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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탕이라 하라지만 나는 싫다
'닭볶음탕'은 그리 와 닿지도 않는 이름이고,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걸 할 때 굳이 볶으면서 탕을 만드는 걸 본 적도 없다. 그냥 지지는 정도의 요리니까 닭매운지짐 정도가 그나마 맞는 언어일 거 같다. 아니, 뭐라 부르라고 순화를 하래도 나는 '닭도리탕'이 여전히 좋다.
닭을 뜻하는 '니와도리'가 안에 들어가 '닭도리탕'이 '닭닭탕'이니 말이 안된다는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도 '닭도리탕'이 주는 포근함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꼭 '돼지족발', '해변가' 정도로 오래되어야만 인정해 주는 동어반복류의 단어들에 이 단어가 포함되지 못한다는 게 분하다. 이 요리에 '닭볶음탕'은 정말 아니다. "엄마 오늘 저녁 뭐예요?" 할 때 "닭도리탕 했다" 하실 때가 좋지 "닭볶음탕 했어"가 기쁠리 없다.
닭이 잘 익어서 후루룩 씹힌다. 고기국물이랑 야채, 갖은 양념에(반드시 고추장은 빼야 한다 시원함을 위해) 졸여진 분감자가 후덕하고 크게 한 알이 있으면 그걸 한번 숟가락으로 좀 떼서 양념이랑 같이 밥을 슥슥 비벼서 먹는 음식이 내게 닭도리탕이다.
'닭도리탕'을 좋아한다.
닭도리탕 유감
세운상가 바로 옆 골목에 있는 이 집을 부장이 가봐야 한다고 그렇게 보채서 왔다. 참고로 이 사람은 신라면 스프를 넣어서 맛내는 걸로 유명한 닭도리탕 집에서 "닭 본연의 맛을 살린 맛"이라고 표현하는 양반이다. 라면스프 닭도리탕집에서 "야, 맛있다"하면 같이 인정했겠는데. 맛있는 건 사실이니까.
어쨌든 오늘 온 이 집이 그 유명하신 백 모씨가 추천한 집이라고. 고추장은 안 넣었는지 텁텁한 맛이 없는 건 좋다. 마늘을 잔뜩 넣어서 진한 맛도 좋다. 끓이면서 먹는 음식이 다 그렇지만 처음과 나중의 맛이 너무 다르다. 마늘을 잔뜩 넣고 진국이 되는 걸 보면 나중일수록 좋은 맛인데 막 먹기 시작할 땐 그저 그렇다. 하지만 이런 음식 특성상 '이제 썩 맛이 괜찮다' 싶을 때는 이미 거진 다 먹었을 때쯤이니 아쉽다. 간이 슴슴해서 대신 간장을 찍어먹으라니. 허참.
조리를 앞에서 두고 해먹는 것도 뭐 나름 보는 즐거움은 있지만 글쎄다.
나도 참 잘먹고 지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