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연봉 3000 중반 받으며 넉달 째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진짜 별 생각 다 드네요..
세 치 혀로 사람 뒤에서 바보 만드는 건 매일이고
하란 대로 했더니 왜 그렇게 했냐며 욕지거리ㅋㅋ
아예 체계가 없는 일을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체계 잡아가며 하느라 좀 늦고,
실무란 게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윗선은 이해하지 못하는 성질이 있겠거니..
이해하려 해도..도저히 못 참을 지경까지 왔습니다.
출근과 업무 자체가 고통스럽습니다.
팀이 세 명인데, 두 명이 50대 이사님,
그리고 저는 서른 살이고, 직급은 대리를 달고 있어요.
일 양은 어마어마하고 방향이 일관되지도 않습니다.
도저히 혼자서 하루에 쳐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주변에 업무 문의나 요청하기도 눈치 보이는데,
뭐만 하나 비면 소리 지르고 악쓰고 욕하고 ㅋㅋㅋ
군대생활도 이렇진 않았습니다.
주변의 제언을 따라 묵묵히 가려고 노력중인데
시간이 갈 때마다 바보가 되고 있단 생각까지 드네요.
뭐랄까,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못 하겠습니다.
내가 이 일의 주인이다, 그런 생각으로 임했더니
'니가 뭔데'라는 반응이 반복됐거든요.
에러가 나면 협의를 해야 하는데, '생각을 하지 마세요'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일단 아랫사람은 잘 할 리가 없다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인 거죠.
여기는 노예를 원하는 모양이에요.
호주 있을 땐 막일을 해도 사람을 이렇게 개처럼 다루진 않았고
지금 시간까지 초초초야근 따위 하지도 않아도 지금 버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 벌었던 기억입니다.
인정도 나름대로 받았구요.
여기에서 비자 연장해서 일하라고 권유까지 받았는데
대학 졸업 전이었어서 복학해야 해서 귀국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뉴질랜드 워홀 다시 알아보고 있고,
주말에 호주 있을 때 직장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레퍼런스 요청까지 해놨습니다.
국제 영업망이 있는 회사라서 호주 레퍼런스가 뉴질랜드에서 인정이 되거든요.
헌데 막상 알아보면서는
지금 떠나면 아예 안 돌아올 생각을 해야 할 텐데 어쩌지.
내가 좋아하는 그 애는 어쩌지 등등..
답이 안 나오는 쪽으로만 생각이 자꾸 가더군요.
제 3의 자아를 동원해 생각해보니,
이거 혹시 우울 아닌가 싶어서 아차 했네요.
도저히 못 견딜 듯한 지금을
견뎌봐야 딱히 장래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국내에서 이직을 한다고 해도 이 상태로는 일을 못 하겠는데
몇 달 쉬는 게 맞는 건지
사람이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게 최선인 건지...
도대체 아무것도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네요.
대체 내 능력은 무엇이며 어떤 일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
너무 이런 고민 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자책까지 하고 있네요.
우울초기 증상인가...? 조만간 병원 다시 가봐야겠네요
쓰다가 병을 자각하는..ㅋ 위대한 오유를 보고 계십니당]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고 자신감으로 살던 저는 어디 갔을까요.
도피심리이므로 이 탈조선은 우선 미루어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