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너무 속상해서 술마시고 독일인 친구와 이야기하며 울다가 잠이 들고, 그리고 일어나서, 분이 풀리지 않아 경찰에 민원을 넣고,
다음날에는 경찰에 대한 민원은 취소하고, (생각해보니 경찰은 둘째치고, 선관위 자체가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중앙선관위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정식으로 민원을 넣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3,4일만에 도봉구 선관위에서 전화가 왔고,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는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 날 거기 있던 관리관은 선관위 직원이 아니라, 타 부처나 학교 선생님들 등, 협조요청을 해서 파견나오시는 분들이라고, 그 분도 학교 교사시지만, 어쨌든 선관위의 잘못으로 생각한다고.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어떻게 해서든 마음을 푸실 수 있으시길 바란다며, 사과하시더군요...)
..........................................
중앙선관위에 올린 글은 그 분의 요청에 따라 삭제했지만, 원본 파일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도봉구 선관위에서 전화와서 사과하고 해명하는 통화도 모두 녹음해 두었구요.... ..........
어쨌든, 그 일은 정말 너무 충격이었고,...
막상 오유에 글 쓰고 나서도, 그 날, 경찰에 항의전화하랴, 민원 넣느랴, 중앙선관위에 항의전화하고 민원 넣으랴, 너무 황망하고 속상해서 혼자 술마시다 쓰러져 잠들고... 며칠을 그렇게 지내던 동안.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었나 봅니다.....
방금, 지금에서야 우연히, 제가 쓴 글이 여러 님들의 추천을 받고 베오베까지 갔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고, 죄송하고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글 남깁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오유님들께서 이렇게 응원하고 위로해 주신 줄 알았더라면, 마음의 상처가 조금 일찍 아물었을지도 모르는데, 사실, 참 오래 가더군요... 사과를 받고 나서도, 두렵고 힘들어서 스스로 사과 한마디에 쉽게 수긍해 버린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을 당하고서도 혼자 울고나 있고, 인터넷으로 민원이나 넣고 있을 뿐, 직접 찾아가서 항의할 용기도 없었던 건 아닌가... 아직도 마음이 복잡했거든요....
.............................
그 날 독일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이 이렇습니다. 독일 유학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이고,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기에 (사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한국 사람입니다. 박정희 시절 파독 간호사셨지요...) 더욱 친해졋었지요...
저보고 그러더군요..
"형이 잘못한 거 아니야. 잘못된 것에 대해 화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아. 독일이었다면, 투표를 멈추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진행했을 거야. 하지만 한국이 어떤지 나도 알지. 이런 걸 무서워하지마. 형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안다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 같고,
저는 계속, 하지만 내가 너무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안 그래도 힘든데,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 했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울다가, 오유에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도 어쩌면 너무 쉽게 수긍하고, 포기한 제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그래도 베오베로 올려주시고, 위로해주신 오유님들꼐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연히 예전 글이 베오베 올라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황급히 글을 씁니다...
오유만큼 상식이 통하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세상이면 참 좋을 텐데요....
정말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한번씩만 추천해 주시면 안 될까요...
베오베 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날의 그 일을, 제가 쓴 글을 읽으신 분들이, 그 후의 일들에 대해 아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글만 쓰고 댓글 하나 없이 스스로 빠져버리는 일은 안 생기는 게 좋은 것 같아서요..
정말 진심입니다. 베오베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그 때 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제 감사한 마음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