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본인은 어떤 TPS 게임을 개발하다가 중간에 때려쳤다는 것만 언급해 두고 싶습니다.
지금은 돈이 음슴으로 아래부터는 음슴체
개발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모르고 막 덤볐는데 나중에 가니까 TPS 게임의 헛점, 그것도 단 하나 때문에 온라인 PvP는 서든같은 유저풀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음.
자, 여기서 FPS 게임의 전제 조건 하나를 들어 보겠음.
샷빨이나 레벨 디자인 제외하고 FPS게임을 그래도 공평한 게임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가 하나 있음.
그게 뭐냐면 '내가 적을 볼 때, 적도 나를 볼 수 있다는 거'
물론 튀어나오면서 브레이킹 샷 갈기거나 원거리에서 스나 쪼는 플레이를 잘 하는 유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거긴 하지만...
근데 근본적으로 TPS 게임은 이 룰이 성립하지 않음.
여러분들께서 많이들 해보셨겠지만. 어떤 장르는 거의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TPS형식을 띄고 있음.
바로 잠입액션.
데이어스 엑스-휴먼 레볼루션이나 메기솔, 스플린터 셀, 히트맨 혹은 어쌔신 크리드같은 거.
이 게임들의 목적은 안 들키고 상대방 위치를 파악해서 길을 찾는 것임.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 카메라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굳이 몸을 노출시키지 않더라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3인칭 시점을 채택함. 이건 거의 필수라고 봐도 좋음. 데이어스 엑스에서는 슈팅 모드에서는 FPS시점으로 진행되지만, 벽에 밀착하는 모드로 들어가면 3인칭으로 전환됨.
(그럼 기어워는 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기어워에서 3인칭을 택한 이유는 다채로운 액션으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을 위화감없이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함. 로디 런이라든가, 아니면 전기톱으로 써는 모션 같은 거. 내 손만 보이다가 갑자기 몸통 나오면서 톱으로 써는 건 좀 쌩뚱맞기는 할 듯.)
뒤집어서 보자면, TPS 게임은 필연적으로 '적은 나를 못 보지만 나는 적을 볼 수 있는 상황'을 가지고 가게 됨.
FPS 게임 해보신 분들은 콜옵 멀티나 옛날에 렌보 멀티에서 하트비트 센서 가지고 말 많았던 거 아실 거임.
UAV도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난 UAV 게이니까 UAV를 깔 생각은 없음.
이런 플레이가 들어가는 순간, 게임은 '손'이 하는 게임이 아니라 '머리'가 하는 게임이 됨.
기본적으로는 '사운드 플레이'가 담당하고 있던 영역을 시각이 돕기 시작하면서, 맵핵을 그냥 달고 나오는 그런 게임이 되는 거임.
근데 머리를 굴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손이야 '아 내가 애자네' 하면서 맞추고 못 맞추고의 여부로 판가름이 나지만 머리를 쓰는 건 그렇게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서 그걸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 못하는 사람의 갭이 엄청나게 벌어짐.
따라서 그런 플레이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코어 게이머들은 게임을 매우 잘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그런 능력이 떨어지거나 개발할 생각이 없는 라이트 유저들은 그냥 존나 쳐발리게 됨.
나는 아무도 없는 길을 간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몇 개나 되는 눈이 벽 뒤에 숨어서 나를 보고 있을 수도 있음.
(디젤이라는 게임이 딱 그랬음. 숨어 있다가 존나 뛰어와서 칼로 쓱싹하면... 칼빵으로만 27킬 1데스 하는 상황도 자주 나옴)
결과적으로 라이트 유저와 코어 유저의 갭이 벌어지면서 신규 유저 유입은 안 되고, 그나마 들어오던 애들도 막 갈려 나가고,
그렇다고 코어 유저한테 '좀 살살 하삼'이러면서 캐쉬 쥐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아예 해결하지는 못 하겠지만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음.
1. 총탄이 나가는 위치를 카메라가 아니라 캐릭터 기준으로 한다.(소콤)
2. 카메라를 캐릭터 좌우가 아니라 머리 위에 둔다.(코즈믹 브레이크, COD:MW 시리즈 Third Person view 모드) 아니면 최대한 화면 중앙 하고 캐릭터를 가까이 두든가.
3. 벽을 존나 높이 세운다.
4. 맵에 아무 것도 없게 만든다.
레벨 구조가 복잡하고 오브젝트가 많을수록 TPS 게임에서 코어 유저가 라이트 유저를 갈아 마실 확률은 높아짐.
어쨌거나...
여기서 부터는 약간 사족인데.
스쿼드 플로우가 기본적으로 PvP가 아니라 PvE를 먼저 어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임.
일단 그들도 TPS 게임이 PvP에 있어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거고.
최근에 새로 공개된 하운즈도 PvP는 엔드 컨텐츠고 PvE가 메인이다라고 말함.
그런데 PvE 컨텐츠는 개발하는 데에 있어서 컨텐츠 소모 속도도 빠르고,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기가 어려움.
(그 점에 있어서는 던파는 진짜 존나 대단한 게임임)
모드 구조를 떠나서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 메커니즘이 재밌지 않으면 오래 못감...(반복 플레이에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
지금 하운즈나 스쿼드 플로우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반복 플레이에 의미가 있는 디펜스 형식의 게임(기어워의 호드 모드)이 아니라 전진형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데 과연 그게 얼마나 수명을 연장해 줄지...
어쨌거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봤을 때는 괜찮은 게임이라는 건 명확하지만
흥행하냐(개발자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보상해 줄만한 결과가 돌아갈 것이냐?)에 대한 것은 솔직히 비관적임.
화면 중앙에 UI 몰아 놓는 것도 내가 개발하던 게임에서 구상하던 부분 중 하나였음. 화면 중앙에 UI를 집중 배치하면서 최대한 시선에 흐트러짐이 없게 하려고 했었음.
어쨌든 말이 좀 길어졌는데...
스쿼드 플로우가 흥행하면 난 매우 기쁠 것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고, 내가 해결하지 못한 TPS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