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여기까지 읽고 이게 꿈인가? 내가 잠이 덜깼나? 볼을 꼬집기 까지 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천원짜리 네장과 백원짜리 여섯개.
지갑을 잃어버린 데미지와 아내에게 혼난 정신적 데미지가 마치 메딕의 레스토레이션을 쓴 것처럼 깨끗하게 날아 가버렸습니다.
4600원을 손에 쥐고 벅찬 감동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 이 돈은 내게 너무나도 빛나고 너무나도 큰 돈이라 쓸 수 없을 거 같았습니다. 마저 쪽지를 읽어내려갔습니다.
----------------------------------------------- 6600원이 있는데 2000원 뺐어요. 저번에 아빠가 통닭 시킬 때 2000원 모자르다고 나중에 준다고 해 놓고 안 준거 뺀거야. 아빠! 물건 잘 챙기고 아빠랑 민정이 둘 다 이제 엄마한테 혼나지 말아요. 아빠! 사랑해요! ------------------------------------------------
헛. 저번에 민정이가 통닭 먹고 싶다 그래서 시켰는데 2000원이 부족한겁니다. 민정이한테 나중에 줄께하고 빌려 놓고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약속도 못 지킨 아빠가 되고 말았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가 민정이의 쪽지를 보더니 제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지난번에도 일요일에 민정이랑 자전거 타러 간다고 그래놓고서는..."
약속 못 지킨 일들이 또 아내 입에서 가래떡 뽑아내듯이 쭉쭉 나옵니다.
4600원을 손에 쥐고 출근을 하며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따가 퇴근하며 통닭집에 들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