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력신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가 20일치 사설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은 한국인의 잘못이 아니며 잘못이 있다면 이민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20일 ‘한국인에게’로 시작하는 ‘한국에 보내는 편지-당신들의 사과에 담긴 가르침’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사과를 멈춰달라.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은 한국인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선언문이 발표된 초창기 미국의 수도로, 미국 건국의 역사가 집중된 곳이다. 필라델피아(Philadelpia)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형제 사랑의 도시’란 말로, 필라델피아는 phil(love)+adelphi(brother)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아래는 20일치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사설 전문 번역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사설] 한국에 보내는 편지-당신들의 사과에 담긴 가르침
친애하는 한국에게.
사과를 멈춰달라.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은 당신들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 판단하지 않도록 해달라. 이번 사건 이후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이뤄진 촛불 추모식과 세번에 걸친 대통령의 충격 표시 등은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용의자는 어렸을 때 미국에 이민와서 여기에서 키워졌다. 아마도 그를 잘 보살피지 못한 우리가 당신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정신이 추하게 비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미국의 한국 이민자들이 잘못된 보복 공격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에 당황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미국이 그것보다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9.11 테러 이후 무지한 사람들이 어처구니없게도 터번을 두른 아랍계 이민자들을 알카에다라고 믿고 공격한 일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분명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들의 사과를, 신의 은총과 인간애에 대한 교훈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당신들의 행동이 가르치는 것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 미국인들은 ‘노예 소유’ ‘고속도로에서 소수자 감별’ ‘고문’ 등 우리가 집단적으로 저질러온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들을 털어놓는 데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일본계 미국인들을 억류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그러하지 않다.
우리 정치인들과 경제계 지도자들 또한 진정한 사과 대신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려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PR에서 그들의 사과는 충실하지 않고, 나쁜 상황을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도록 빨리 나쁜 뉴스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의도에서 행해진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문화권과 달리, 미국에서는 부끄러움 때문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는 젊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당신들 한국인이 보여준 좋은 본보기에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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