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냉정하게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저녁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정말 '국개론', '국민치매론'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국민들의 선택은 절묘했습니다. '새누리당에겐 과반을 야권연대에겐 더 많은 지지를 주겠다'
새누리당은 승리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국민의 감시 속에 더 많은 변화를 시도를 강요받게 되었습니다.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곧 바로 등을 돌릴 것입니다. 저도 새누리당이 탐탁치 않지만 어쨌든 새누리당의 변화를 굳이 말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야권연대는 패배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야권연대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감상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입니다. 지식인이 아닌 활동가가 아닌 국민의 언어와 눈높이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언뜻 승리자로 보입니다. 탄핵정국에 이어 기적 같은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의 참패, 비례대표 지지율, 총선 보다 통상 높게 나오는 대선 투표율 등을 고려하면 웃음이 가실 것입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좌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낙동강 벨트에서 의석을 늘리는데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야당 지지율은 역대 최대였습니다. 바람을 일으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까지 이 지지율을 이어가거나 늘릴 수 있다면 웃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민들은 그 어느쪽 손도 확실히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야 말로 황금분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은 최적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국민이 어리석어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대성, 하태경 등의 당선은 정말이지 절망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국민들의 선택은 옳습니다.
새누리당을 지지한 사람도 투표를 포기한 사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현장에 기반해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노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변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현명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요즘 오유에 많은 분들이 너무 실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어서 빨리 떨쳐내시고 다시 일어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손을 다시 잡고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