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설립한 학교법인 동국학원에 속한 서울 동국대부속고등학교가 뚜렷한 사유 없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를 재단 내의 다른 학교로 강제 전보해 전교조와 해당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제 전보 대상이 된 교사들은 지난해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다룬 드라마 <송곳>을 보여주거나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글을 회람했다는 이유로 교장한테 서면경고를 받은 바 있어, 학교가 강제 전보를 결정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전교조 서울지부와 강제 전보 대상이 된 해당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동대부고는 2일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학교에 재직 중인 정아무개 교사(국어)와 김아무개 교사(사회)를 전보 대상자로 결정했다.
두 교사는 이같은 결정이 지난해 학교장으로부터 받은 ‘서면경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사의 경우 지난 12월 사회 수업 시간에 지난해 JT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송곳>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서면경고를 받았다. 당시 김 교사에게 학교장이 발송한 서면경고문을 보면 “허락 없이 비교육적이고도 고1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노동 투쟁 관련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상영하였기에 면담하고자 3차례 호출하였으나 불응”했다며 이를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 의무(학교장 지시사항 불이행)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당일 면담에는 안 가고 다음날 교장을 면담하러 가니 학생들한테 왜 편파적인 내용의 드라마를 보여주느냐, 교감 허락없이 비디오를 상영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사회 교과서에도 노조나 노조관계법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수업과 관련된 내용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강제 전보 대상자인 정 교사 역시 세월호 1주기 추모글 때문에 서면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 정 교사는 세월호 1주기였던 지난해 4월16일, 담당 업무 관련 메일을 전 교사에게 보내면서 추신으로 “1년이 다 됐는데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요원하다”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에 함께 참여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덧붙였다는 이유로 두 차례 학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학교장이 정 교사에게 보낸 서면경고장을 보면 “사실과 다른 내용, 정치적으로 선동적인 내용을 교장·교감을 배제시키고 전체 교사에게 업무메일로 발송했다”며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 위반’을 경고 사유로 들고 있다. “제반 사항에 대한 경위서를 제출하였으나, 진정한 반성과 사과의 마음이 포함된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았기에 재차 경위서를 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동대부고 관계자는 “재단 내 학교로 교사들이 전보되는 것은 해마다 있는 일”이라며 “전보 건에 대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사립학교 교원의 채용이나 전보, 징계와 같은 인사 관련 결정은 학교 내 교원인사위원회가 심의하고 재단 이사회가 의결한다. 교원인사위원회는 학교장이 교원들 가운데 선임한 이들로 구성된다. 동대부고 재단인 학교법인 동국학원은 3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해당 교사들의 강제 전보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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