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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다 비스름한 그림잔 줄 안
아니 임과 스쳤서리
꽃보라 일듯 색 입으시더니 왜 해쪽 나타나셨소
손끝 베여서 맺힌 붉은 잎에도
피가 비처럼 흘릴 수 있는단 걸 느꼈어
차라리 죽어도 더 아팠을까 하고
아주 과분한 정내미에 푹 빠진 게야
천년 산 학이 죽고
이천 년 산 불로초가 시들고
오천만 년도 아득한 우주 그 날까지 그댈 사모하고픈데
눈먼 사리 욕심만 누리기엔 업보가 고달파
그 망할 죄가 뭐길래 하늘에 토 달자면
자 들어 보소
내 이미 사랑을 해봐가
녹아 사라진 몸인 게로
흩어져서 사라지고
가라앉혀 사라지고
타올라서 사라지고
좀먹어서 사라지고
부풀어서 사라지기를
떠나보낸 사무치는 자한테서
오래전 난 엉망진창 죽은 이 된 터라
이승에 발 둘 곳 모르고 많은 길을 잃었더랬지
현실에서 벗어나는 환상처럼
이 내가 이름 불릴 순간 사라질 방랑벽 환자라니
수수께끼같이 홀로 떠도는 팔자가
다시 태어나야지 아물 상처 품다 여겨져서
목에 탯줄 맨 듯 우스꽝스런 춤사위로 살았다
하고픈 거 없이 그저 바람 부는 대로 의지가 아닌 델 쏘다녔어
아무리 간절해도 욕망 따위 않겠다고 행동거지 추슬렀소
그리 사심이 안 따라야 일이 잘못 되도 덜 서러운 걸 배웠으니
가도 가도 시름길인 가슴 아픈 이야기를 반복지 않겠노라고
삶이란 뇌내 착각과 힘의 질서랴
실체란 건 별거 없다고 지지리 다단한 양자역학도 뇌공학도 알아봤지만
내가 당장 아픈데 뭔 처방이었나 싶어
그런 하루가 백 살 맞먹던 시기를 열 백 번 넘게 앓아
지경이 천 번은 죽을 맘일 진데 남은 제정신이 무엇이겠소
후회를 끼니처럼 되먹을까 봐 어찌 또 사랑하겠나이
전생 몫까지 감당이리라 싶던 옛 이별이
크고 큰 시린 한 되어 풀지 못한 업보요
보는 족족 칡뿌리인 양 얽힌 못다 핀 첫사랑이
현현하다 못해 삭혀서 눈알 후벼 파는데
설령 사랑이 새로 온대도 닿을 거리에 둔 들 그 고운 님께 내 무슨 염치가 있으리오
말 한마디도 꾹 삼켜 아무 일 없이 보낼 테니 그냥 좋은 날 나비를 보았다 여길 뿐
이 인생 허투루가 죄라면 죄 아니겠소?
내가 나 자신이 바람 탓이란 핑계로 또 주위 맴돌아 그대를 눈에 익히고 마는데
눈에 익은 거 자꾸 까먹었다고 그런 소경 척으로 산 죄도 생기겠소
그 인생 허투루가 죄라면 괘씸한 가중죄 아니겠소?
그리 하니 난 어리석게 고집하오
불꽃을 다스려야 한다라 화를 삼키오
어느 날은 몸서리쳐지게 꿈 꿀 만큼 진짜 아팠어 내가 화산이 됐나 봐
어찌 또 사랑하겠나이까 하면서 상제 앞에서 쓰러져 욕하고 울었소
장마가 오더니 하나 이뤄질 소원마저 어이없게 그때 써버리고 만 게지
그 생생한 꿈에서 빗물조차 윤곽 따라 흐르지 않을 때 깨달았소
정녕 두 번 다시 산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는단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