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90%에 고구마 10% 정도 될 듯 하군요.
옛날 TV에서 보았던 사랑과 전집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입니다.
귀찮으니 문체는 짬뽕. 아, 짬뽕 먹고 싶다.
어떤 부부가 살았음. 남편은 택시기사고, 아내는 전업주부. 그런데 남편이 굉~장히 구두쇠임.
얼마나 구두쇠냐면, 장모님 생일이 다가옴. 그래서 아내가 남편에게 어머니 선물 좀 사게 돈을 달라고 함.
남편: 돈 없어.
아내: 그러지 말고... 저번에도 변변치 못하게 해드렸는데 뭐라도 해드려야지.
남편: 에이 씨... 자!
하면서 아내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쑥 넣더니 뺌.
아내: 여보, 고마워...!
남편: (헐레 벌떡 나감)
그리고 아내는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돈을 뺐는데, 3천원이 나옴.
ㅋ
3천원이 나옴. 3만원도 아니고 3천원.(5만원 권이 없던 시절)
이 뿐만이 아님. 딸 아이가 친구들이랑 놀러가고 싶다고 함.
어디냐고 하니까 어린 아이들의 친구 돛대월드.
만오천원만 있으면 됨.
남편: 안 돼! 그런데 뭐하러 가. 그냥 동네에서 놀아!
아내: 여보.. 그래도 애들 나이 때에는 같이 어울려서 놀기도 해야...
남편: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_- 돈 안 줌. 결국 안 줌.
딸 막 울려고 함. 솔직히 말해서 딸 놀러가는 데 2-3만원 정도는 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음?
그런데 안 줌.
결국 아내가 딸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함.
그런데 아내는 전업주부임.
자, 아내는 어떻게 돈을 구했을까?
아내는 동네 사람들이랑 친했음. 반상회도 하고 놀러가서 커피도 먹고 그랬음.
결혼 이후로 20년 동안 돈관리를 남편이 전부하고 본인이 쓸 수 있는 돈은 제로다 보니 결국 도벽증이 발현됨.
반상회 가서 주인이 잠시 자리 비우거나 할 때 돈을 훔치고.
남이 비상벨 번호 누르는 거 잘 봐뒀다가 외워서 돈 훔침.
그래서 이 돈으로 딸 아이 돛대월드도 보내고
아이들 밥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그랬음.(남편은 외식 따윈 없음. 옷? 물려 입으면 그만이지.)
그런데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임.
아내가 백화점에서 돈을 쓰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훔친 상품권을 씀. 그것도 상품권의 원래 주인이랑 쇼핑가서.
상품권 주인이 집에 돌아간다음에 '나도 상품권 써야지ㅎ'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나 상품권이 없음.
결국 도벽을 했다는 것이 들킴.
그리고 동네방네 다 소문이 남.
남편: 이런 썅! 내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당신 생각이 있는 거야?
아내: 후.. 여보 우리 이혼해. 당신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아?
남편: 뭐?
하면서 가정법원행.
신구: 님들 왜 이혼하려고 하세요?
아내: 도저히 남편이랑 못 살겠어요.
남편: 마누라가 도둑질을 했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아내가 이러는 겁니까?
신구: 도벽을 왜 했을까요?
아내: 남편이 돈을 전혀 안 줘서...
남편: 내가 왜 돈을 안주겠어! 이게 다 당신 때문아냐!
신구: ???
남편이 돈관리를 하게 된 경위가 드디어 밝혀짐.
신혼시절에 아내가 남편에게 돈을 받아서 그걸로 '당장은 필요없는 가재도구'를 샀음.
즉, 아내도 어리다 보니까 어떤 게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몰랐던 것임.
사치를 부렸던 게 아니라 고기 굽는 전기 프라이팬이라든가 그런 것을 샀을 뿐임.
근데 남편이 아주 개난리를 치면서 '이래가지고 무슨 살림이냐. 앞으로 돈 관리는 내가 한다!'
이렇게 하면서 남편이 돈 관리를 시작한 거임.
신구: 후... 님, 4주 동안 생각해보셈. 그 시간 동안 일케일케 생활하세요.
게다가
아이들: 우린 엄마가 좋아요.
남편: 아...
이러다 보니 남편이 마냥 강짜를 부릴 수가 없게 됨. 이혼하는 순간 가족 모두가 자신에게서 이탈하는 거니까.
그래서 신구 추천에 따라 생활을 하게 됨.
생활을 어떻게 하게 되었냐면 가정주부도 남편 월급에 대해 어느 정도 점유율(?)이 있으니 아내에게 돈에 대한 발언권을 늘리라는 거였음.
그래서 이혼조정기간 동안 가족끼리 스키장에 가게 되었음.
남편은 최대한 싸구려로 가려고 했지만, 아내는 그래도 중급 이상으로 돈을 쓰게함.
그리고 콘도에 도착해서도.
아이들: 우리 배고파요.
남편: 그래, 지금 된장찌개 끓이니까 기다려.
아이들: 시무룩
아내: 무슨 소리야. 얘들아, 우리 외식하러 나가자!
아이들: 와아아!
남편: 시무룩
음식점에 도착해서도
남편: (메뉴판을 찡그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여기 삼겹살 4인분...
아내: 흠! 여기 소갈비 4인분 주세요.
아이들: 와아아! 엄마 최고!
아내: 으쓱으쓱
남편: 시무룩
이렇게 딱히 낭비는 하지 않지만, 가족의 행복이 대충 무엇인지 경험하는 것을 끝으로 방송은 종료됨.
사랑과 전집 특성상 결말이 나오지는 않음.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꽤나 사이다 90%. 고구마 10%(아내의 도벽)이었음.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도벽 자체가 남편이 돈을 너무 안 줘서 그런 것이니 이 상태가 유지되었다면 도벽도 없어지고 아내도 나이 먹어서 돈 관리 잘하고 해피해피한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음.
마지막으로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낭비와 우선순위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임.
명품 사면서 돈을 헤프게 쓰는 배우자라면 단박에 이혼을 고민할 법 하지만, 그리 비싸지 않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집안 살림을 사는 배우자라면 한 번쯤 웃어 넘기면서 좋게좋게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음.
-끗-(끝이 맞춤법 맞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