탄다. 혼내는 고참들도 말년들이 우리를 그렇게 불러내기 전까지 호흡조절하며 기다려준다. 내 동기는 분대장이 아니라서 남아서 같이 혼난다.
나온 김에 전투화 닦으려는데 다른 고참이 내 전투화를 뺏아든다.
"우리 때문에 너거들 군장 돌았는데 전투화는 내가 닦아줄테니까 니들은 좀 쉬고 있어."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해도 이번에는 말년들이 우리를 휴게실로 데려간다. 눅눅하고 곰팡내나는 쇼파에 몸을 기대니까 너무나 편하다. 잠시 다른 분대장 고참들과 내일 작업할거...휴가나가는 인원 전투화물광내기, 전투복 줄잡기 등을 얘기하며 청소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청소도 쉴틈이 없다. 전반야로 우르르 빠져나가고 휴가자등으로 빠져나가니 청소인원은 항상 부족하다.
하지만 당직사관들은 그걸 감안해주지 않으니 소수의 인원으로 먼지하나 물기하나없이 청소를 해내야한다. 
오늘은 점심때 꼬장을 부리신 소대장이 당직사관이라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청소감독을 맡은 다른 분대장고참이 소대원들을 닥달하는 동안, 나는 인원파악 및 총기파악을 끝내고 점호준비를 한다.
점호준비도 끝나고 소대원들이 침상에 정렬하고, 청소감독 맡은 고참이 청소상태OK사인을 보낸다.
점호시작하는데도 장난치고 있는 고참들에게 눈치를 준다.
"x소대 저녁점호 인원보고. 총원xx. 열외xx. 열외내용은 근무x 휴가x 당직1 보고자1 현재원 xx명 점호 준비 끝!!. 우에서 좌로 번호!!"
대충 인원보고도 끝내고...그냥 가도 될 텐데...굳이 화장실청소상태를 보고 가신다.
그러나 고참의 OK사인이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야!! 분대장!!"
화장실 구석에 처박혀있는 걸레...;;;;;;;;;;;;;;
나 포함. 소대원들이 엎드려뻗쳐하는 상태에서 점호가 끝난다.
말년들이 분대장들에게 담배한대 하자고 데리고 나가고...내무실 문이 닫힌다. 아마, 128rpm 육두문자 랩이 되는 내 동기가 소대원들 혼을 빼놓고 있을거다. 난 진짜 니 동기로 들어와서 다행이야. 후임으로 들어왔으면 최소한 탈영했을거야. 

그러나 우리도 담배한대 태우면서...고참들에게 이런저런걸로 혼난다. 
대개는 자기들 원하는 날짜로 행보관에게 휴가 못받아낸 우리들의 교섭력을 탓하거나, 요즘 일이등병들 빠져서 아무것도 안하려는거 안보이냐 등등...
혼나고 또 혼난다. 그래도 힘없는 분대장들 자기들 때문에 고생하는거 아니까 소싯적 갈구던 빠워로는 안 갈군다.
때마침 동기가 내무실에서 나온다. 
담배 한대 피자. 고참분대장이 몇천원을 꺼내서 내 동기와 맞후임에게 인원수대로 복숭아홍차 빼오라고 시키고 막사 뒤로 소대원들을 부른다.
내 동기에게 가열차게 까였을테니 이제 우리가 적당히 더 갈구고 달래야 할 차례다.
우리 소대 전통은 상병이 갈구고 분대장이 달래는 식이다.
늬들 고생하는거 아는데 고참들 눈에 이러이러한것들이 성에 안차는거 같다. 늬들 생각도 그러지? 잘하자. 이러는 동안 자판기 복숭아홍차가 손에 손에 들리고 쭉 마시고 들어간다. 

환복하려는데 관물대에 편지가 놓여있다.
그녀에게 온 편지가 있다. 정신없어서 관물대에 있는지도 몰랐다. 예전에는 여친에게 편지가 오면 고참들이 먼저 까봤다는데...그건 쌍팔년도 이야기고, 온전히 편지가 들어있다.
침침한 취침등에 편지를 읽고 (x상병님. 여자친구편지입니까??...자라...초소에서 처자빠져 자지말고...)자려는데 불침번이 분대장들을 깨운다.
"당직사관님이 분대장들 중대장실로 오랍니다."
중대장실로 들어가니 과자며 음료수가 한상 차려져있다.
"오...오늘 늬들 군장 돌린건 따...딱히 늬들이 싫어서가 아니라...상관의 지시에 불응해서라구!!"
분대장들 상황병 당직부사관 불침번까지 앉아서 과자에 음료수 먹고마시고...후반야 근무를 기다리며 잠이 든다.
소대원들 안갈구는 그런 따듯한 고참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며...편지 보내준 그녀에게 고맙다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해...줄 전화 한 통할 시간이 내게 날까-_-????? 생각하다가 지쳐 골아떨어진다.

후반야 근무 투입전, 당직부사관 통제하에 사수 부사수 탄창을 받아서 우상탄 20발 확인하고 삽탄을 한다.
분대장이라 막내를 데리고 가는데 여전히 어리버리하다. 
잠시 후, 졸린 눈을 비비며 당직사관이 나와 근무자 확인을 하고 근무자 중 제일 막내인 우리 부사수에게 암구어며 초병수칙을 묻는다.
이 암기력 부족한 막내가 웬일로 막힘없이 줄줄 답한다. 다들 오~하고 칭찬해주고 소대장도 소대막내 이제 맘편히 백일휴가 보내겠다고 어깨메어한 총기 멜빵을 격려차 툭 치는데...
총기멜빵이 풀리면서 총기가 땅에 떨어져 부딫히면서 총기 상하단이 분리되어버리고...
삽탄한 공포탄 한발은 어두컴컴한 행정반 앞 화단 수풀 어딘가로 숨어버린다...





아침밥 먹고 총기상태불량으로 군장돌겠구나...

그렇게 밤은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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