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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배신
게시물ID : menbung_290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rCreature
추천 : 1
조회수 : 138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3/03 03: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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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친구를 참 좋아하기도 하지만 다투기도 많이하는 애증의 관계죠.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이 친구와 의견 충돌이 잦았습니다.
크게 한 번 다투고 나서 자연스럽게 좀 멀어졌어요.
그냥 가끔씩 안부만 묻는 정도로 연락하고 지냈습니다.
연락은 자주 못해도 항상 이 친구가 뭐하고 지내나 생각은 많이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할 얘기가 있으니 한 번 만나자고 하더군요.
저도 뭐 보고 싶기도 하고 오래간만이기도 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녀석은 그 동안 많이 생각해 봤는데 자기가 잘못한 것이 많은 것 같고
그런 부분들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지켜봐 달라고 했어요.

저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반가운 이야기더라구요.
그 이후 친구와는 자주 만나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로 그 전의 단점들을 많이 고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노력하는 모습들도 보여줬고요.

가끔씩은 몇 가지 단점들을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그 정도는 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고 다른 장점들에 비하면 미미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쉽게 넘길 수 있었어요.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하루는 술잔을 기울이다가 친구가 요즘 고민 없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남들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는 성격은 아닌데 이 날은 이상하게
다 털어놓고 싶더라고요.

저는 일명 악덕 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표가 박한나라는 여자인데 독불장군 스타일에 가족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사진들이 친구, 동생, 삼촌, 고모 등등 일가친지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맨날 일 열심히 하는지 감시나 하고 직원들의 불만은 귓등으로도 듣지도 않고
복지는 정말 최악인 회사입니다. 맨날 실적 타령만 하면서 연봉도 잘 올려주지 않아요.

"그 딴 회사는 뭣하러 다니고 있나? 당장 때려 치우고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되지" 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저 같은 경우는 계약직인데 들어올 때 계약을 잘못하고 들어왔습니다.
5년 동안 이직불가라는 독소조항이 있었는데 '뭐 5년은 다니겠지'하고 싸인을 해버렸어요.
이를 위반하게 되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퇴사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 때는 이것저것 따질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은 2년을 더 버텨야 하는 상황이죠.. ㅠ

아무튼 제 불찰로 상황이 이렇게 되기도 해서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있던 상황에
갑자기 친구가 물어보니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죠..
친구는 그런 불공정 거래가 어디에 있느냐고 요즘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며 광분하였고
제가 퇴사할 수 있도록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다 생각하여 극구 사양했지만 우리 같이 힘을 합쳐서 대항하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어 그렇게 해보자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친구와 저는 대표와 이사진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회유해 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끝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대표 집앞에서 1인 시위였죠.
끝까지 가보자는 친구의 말이 큰 힘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12시간 교대로 박대표의 집 앞에서 무언의 피켓시위를 시작 하였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해서 뭐가 바뀔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하루 이틀 지날수록 지나가던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고 누군가는 SNS에 올려주기도 하고
작게나마 기사화도 되어 박한나 대표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대표를 압박하고 있었고 제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싸워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다음 날..
친구는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민국아. 나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
계속 고민해 봤는데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닌 것 같아. 이쯤에서 그만하는게 맞을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저는 뒤통수를 후려맞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 자식이 미쳤나? 지금 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제 친구한테는 선영이라는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친한 친구 여자친구이다보니 저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만나곤 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냥 인정하는거지 따로 만나라고 하면 절대 만나지 않을 그럴 사이에요.
막연하게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만나고 있더라고요..
휴...
어쨌든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친구가 이 사실을 알고 엄청 화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왜 남에 일에 끼어들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고 당장 그만 두라고 그랬다네요.

아.. 정말 화가 나는데 그래도 친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봤어요.
어느정도는 이해는 가는데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 친구는 선영이랑 결혼을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특히나 예비 장인이
절대 남의 일에 휘말리지 말라고 했다고 그러더라구요.

이렇게 총 9일간의 피켓시위는 막을 내리게 되었고 저는 이제 회사에서 완전히 찍혀서
2년동안 괴롭게 생겼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분하고 화가 납니다.
악덕 사장보다도 이 친구의 행동에 더 화가 나네요.

음..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좀 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 친구 주민이는 그래도 착한 녀석입니다.
제 어려움을 듣고 자신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준 것은 정말 고맙더라구요.
여자친구와 그 아버지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게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의 진심을 확인할 수는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이 친구 계속 만나도 될까요?
출처 본인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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