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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지로 맛집기행 2 평안도만두집
게시물ID : matzip_29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큰돌얼굴
추천 : 1
조회수 : 11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1 17: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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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메인은 유명한 전골. 하지만 몇차례 와서도 항상 만둣국만 먹었다. 이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짐작할 수 있을 법했고, 가격도 만둣국을 둘이 먹는 것과는 거의 2배가량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전골은 그래서 날이 맞아 떨어진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먹었다. 더 나은가에 대한 결론을 짓자면, 난 다음부터 이 집에선 전골만 먹을 것이다. 가격이 2배 아니라 3배가 차이가 나도. 



할머니 만두

우리집 냉동고를 열면 항상 만두가 가득하다.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는 할머니 만두다. 외갓집에 갈 때마다 미리 전화를 하면 할머니가 잔뜩 빚어두신다. 만두를 받고 어머니는 할머니의 만두 빚은 품 이상으로 용돈을 드린다. 곧잘 먹는 나도 물론 약소하게. 이렇게 만두를 잔뜩 얻어와서는 기름에 지져 먹고 삶아 먹고 쪄 먹고 만둣국 끓여 먹고 라면에도 넣어 먹는다. 어떻게 먹어도 정말 맛있다. 다 떨어지면 용인 외가에 또 간다.

어려서는 이 만두가 별로였다. 아무래도 고기도 적고 김치만 잔뜩 들은 것도 있고 '고향만두'보다 심심하고 냉동실에 항상 있는 흔한 만두니까. 그러다 군대에서 맨날 전자레인지에 고향만두니 그때 유행하던 불닭만두를 돌려먹다가 할머니 만두를 생각하곤 입에 침이 고였다. 다른 만두를 먹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휴가를 나와서 할머니 만두를 다시 먹고, 만두의 우선순위가 비로소 제대로 정립되었다. 


전통 고춧가루 만두

할머니가 예전에 해주신 '만두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골동네에서 새신랑이 장가를 오면 집에서 꼭 만둣국을 끓인다고 했다. 근데 사람도 보고 골탕도 먹일 냥으로 새신랑 만둣국에 고춧가루를 잔뜩 넣은 만두를 하나 넣는다고 한다. 성격 급한 사람은 꼭 먹고 낭패를 보고 만다고. 우리 할아버지는 누가 일러주지도 않았는데 침착하게 잘 골라내고 잘 드셨다고 했다. 인제 출신인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 아직도 이런 전통이 있는지.

여섯 살까지 외託하여 자란 나는 할머니의 강원도 음식을 참 좋아한다. 김치 울궈 넣은 막장찌개에 찬밥이랑 먹고싶은 지금은 밤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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