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홀리데이로 후쿠오카에 왔다가 일본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후쿠오카에서 2년 정도 살다 귀국 준비하네요.
사장이 뜬금없이 요식업에 도전한다고 레스토랑, 빵 집을 3군데나 차렸다가, 순식간에 다 말아먹고 회사 사정이 힘들어져서 퇴사했었는데, 결국 재취업에 실패해서 한국에 돌아가게 되네요...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일본 넘어온 게 제일 큰 이유였는데 다시 귀국하려니 정말로 눈앞이 캄캄합니다 ㅋㅋ...
평범하게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했었는데, 정말 너무 가고 싶었던 회사에 서류 합격하여서 면접 보러 갔더니 '월급 100만원으로 시작해서 6개월 뒤에 정직원 되면 월급 150 된다.' 라고...
'이쪽 업계가 원래 월급이 짜다' 이런 얘기를 하길래 '저도 예상은 했었는데 그래도 너무...' 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찾아보니까 서울은 고시텔도 40만원씩 받더라구요? 혹시라도 합격하게 되면 밤에 대리운전이라도 해야되나 걱정을 해야 될 정도.. '왕복으로 챙겨주고 싶었는데 너무 미안하다' 면서 면접비를 챙겨주셨는데, 뭔가 뒤숭숭하더라구요. 월급은 100만원 주신다고 해놓고...
그때 고민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렸었는데, 많은 분들이 '요즘 다 그래요, 나도, 내 친구들도 월 200 받는 사람 많지 않다...' 이런 얘기 해주시는 걸 보고, 급하게 거의 도피하는 느낌으로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왔었는데, 유학 경험도 있고해서 그런지 운 좋게 괜찮은 아르바이트 구해서 들어갔더니 첫 달 월급이 160만원.
한 달에 10일 씩 쉬면서, 하루 6시간~8시간 일하면서도 월급 150만원, 160만원 받으니까 기쁘기도 하고, 한국이랑은 다르구나 생각이 들어서 슬프기도 하고 그랬네요.
그러다가 취직 제의를 받고, 연봉 협상을 하자하여 '월급 180만원만 받았으면 좋겠다...' 하면서 앉았는데, 뜬금없이 220만원을 제시하셔서 멍하니 계산기만 쳐다보고 있었더니, 조심스레 '너무 적냐, 월급은 차차 오르니까 이렇게 시작하면 안될까?' 하시는데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그렇네요.
나는 그대로인데, 한국에서는 1200만원, 일본에서는 2640만원.
회사에 미납금 달라는 거래처 전화, 무슨 시역소 세금 특별 징수반? 이런데서 전화만 불티나게 안 왔어도 계속 남아서 일 했을텐데, 일도 사람도 참 재밌고 좋았는데.
일본은 방사능이, 일본이랑은 역사 관계가, 이런 글 보면 아주 드물게 '그런데도 일본 가서 사는 사람들은 이해 안 된다', '걔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하시는 분들 계시던데 댓글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리더라구요. 저는 아마 한국에 있었으면 심한 자괴감에 안 좋은 일을 저질렀거나, 계속 취직도 못하고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그렇게 있었을 거에요. 나도 한국에서 사람처럼 살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되는걸..
취직하고나서 한국에 아는 분들한테, 일본에 취직해서 남게 되었다고 말을 했더니 '헬조선이라 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잘 하더라, 열심히 했구나' 하시는데, 그 동안 취직 안되는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셨을까?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 또 이제는 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겠구나, 생각도 들고.
심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