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으로 기억한다. 글쓴이가 미국에 있었을 때 플레이 스테이션 2가 출시됐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은 모든 유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와 수 많은 온라인 게임들로 인해서 PC방 주인이 꽤나 인기있는 직종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선, 특히 한국의 안타까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경제적 사정이 궁핍한 유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 코리안 타운에 있는 비디오 렌탈샾에서 1주일 지난 한국방송 테잎을 빌려다 보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래서 자취방이나 기숙사에 플스나 닌텐도라도 하나 있으면 모든 유학생들이 형님으로 모시며 그의 방에서 게임 한판 즐겨보는 성은을 입고자 했었다.
그러던 상황에서 플레이 스테이션 2가 출시되자 모든 유학생들의 관심은 과연 누가 저 욕망템을 구입하느냐로 쏠렸다. 사실 유학생들만의 관심은 아니었다. 내 기억에 당시 ebay에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플스2가 거래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면, 출시 당일날 반드시 물건을 구입해서 그 즉시 택배로 붙여주겠다는 약속을 거래한 것이다. 그 약속의 가격은, 놀랍게도 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고작 몇 백 달러짜리 기계를 출시 당일 대리구매 하는 가격이 만 달러인 것이다. 플스 2를 산다면 그 순간 코리안 슈퍼스타가 될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내 룸메가 바로 그 슈퍼스타 후보였다.
내 룸메는 컴퓨터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전자기기 판매상 같은 곳이었는데, PC부터 프린터, 공CD, 라디오 등 뭔가 전가기기스러운 물건이면 닥치는 대로 취급하는 매장이었다. 룸메는 매장에 플스2가 입고된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하며, 동시에 입고량이 매우 적어서 지금 인터넷 반응이라면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물량이 동날 것이라는 놀라운 소식도 함께 전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기똥찬 계획도 함께 전했다.
룸메의 계획은 이러했다. 그는 매장 매니저와 딜을 하여 출시 바로 전날에 풀타임 근무를 들어갔고, 출시 당일날 근무를 뺐다. 아직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밤을 새는 문화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2000년 그날 밤, 그는 영업이 종료된 매장 안에서 갓 입고된 플스2를 스스로 진열했다. 매장을 나오면서 자기 손으로 매장 셔터를 닫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스스로 플스2 구매 대기열 1번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대타로 출근한 동료의 애정어린 욕설을 들으며 매장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플스2를 찾아 두리번거릴 때 홀로 단거리 스프린터가 되어 플스2로 돌진했고, 기어이 1착으로 플스2를 구입한 후 매니저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내 룸메는 자신을 위해 플스2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ebay에 플스2 판매글을 올렸고, 자신이 모 매장의 직원인 것과, 자신이 스스로 매장의 셔터를 내리고 밤샘대기 1번 타자가 될 것임을 공언했다. 그의 믿음직스런 계획은 3천 달러에 팔렸다. 가난한 유학생은 하룻 밤을 샌 대가로 2천 달러가 넘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어떻게 룸메를 꼬셔야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밥을 얻어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룸메는 당당히 플스2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사연은 이러했다. 플스2를 손에 넣은 룸메는 무사히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사악한 물욕템은 자신의 주인이 자기를 버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내 룸메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룸메는 이렇게 말했다. 이년이 자기를 유혹했다고.
그는 물건을 뜯었고 1시간동안 게임을 즐겼다. 욕망이 사라지고 현자가 된 그는 ebay 낙찰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내가 미쳐서 포장을 뜯고 딱 한 시간동안 게임을 즐겼노라고. 대신 10%를 깎아주겠다고.
하지만 낙찰자는 순결함을 잃은 플스2에 흥미를 잃었다. 그는 거래를 취소했고 플스는 내 방에 남았다.
그렇게 그는 코리안 슈퍼스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