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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중에 늘어놓는 24살의 푸념.
게시물ID : humorbest_288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xicf
추천 : 202
조회수 : 5914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7/23 02:56:5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7/23 01:10:31
안녕하세요
먼저.. 이 글 클릭하신 분들 올 한해 좋은일 가득하시길
글은 되게 길어요.ㅎㅎ;
그냥 혼자 푸념만 주구장창 늘어놓은 글입니다..

저는 24살 유학생이에요.
여기는 일본이구요.
온지는 5년이 되었습니다.
찌는듯한 더위속에서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퍼져있다가
어머니로부터 국제전화 한통 받고 이런 저런 생각이나 풀어놓고 싶은 마음에
오유 들어와서 글 남겨요.

현재 저희집은 가난해요.
그래도 제가 고등학교 2학년 까지는 잘 살았지만요..
정말 풍족하고 넉넉하게 자랐어요.

일주일에 한번 호텔에 가서 풀코스로 외식을 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1박2일로 여행을 가는게 당연한 삶이었고
갖고 싶은건 바로바로 부모님께 이야기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삶을 살았어요.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10만원어치든, 20만원어치든 일단 조금이나마 
흥미가는 내용이면 다 사오기도 했고,
세뱃돈으로 받는 1~2백정도의 돈은 
부모님이 가져가는일 없이 고스란히 저의 용돈이었으니까요.

그때는 그게 풍족한 삶이라는 걸 모르고
저는 한없이 철없는 행동만 일삼았고
게임에 빠져살았고 
남들을 업신여기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고는 했어요.

그렇게 살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가족들은 빚쟁이들을 피해 뿔뿔히 흩어졌고
저만큼은 공부해야 한다며 어머니께서 
학교앞에 방을 구해 저를 집어넣으셨어요.
다행히도 고등학교 때 와서 정신을 조금 차려서
성적은 좋은편이었거든요.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반년간 3-4번씩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은 서로 떨어져서 
방을 옮겨다니셨어요.
어머니는 혼자, 아버지는 동생과 함께.
저만 몰래 구한 방에서 학교를 다녔구요.

정말 다행스러웠던 것은
직감적으로 제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거에요.
공부.
이 악물고 공부, 또 공부.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버텼고,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이곳에 왔습니다.

솔직히 당시의 생각은
한국을 벗어나서 도피하고 싶다는 것 뿐이었어요.
어찌보면 너무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이유였지만
주변에서는 모두들 저를 장하다고 치켜새웠답니다.

집안 사정이 그런데 XX이가 공부는 잘해서
학비 걱정은 않해도 되니 얼마나 효자냐고..

저는 단지 도망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게 이곳에 왔고 
고삐풀린 망아지 처럼 
마구 놀기 시작했어요.
바보같이.

아~ 나는 이제 자유야.
장학금도 넉넉하게 들어오니 흥청망청 놀아보자.

당연히 성적은 바닥을 기었고
여자랑 히히덕 거리며 놀다가
결국 크게 데이고 ..
사람 사이에서 치이고 ..
그렇게 넝마조각이 되어 도중에 한국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었어요.

돌아간 한국에서 참 많은 것들을 느꼈어요.
말로는 다 못할 ..
정말 많은 것들을요.

그렇게 다시 정신차리고,
이곳에 돌아온지가 벌써 2년.

지금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저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동생 ..
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받은게 너무 많아서..
그렇게 정신 못차리고 방탕한 생활에 빠져있을 때도
늘 저를 믿고 격려해 주시고 다시 저를 일으켜 세워주신
부모님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두 분다 이혼하셔서 
따로따로 힘들게 살고 계시면서도..
아들이 조금이라도 힘들성 싶으면 
용돈도 보내주시고
전화할 때마다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XX아. 밥 꼭 잘 챙겨먹고'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게 누군지 알지?'
이러면서 제가 돈을 많이 벌기 보다는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하고 싶은일 하며 
살길 바라는 부모님..
그렇게 돈 때문에 고생하셨으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었음에도
의대나 약대가라고도 않하시고
하고 싶은거 하라고 하셨던 우리 부모님..

멀리 떨어져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형을
늘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며 형은 내 영웅이라고 말해주는 동생.
저보다 머리가 좋았음에도 집이 힘들어졋을 때 부터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해 대학도 가지 못하고 알바하며 살고있고 
힘들 때면 형이 너무 보고 싶다고 연락하는 내 동생 ..

동물 조련사가 되고 싶었던 동생이 
여전히 동물이 너무 좋다고 할 때면
'얌마 형이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동물원 하나 사서 너 줄게'
라고 말은 하면서도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고
저 때문에.. 부모님이 저만 챙기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동생을 보면 속에서는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도 .. 
동생앞에서 강한 형이고 싶어서 꾹 참고 .. 또 참고 ..

저는요.
제 가족들.
나중에 꼭 다시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게 해 주고 싶어요.
물론 저도.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다른 그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돈 때문에 걱정하는 아이들.
배고파서, 학비가 없어서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
나중에 그런 아이들에게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상이 거지 같다고 불평불만만 잔뜩 늘어놓고,
탄식만 연발하면서 아무것도 않하는,
스스로 보기에 한심한 그런 삶은 절대로 살고 싶지가 않아요.

세상의 룰이 마음에 안든다고 
내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내 주변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백번 천번 불평하고 욕할 시간에
천번 만번 펜을 다시 잡고 공부해서
그 룰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부를 해서 지식만 쌓아 악용하는 사람이 아닌
그 지식을 이롭게 쓰고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 몇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몸이 조금 지쳐서인지 공부가 잘 되질 않았어요.
그런데 어머니와 간만에 통화하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이곳에 이렇게 흔적을 남깁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과연 계시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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