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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끼고 있는점
게시물ID : emigration_28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uhuhimo
추천 : 12
조회수 : 4731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7/06/08 14: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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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써봅니다.

"일본대학이 더 낫다 한국대학이 더 낫다" 뭐 이런 글을 쓸 생각은 없고요.

다만 제가 경험한 동경대의 "이런건 좋은거 같다" "이런건 별로다" 뭐 이런걸 적어보려 합니다.

어느정도는 일본대학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동경대 교육학연구과에 있구요, 전공은 사회학(교육사회학) 이고요 현재는 박사과정 3년차입니다.

일단 좋았던점을 써보겠습니다.(간편한게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갖고있는 경험에 한한 이야기 입니다.


1. 교수들의 학문적 겸손함
 가장 새로웠고 또 좋다고 생각하는 점은 교수들의 학문적인 겸손함.
학문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성적이고 또 권위적이지 않음.

에피소드1: 스탠포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선배(당시 박사3년차)가 귀국후 교수님 세미나(10명내외의 수업)에 참가함.
수업도중에 최신이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옴.
교수 "어..이건 내가 최신 논문을 자세히 안봐서, 더 읽지 않으면 정확히 여기서 말 할 수가 없는데,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스탠포드 선배 "제가 몇편 관련된 논문을 봤는데 제가 아는데로 설명드리면..." 하면서 화이트보드로 걸어나옴.
그리고 교수는 옆으로 비킴. 
선배는 강의 시작하고 교수는 옆에서 메모적음. 선배한테 질문도 함.
그리고 수업 끝..

그 이외에도 교수의 저서나 논문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질문을 할 경우,
거기에대해서 교수들은 대체적으로 성실하게, 전혀 권위적이지 않게 답변하려 애씀.
"아 그건 확실히 지금 말한게 맞네요. 다음 논문에선 수정하겠습니다."라고 수긍하는 경우도 꽤 봐왔음.

그리고 타 대학에서 청강생이 많이옴.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해서 청강하러 오는 타 대학 학생들이 꽤 많음.

맞담배는 기본으로 가능함.
수업끝나고 교수님이랑 흡연소에서 맞담배 피면서 얼마나 많은 토론을 했던지ㅋㅋ

2. (대학원) 학생들의 학문열
 특히 대학원에서는 종종 보는 괴물같은 녀석들이 있음.
동경대의 경우 그런 괴물들의 출몰 빈도가 높음.
대체로 눈이 풀려있고, 혼잣말을 많이하고, 베이지색 면바지와 체크셔츠, 아식스 런닝화를 신고 있음.
옆동네 아키하바라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다만 오덕질의 대상이 이쪽은 학문.

또 자발적으로 결성된 연구회, 공부회가 굉장히 많고 역사가 긴 경우도 있음.
대학 교수들이 학생때 속했던 공부회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경우가 몇몇 있음.

학부, 학과별 터울이 낮음.
교육학과 수업에 수리학과 대학원생이 오거나,
동아시아 문화인류학 수업에 교육심리학과 학생이 옴.
그냥 교수한테 청강 요청하고 교수는 오라고함

3. 선후배 관계의 부재(특히 대학원)
 학부생 대학원생의 터울이 낮음. 특히 학문에 관련한 내용이라면 더더욱 그럼.
대학원 수업의 경우, 학부3학년부터 박사3학년까지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음.
학부3학년에겐 박사과정과 함께 수업을 듣는 신세계, 박사3학년에겐 가르침의 연습과 복습의 기회가 됨.
게다가 후배가 선배보다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음. 그런 내용이 있으면 선배는 질문하고 후배는 설명함.
선후배에 관한 권위서열이 없기때문에, 오래있다보면 누가 몇학년이고 이런걸 잘 모르게됨.
대신에 누가 어떤 분야에 어떤 업적을 남기고 있는지는 잘 암.

4. 국내파 교수진들의 분포.
미&영 학위취득자보다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교수들의 비율이 꽤 높음.
동경대를 예로들면, 7~80%는 동경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있음(이건 반대로 폐쇄적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함).
국내파가 많기때문에, 그 뒤를 따르려는 자들도 나름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또 대학별로 각자의 학파가 꾸준히 유지되는 경향도 있음.



다음은 아쉬운점..

1. 대학 밖의 업계(산업계)에서 대학교육을 깔봄
 이건 동경대라도 어느정도 맞는 해당됨.
예를들어서 4학년 졸업후 취업하는 "신졸"들의 거의 대부분은, 채용시 대학 성적이 거의 고려되지 않음.
"신졸일괄채용&연공서열&종신고용" 이라는 일본적 고용시스템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을 갓 졸업한 (말잘듣는) "백지"상태의 젊은 인력을 채용해서 사내교육을 시키고, 그 인재를 오래 써먹는게 관행이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이런 운용을 하고있음.
그렇기때문에, 대학에서의 졸업논문, 성적등은 별다른 고려대상이 되질 않음.
덕분에 취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부생들의 대부분은 졸업논문에 대한 열의가 낮음.

2. 대학원 진학=취업포기의 등식이 꽤나 들어맞음(특히 문과)
한국도 그럴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신졸채용&연공서열&종신고용"의 관행때문에, 대학원에 졸업해버리면 취업의 문이 꽤나 닫혀버림.
왜냐면 기업들은 대학 갓졸업한 순수한(순종적인) 아이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래서 대학원 진학은 상당히 리스키한 선택이 될 수 있고,
학부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러한 위험부담때문에 연구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음.

3. 영어를 못하는 학생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음.
유학파가 적은 이유일 수도 있음.

4. 장학금 제도가 완전 헬.
일본에서 통칭 "장학금" 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한국의 학자금 대출에 해당함.
일본인 대상으로 한 "정상적인" 장학금은 개수도 굉장히 적을 뿐더러 액수도 적음.

5. 상위계층 출신자(도련님 공주님)들이 너무 많음.
참고로 동경대생중에 부모의 연수입이 1억원 이상인 학생들의 비율은 전체의 70%를 넘음.

6. 동경대출신 교수의 비율이 상당히 높음.
학은학부 같은 학과 출신의 교수가 임명되는 경우가 상당함.


2016-11-29-18-37-51.jpg


뭐 그냥 생각나는데로 적었는데 제 생각은 위와 같습니다.
학문적인 측면으로는 전 나름 축복받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외의 부분에선 좀 빡쎈면이 있네요.

외국인으로써, 특히 대학원으로의 입학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생각있으신 분들은 꼭 도전해 보시길!
출처 내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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