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소방방재청이 중앙부처에서 내려오는 공무원들의 의전때문에 해양경찰청의 구조활동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14일 국회 세월호 참사 관련 현안보고 자리에서, 세월호 사건 발생 직후 소방방재청 119 상황실과 목포 해경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오전 8시 58분경 119 상황실 팀장은 해경과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와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못간다"며, 구조자 이송지 변경을 요구했다.
↑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 구조 중인 해경. (해경 제공)
이에 대해 해경 측은 "지금 배가 침몰했다. 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구조하러 가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소방상황실에서는 다시 전화를 걸어 "중앙정부에서 집결해,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면 다 붕 뜨게 된다"며 이송지 변경을 거듭 요구했다.
해경은 소방상황실의 거듭된 요구에 "인명구조가 우선이니 지금 바쁘다"며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우리는 모르겠고,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게 우선"이라며, 구조 우선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 의원은 "전남소방본부장이 10시 37분 사고 현장 도착을 앞둔 3분 전인 10시 34분부터 팽목항에 간부들이 온다는 것을 해경에 계속 알리면서, 구조자들의 팽목항 이송을 요구했다"며, "119 상황실은 전남 소방본부장의 진두지휘로 구조자를 이송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해경의 구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과잉충성이 빚어낸 의전으로 정작 본연의 환자구조는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해경에 대한 요청은 의전과는 무관하며, 응급구조를 위한 이송경로를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재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사고현장에서 가까운 육지인 팽목항이 환자 응급처치와 헬기이송에 적합한 지역이어서, 구조자를 팽목항으로 이송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경에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재청은 또 "중앙차원의 사람들은 보건복지부의 재난의료지원팀, 중앙구조본부 구조팀등 긴급구조인원이므로 의전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