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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29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ellichor★
추천 : 11
조회수 : 534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7/08/23 07:38:58
<1>
이곳은 표지가 바랜 옛 소설부터
아직 비닐 포장 냄새를 풍기는 신간까지
그 모든 것이 작은 공간에 들어찬 서점이다
나는 책장 사이를
한참 오르락내리락한다
처음에 눈에 띈건
너무 시끄러운 고독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그리고 타이틀이 내 발목을 묶어버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시인 박준의 시집
<2>
우리는 서로 알게 됐지만
이름을 쉬이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어서 그의 이름을 알고 싶어서
내 것을 먼저 건넸다
제 이름은 -- 이에요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는 약간의 경이로움을 담아
내게 물었다
어떻게 이름이 --이야?
그는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게 알려주었고
이따금 이름을 새로 지어달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쓴 그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그의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저 내가 후회하는 것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민망하여
이름으로 몇번 부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전기가 나간 거실에 앉아
숨을 삼켜가며
속절없이 울던 2월의 밤,
나는 그리하여 아팠다
<3>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마음 한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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