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매우 더운 한여름의 끈적끈적한 날 이었습니다. 하도 오래된지라 부산이었는지 강릉쪽이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그날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기분나쁠만큼 후텁지근하고 찝찝한 날이었던 기억은 납니다. 정말 엄청나게 짜증나는 날이었습니다 ㅋㅋ
바닷가에서 회를 한사발 먹고 가족들이 구경거리 없는지 차를타고 동네를 기웃거리다가 무슨 무대같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천주교였는지.. 종교채널에서 주최하는 평화기원 국토대장정 마지막날 장기자랑 및 파이널 무대 비슷한 그런 행사였다고 기억합니다.
종교채널 주최 무대 + 초중학생 150여명이 캠핑장 주차장쪽 허허벌판에 모여서 플라스틱 의자만 깔아놓은 그런 무대는 상상이 가실꺼라 생각합니다 아마 방송에 쓸 꺼였는지 촬영은 했는데 뭐 전형적인 레크레이션 진행자가 하는 그런 행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할일이 없었던 저희 가족은 다같이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퀄리티가 좋더군요 ㅎㅎ 듣도보도 못했지만 군무는 칼인 남자 아이돌 가수도 보고, 그 괜찮아~ 잘 될꺼야~ 이노래 부른분도 보고 나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는데 파이널 게스트였나..로 노라조가 나온겁니다
일단 그 전까지 게스트들이 워낙 조용하거나 인지도가 낮아서 누군지 잘 모르는 그런 느낌인데다 애들이 엄청 걸어서 그런지 영혼이 반쯤 빠져나와있는 애들 + 지들끼리 떠드는 애들 + 더워서 칭얼대는 애들로 공연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카오스.. 전국노래자랑 송해선생님 등장하기 이전의 분위기였는데 노라조 딱 등장하는순간 조빈씨랑 이혁씨가 정말 빛나더군요.
뭐 노래는 말할것도 없이 잘하고 무대매너 끝내주고.. 그런데 노래하는 도중에 어떤 애기하나가 흥을 못참았는지 무대로 뛰어오르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애기가 무대로 올라가더니 앞쪽에서 촬영중인 카메라를 가리면서 혼자서 개판이지만.. 춤을 아주 흥겹게 추더군요.
올라가는 순간 스텝들 멘붕 카메라 멘붕 이혁씨 노래하다 살짝 얼굴 굳고 보는사람들 다 아이고.. 이런느낌이었는데 조빈씨가 정말 다시 없을 미소를 띄면서 애기쪽으로 가서 무려 노래중에 그 애기를 자기옆으로 자연스럽게 데려오더니 애기한테 마이크를 돌리면서 노래파트도 나눠주고 -_-; 애기도 챙겨주고 어찌어찌 한 곡을 잘 끝내더군요.
여기까지는 참 사람이 돌발상황 대처도 잘하고 센스있다. 이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아예 다음곡 부를때는 걔랑 손을 잡고 부르시더군요 ㅋㅋ 또 귀여운게 그 꼬맹이가 노라조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노래를 막 따라하고 춤도 알고 같이 추고 막 그래서 나름 귀엽고 훈훈하게 보고있었습니다
근데 초등저,고학년 애들이라는게 한명이 그렇게 까불면 다른 애들도 따라하고 싶고 막 그렇잖아요? 가물가물한데 다음곡이었나 아니면 그곡의 후반이었나 되니까 이번엔 그 애기들 친구들까지 우르르.. 누가봐도 좀 짜증스럽고 당황스럽게 막 한명씩 난잡하게 무대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스태프들은 이차멘붕.. 이혁씨는 노래부르다가 동공지진(딱 얼굴에 멘붕.. 이라고 써있더군요 ㅋㅋ) 나는데 저는 그때 조빈씨가 대처하는 모습 보면서 조빈씨한테 정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무려 노래중에!! 정말 침착하게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즐겁다는 표정으로 손짓해서 애들 한곳으로 모으고, 애기들하고 같이 춤추면서 끝까지 듣는 사람들 들으라고 노래를 잘 마치더군요. 정말 제가봐도 민망한 상황이었는데 감탄만 나오더군요 아주 침착하게 그 노래 끝나고 끝까지 웃는얼굴로 애들 내려보내고 사회자랑 인터뷰하면서 처음 난입한 애기가 몰래 술먹은거 확실한거 같다고 드립으로 승화 ㅎㅎㅎ
마지막 곡 부르고 꾸벅 인사하고 가는데 진짜 조빈씨가 다시 보이더라구요..ㅋㅋ 그때부터 노라조 참 잘되길 빌고 있었는데 이번 노래도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