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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랑했던 어머니가 저를 돈주고 팔고 싶다고 합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2929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ei
추천 : 63
조회수 : 6155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8/18 11:18:08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8/17 20:14:48

아..어디서부터 써야할까..

일단 아버지 어머니는 제가 어릴때 이혼했어요
우리집은 꽤 잘 살던 집이었는데 IMF로 부도나서 이혼한.. 그냥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혼가정.
아버지는 잘 살던 때의 생활습관을 못버려서 낭비를 많이 했죠
음악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카오디오에 한달 생활비를 쏟아붓는다든가
친구에게서 비싼(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한정판..같은 느낌의) 레코드판을 한꺼번에 사들인다든가
그렇다고 적은 월급이라도 벌어오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닌..
청소일같은건 하기 싫다, 아파트경비원 일도 "지루하다" 며 그만두고, 택시기사도 "나에게 맞지 않는다" 며 하는 일마다 그만두기 일쑤..
어린 제가 봐도 참 철이 없었지요

결국 아버지는 몇천만원의 빚을 지고 어머니와 이혼하셨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빚을 몇년에 걸쳐 전부 갚아주셨습니다

저희 언니가 결혼했을때에도, 단돈1만원의 돈도 보태주지 않았던 아버지는
술집에서 노래부르는 여자와 결혼하여, 빚을 져가며 으리으리한곳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도 모자라 저희 언니 결혼식에 그 애인을 데려와 축의금 한푼 내지 않는 것을 보니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저에게 있어 가련하고 약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의 어머니는 늘 울고 계셨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를 대신해 온갖 궂은 일을 하시느라 갑자기 늙어버리신 어머니..
어릴적엔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들에 비해 젊고 아름답고 고와서 괜히 제가 조금 우쭐해졌던 어머니였는데..
언니와 저를 키우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않고 일하고 사랑해주는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너무 사랑했고
아버지가 없어도 어머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만큼 사랑했습니다

몇년이 지나고 집안 사정도 어느정도 풀렸고
착한 장녀인 저희 언니는 착실하고 번듯한 남편을 얻어 결혼을 했고
저도 적은 월급이나마 벌어오는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정말 악착같이 돈을 모으셔서 여자 혼자의 힘으로 좋은 지역의 2억5천짜리 집을 사시게 되었습니다
모두 잘 된것 같았습니다. 돈 문제 한개없는 평온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얼마전 길을 가다가 어머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별생각없이 다가가던 저는, 어머니와 손깍지를 끼고 있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양복을 그럴싸하게 차려입은 남자였고 어머니는 그 남자에게 메달리듯 안겨 걸어갔습니다
그것은 아무리봐도 연인사이였습니다
어쩐지 모르게 차 뒤로 숨어버린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도 외로우실텐데 애인이 없는게 이상하지'
몇달전에 애인이 있냐고 물어봤을때엔 그런거 없다고 했던 어머니인데, 저에게 숨긴것은 어쩐지 씁쓸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뒤 어머니가 술에 취해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술먹었냐고 묻는 제게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너, 아빠한테 가면 안돼?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왜그래? 라고 물었습니다
-나 너 때문에 힘들어. 아빠한테 가면 안돼? 아빠한테 돈주고 팔면 안될까? 
순간 머리속에서 여러가지의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돈 문제는 한개도 없었고, 생계에도 힘든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저축하는 정도 밖에 없는.. 그런 아무 문제없는 집안 상태였습니다
술 취한것 같으니 가서 자라고 억지로 방에서 쫓아내고
(아 엄마가 술에 취해서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구나..)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어머니는 대여섯번이나 제 방에 술에 취해 들어와서는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나 너 팔고 싶어. 그런거 싫지? 아빠한테 갈래? 아빠한테 가면 안될까?
그렇게 같은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도저히 어머니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사랑했던 어머니가, 내가 없었으면 한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질것 같았습니다
애인 때문일까? 애인이랑 같이 사려고? 그래서 내가 없었으면 하는 걸까?
사실은 빚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아버지와 똑닮아서? 그래서 보고 싶지 않은 걸까?
온갖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외박을 하는 일이 잦아졌고 집에서는 방문도 열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고 밥도 같이 먹고 싶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의 여자이며 여자애인이 있습니다
결혼은 아마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아놓은 돈도 없어 독립은 꿈도 못꾸고..
이런 상태로 어머니와 계속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힙니다..
아무곳에서도 말할데가 없습니다..나는 필요없는 사람이었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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