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페이지에 다큐에서 태양의 쌍둥이별과 2600만년 주기의 대멸종에 대한 다큐를 언급하신 글이 있던데 이거 네메시스 가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일단 대충 아는 자료들 요약해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내용이 좀 깁니다.
안 믿는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지구 생물의 역사는 대략 2억 5천만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2억 5천만년이란 기간동안 지구에서는 여러차례 생물이 대량멸절하는 이벤트, 소위 대멸종이 발생했습니다. 페름기 대멸종이 유명하고, 생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다 아는 공룡의 멸종이 꽤 유명한 사례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1984년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와 잭 셉소스키(Jack Sepsoski)가 이런 멸종에 대해서 시계열 분석을 돌려보니 평균적으로 대략 2600만년 주기를 지닌다는 재밌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단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일정한 패턴이 확인되면 그냥 그렇더라라 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대체 왜 이런 패턴이 나오는가에 대해서 파고드는 습성이 있는 생물입니다. 논문을 발표한 두 고생물학자는 지구 내에서 마땅한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아마 지구 외적인 무언가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란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지구 외적인 요소라고 하면 한 마디로 우주에 있는 무언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석적으로 가면 초신성과 같은 어떤 천문현상이 거론될 수도 있고, 음모론 관점으로 가면 외계인의 소행 등이 언급될 수 있겠죠. 어쨌든 각설하고 이러한 무언가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니엘 위트마이어(Daniel P. Whitmire), 알버트 잭슨(Albert A. Jackson IV) / 마크 데이비스(Marc Davis), 피트 허트(Piet Hut), 리처드 뮬러(Richard A. Muller)란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두 팀에서 각각 가상의 별을 하나 끌어들이게 됩니다. 이는 네이처지에도 기고된 글인데 이들의 가설을 요약하면 다은과 같습니다.
현재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태양의 쌍성이 우주에 존재한다. 이 별은 이심률이 큰 타원궤도로 공전하며, 주기적으로 혜성의 고향이라 불리우는 오르트 구름을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이 별이 지나갈 때마다 오르트 구름에 존재하는 천체에 영향을 끼쳐 대량의 혜성이 태양계로 날아가게 된다. 이로 인한 나비효과로 지구와 혜성이 충돌할 확률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대멸종이 발생한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가상의 별에 붙게 된 이름이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 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보통 네메시스 가설이라 부릅니다.
두 팀이 동시에 주장하긴 했는데 이 별을 분석하는 정보는 다릅니다. 위트마이어와 잭슨 쪽은 갈색왜성으로 보고 있고, 뮬러의 경우에는 네메시스가 적색왜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뮬러의 경우에는 좀 더 자세한 추정치를 내놓았는데 500만년 전의 대량멸절을 근거로 바다뱀자리 방향으로 1 ~ 1.5광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설이 나왔으니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천체망원경을 통한 탐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태양계를 기준으로 10광년 거리 이내에는 새로운 적색왜성과 갈색왜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만 얻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네메시스의 존재는 그저 입증되지 않은 가상의 천체에 불과합니다. 사실 오르트 구름 자체도 가상의 천체집단으로 현재 천문학계에서도 긴가민가하면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인데, 그럴싸한 설명이 있다고 해도 발견조차 하지 못한 천체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죠.
여담으로 현재 네메시스와는 다르지만 오르트 구름 영역에 있는 행성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티케란 이름이 붙여진 가상의 행성인데 위에서 언급한 네메시스 보다는 훨씬 존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쪽도 아직 정확히 그 존재가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꽤 조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